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급 재벌 2~3세들이 중고차 매매 시장에 뛰어들어 이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중고차 판매시장은 지난 98년 중고차가 신차 판매대수를 뛰어넘은 이후 급격히 커져 올해에만 1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시장은 소자본의 알선 및 판매회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데다 사후 서비스가 안되는 것은 물론 대포차 등 일부 불법차량들이 판을 치면서 사회문제가 돼 왔다.이번 재벌 2~3세들이 지분을 참여한 중고차판매회사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직영판매회사여서 앞으로 중고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전국의 3천개 중고차매매업체들이 ‘중고차 매매 시장을 재편할 시나리오가 떴다’며 긴장하는 데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중고차시장 돌풍의 주역은 ‘오토큐브(www.autocube.com)’.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 마케팅 이사 출신의 이효병 사장과 기획실 멤버들이 설립했다. 이사장은 지난해 현대차에 사표를 낸 뒤 중고차 판매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 2월부터 경기도 일산과 분당에 직영판매점을 통해 영업을 시작했다. 오토큐브는 LG화재와 손을 잡고 1년 동안 1만㎞내 엔진 등에 문제가 생기면 무상으로 수리해주며 중요한 결함이 발견되면 환불해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사장은 “단순 중고차 매매뿐 아니라 액세서리 부품과 용품 렌터카 보험, 그리고 신차까지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올 매출목표는 1백90억원.이 회사엔 지난해 최태원 (주)SK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국내 유명재벌 2~3세들이 대거 출자했다. 이와 함께 이들 오너의 관계사인 (주)SK 현대산업개발 코오롱상사 롯데정보통신 등 각 그룹 계열사도 이 회사에 출자했다. 이들 오너 및 관계사의 지분은 각 15.5%씩 모두 62%(표 참조). 사실상 이들이 대주주인 셈이다. 물론 이들 오너 및 대기업이 투자하면서 오토큐브의 자본금은 6억원에서 8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이들 오너는 아무리 돈 많은 재벌이지만 한 푼의 돈도 엄격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회장들의 개인 자금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9개 업체들도 출자, 그냥 수익배당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점이 있기에 선뜻 중고차 판매업체에 투자한 걸까.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그동안 여러가지 사업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투자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정보통신 업체, 컨설팅 회사 등 업종도 다양하다. 이효병 사장과는 현대차 회장 시절부터 잘 알았던 사이. 정회장은 이사장이 들고 온 사업계획서에 흔쾌히 ‘OK 사인’을 해줬다.정회장은 이어 이웅렬 회장을 이사장에게 소개해 줬다. 정회장과 이회장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예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이회장 역시 지분 투자에 기꺼이 동의했다. 코오롱상사와 (주)코오롱은 현대자동차에 시트를 납품한다. 또 코오롱은 외국차와 외국 중고차 판매도 하는 등 자동차 사업과 여러모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회장은 중고차판매시장의 사업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어 쉽게 투자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정회장과의 관계도 출자 결정에 한 몫 했을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롯데 신부회장, 코오롱 이회장 권유로 출자최태원 (주)SK 회장도 정회장의 추천으로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회장은 그동안 자동차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때문에 컨설팅사에 의뢰해 주유소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사업 방안을 대대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회장은 이미 SK주유소에 ‘스피드메이트’라는 자동차 정비업체를 설립했고, 온라인 중고차 매매업체 ‘엔카네트워크’를 세웠다. 이와 함께 SK는 자동차 딜러 연합회에서 운영하는 ‘바이카(BuyCar)’에도 일부 출자했다. 엔카 관계자는 “최회장은 한 곳만 집중해서 밀어주기 보다는 여러 곳에 투자하고 그중 살아남는 업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며 “오토큐브와 치열한 경쟁을 하겠지만 스피드메이트가 있는 SK주유소를 독점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된다면 오토큐브가 전국 1백50개의 SK주유소-스피드메이트 거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이웅렬 코오롱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사람은 전경련 부회장을 맡으면서 친교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부회장은 역시 국내 최대의 유통망을 배경으로 물류사업에 관심이 많다. 특히 롯데 할인점 마그넷은 이미 매장내에 자동차 경정비 센터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오토큐브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면 정비업체의 간판을 오토큐브로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또 마그넷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는 통로로 오토큐브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중고자동차매매협회 관계자는 “오토큐브의 시도는 시장 전체에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신아주, 중고차 직매장 추진상봉터미널에 내년 3월 오픈 예정이창희 기자 twin92@kbizweek.com중고차 직매장이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도 들어선다.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상봉시외버스터미널을 축소하는 대신 중고차 직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고차 직매장 사업 주체는 그동안 터미널을 운영해온 (주)신아주이다. 신아주의 문재영 대표는 아주그룹 문규영 부회장의 동생. 신아주는 터미널운영사업이 악화되자 터미널을 축소하고 그 대신 사업전망이 밝은 중고차 직매장을 운영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아주는 터미널을 축소하고 남은 부지 3천5백~4천여평(5백여대 규모)을 서울시로부터 임대받아 중고차 직매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상봉시외버스터미널은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다.신아주는 현재 70~8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터미널 축소공사를 10월 중 완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지만 신아주측이 현재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중이어서 중고차직매장은 내년 3월쯤에야 정식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엔 신아주와 이미 사업을 시작한 오토큐브의 한판승부를 벌이며 중고차직영판매사업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