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갔다. 어쩌면 가버린 봄날을 붙잡으려 하는 영화의 모습에 불평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 가버린 봄날의 햇살을 기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는 가을의 스산함이나 겨울의 찬바람에 익숙해지는 것이 훨씬 편안한 인생살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허진호 감독이 봄날에 보내는 애처로운 시선은 어딘가 모르게 패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이미 기억의 단상으로만 존재하는 봄날에 대한 예찬보다는 적당한 망각과 적당한 기만으로 지탱해 나갈 수 있는 가을과 겨울을 관조한다. 바로 그것이 허진호 감독의 ‘일상’이다.<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4년만에 그가 발표한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1565>는 지금 한국 영화계에 두 가지의 큰 의미를 갖는다. 첫째, 전작과의 연장선상에 있음이 너무나도 분명한 이 영화는 허진호라는 ‘작가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두 번째 영화인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1566>를 통해 허진호는 자기 영화의 회로를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다. 둘째,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1567>는 최근의 한국 영화가 천착해마지 않는 ‘일상’의 진실성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지를 보여준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벼운 소묘가 아니라 인생의 순간 순간을 담아낼 수 있는 일상의 존재의미, 바로 그 일상의 진실성이야말로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1568>를 다른 영화들과 구분시켜주는 지점인 것이다.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와 라디오 방송국 PD 은수(이영애)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의 1년여 시간 동안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예쁘게 치장하는 데 지극히 인색하다. 헤어짐조차 눈물은커녕 싱겁기 그지없다. 그러나 전작에서도 그랬듯 허진호는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는 두 남녀의 공간과 주변에 더욱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그것은 허진호가 관객에게 기억과 망각의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겨울의 산사와 봄날의 갈대밭, 그리고 예스러움을 간직한 수색 역과 상우의 집이라는 공간들에 그는 끊임없이 기억과 망각의 자취들을 심어 놓는다. 사실 무언가 문득 치밀어 오르는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우리 주변의 공간들이 아니었던가.이렇게 삶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공간화해내는 허진호의 재능은 분명 그동안 한국 영화가 갈증내 왔던 진정성을 충족시켜주고도 남는다. 아마 관객들은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1573>를 보고 나오면서 상우와 은수의 사랑보다는 각자의 봄날을 기억하게 될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봄날의 햇살이 사라져버린 지금을 애통해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간 기억을 되살려내면서 지금의 일상에 또 다시 넌덜머리를 치는 사람들에게<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1575>는 마치 지금 이 순간조차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라고 말하며 위로를 던진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일상이고 기억이며 인생이기 때문이다.뮤지컬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esigntimesp=21585>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안타까운 사랑의 경험을 되살리며 젊은이들의 가슴속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또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시절의 설렘을 되살려준다.괴테의 원작을 사랑의 서정시와 아름다운 음악 언어로 전달하는 뮤지컬로 재구성한 이번 공연은 제작준비 기간이 5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특히 테마곡 ‘금단의 꽃’ 등 30여 편의 창작 음악은 지난해 한국 뮤지컬 대상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02)786-8886연 극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10월31일~11월11일 / 월~금(오후 7시30분)토 일(오후 3시) / 동숭홀 / 일반 2만원 대학생 1만5천원, 중고생 8천원창작극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designtimesp=21599>는 70평생을 배우로 살아온 장민호씨의 자서전적 연극이다. 장씨와 40여년간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원로 극작가 이근삼씨가 수년간의 자료조사와 장씨와의 대담을 토대로 연극적 픽션을 가미해 탈고한 작품이다.오직 연기만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다 70대 중반 아내와 사별한 후 외동딸마저 미국으로 시집가고 노후를 대비해 모아뒀던 돈마저 사기로 날리게 된 노배우 황포. 그의 인생에 대한 절망과 이웃 사촌들인 노교수, 송순경, 후배연기자 낙희 등이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긍정적 삶의 대비를 통해 인간과 인생,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02)923-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