미국 일본 등 동물장례 일반화, 창업 결심 … 천도제까지 해줄 계획

애완동물 미용실이나 병원, 사료 전문점 등 애완동물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은 많다. 그러나 이들이 죽었을 때 처리해주는 업체는 없다. 아직 국내에는 동물 장례에 관한 법이 없어 동물 사체는 반드시 쓰레기 봉투에 넣어야 한다. 땅에 묻으면 폐기물 처리법에 저촉된다. 달리 처리 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관련 업체가 없는 것이다. 가족같이 지낸 동물은 죽으면 이처럼 주인 곁을 쓸쓸하게 떠나야 한다.‘아롱이 천국’은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장례를 치러주는 업체다. 땅에 묻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업체는 동물의 사체를 화장한 뒤 유골단지를 제작한다. 주인이 원하면 유골단지를 회사내 분향소에 장기간 보관해주거나 주인에게 바로 돌려주기도 한다. 전국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를 대략 3백만명으로 추산했을 때 이 시장은 결코 적지 않다. 실제 지난 99년 회사 설립 뒤 꾸준하게 장례일감이 늘었고 요즘에는 한 달에 평균 1백건 정도 장례를 치른다. 월별 매출은 1천5백만~2천만원.국내 동물장례 관련법 없어 애로이 회사 장효현(36) 사장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늘어가는 데 이를 뒷받침해줄 장례업체는 한 곳도 없는 현실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장사장은 미국에서 6년간 살며 애완동물 장례업의 사업성을 보고 이를 국내로 들여왔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동물을 위한 장례법이 마련돼 무려 4조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국내도 이 법이 도입된다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국내에는 동물 장례에 관련된 법이 없다. 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비닐봉지에 넣어 쓰레기차에 버려야 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땅에 묻을 수도 없다. 묻으면 폐기물 매립죄에 걸려 1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게다가 어디서 죽느냐에 따라 관련 부처도 엇갈린다. 노환으로 죽으면 폐기물로 분류돼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병원에서 병으로 죽으면 특수폐기물로 분류돼 환경부 소관이다. 어쨌든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이다. 동물을 친 자식이나 친구처럼 아껴온 사람들에게 이런 현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 이는 아롱이 천국이 노리는 시장이 앞으로 커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아롱이 천국은 동물의 사체를 이렇게 처리한다. 우선 현장으로 달려가서 동물의 사체를 알코올 등으로 씻긴다. 그리고 수의를 입힌 뒤 관에 넣는다.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한 뒤 화장한다. 화장은 전용차량에서 한다. 보통 40분 정도 태우면 한 줌의 재로 변한다. 화장 전용차량은 국내엔 없다. 장사장도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와 국내 트럭에 장착했다. 특징은 냄새와 연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련 정부 부처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화장기에 들어가는 동물도 가지각색이다. 개 고양이 토끼가 주종이지만 이구아나 십자매 거북이 등도 있다.장례비용은 15만~50만원선이다. 5kg 이하 동물의 경우 유골단지 제작까지 15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유골단지를 1년간 이 업체에 맡기면 3만원의 보관료가 추가된다. 장례용 리무진 등도 주문할 수 있는 데 역시 추가비용이 든다.이 곳으로 장례를 주문하는 부류는 주로 연예인과 외국인, 그리고 중산층들이다. 언뜻 부잣집에서 많이 의뢰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가난한 집에서 인정난다는 옛말 때문일까. 어쨌든 의뢰건수가 꾸준히 늘어 아롱이 천국도 10월 중 경기도로 사무실과 화장기, 그리고 분향소를 옮길 예정이다. 이 곳에서는 1만여개의 유골단지를 놓아둘 자리가 마련돼 있으며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천주교 등 종교별로 추모 분양소도 만들 계획이다. 불교의 경우는 석 달에 한 번 씩 스님이 ‘애완동물을 위한 천도제’를 직접 주관키로 했다.홈페이지에 애완동물 추모코너 만들기도고객중에는 애완동물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화장할 때 오열하는 고객들도 많고 심지어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심정을 이해해줄 주위 사람도 없기 때문에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슬픔은 자연 커진다. 그래서 장사장은 때론 화장을 한 뒤 전화를 걸어 이들을 위로하기까지 한다.“새벽 1~2시까지 슬픔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괜찮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당신의 감정은 지금 정상이다, 나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라고 위로해줍니다.”이들을 위해 장사장은 홈페이지에 하늘로 간 애완동물을 위해 편지를 쓰는 코너를 운영한다. 애완동물을 잃은 주인들은 대부분 1년에 2~3 통의 편지를 쓴다고 한다. (02)3463-7243창업 길라잡이법 미비 … 관련기관 관계 신경써야애완동물 장례업체를 차리기 위해서는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 걸까. 우선 장례를 지낼 수 있는 수의 관 그리고 화장기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화장기는 기계만 1억4천만원을 호가한다. 국내에 이를 제조하는 업체는 없다. 장효현 아롱이천국 사장은 일본에서 이를 들여왔다. 단지 기계를 들여오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관련 정부 부처의 허락을 맡아야 사용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그리고 사무실과 휴게실, 납골을 놓는 곳까지 갖추려면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장사장은 지난 99년 아롱이천국을 설립하면서 대략 이 정도의 자본을 투자했다. 현재 직원은 다섯 명.창업의 성공 비결은 첫째, 동물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삿속으로 하면 장례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고 영업에도 지장을 받는다. 새벽 2시까지라도 이들의 호소 전화를 받고 상냥하게 응대해 줄 수 있는 심성이 있어야 한다고 장사장은 강조한다.둘째, 관련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공무원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 아직 동물 장례법이 법으로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등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예컨대 병에 걸려 죽으면 유해 폐기물법으로 분류돼 처리할 때 조심해야 한다. 장사장은 이 사업을 하면서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 안 다녀본 정부 부처가 없다. 그만큼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이어서 세심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