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자산 전문관리 ‘수익 내겠다’ 앞다퉈 선언 … 은행권 ‘수성’ 맞서 증권·투신업계 ‘대공세’ 나서
증권돈줄 잡을 호기 … 맞춤재테크 영업 공략증권업계가 최근 부쩍 PB시장에서 바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초저금리로 인해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자산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예금에서 빠져 나온 돈줄을 잡을 수 있는 호기가 온 것이다. 더구나 때맞춰 랩어카운트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특히 증권사들은 외국 증권사가 소매영업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데 자극을 받고 있다.메릴린치 증권은 국내 소매업무에 진출하면서 아직까지 완전한 소매영업을 하지는 않는 대신 일단 프라이빗 뱅킹 형식으로 부유층의 자산을 굴려주는 맞춤재테크 영업 먼저 시작했다. 미국에서 랩어카운트 영업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메릴린치 증권이 초저금리 시대에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큰손들의 자금을 빨아들이면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증권사들은 강남 요지에 한 두 개의 PB전용 지점을 두는 것을 기본으로 고객층을 넓혀 나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요즘 ‘당신은 인생에 투자하십시오, 자산관리는 우리가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등의 광고 공세로 종합자산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애쓴다.대표적인 것은 현대증권의 리치그룹과 삼성증권의 S&I클럽. 이어 강남에서는 LG증권 ‘골드넛멤버스’, 대우증권 ‘씨저스 클럽’, 동원증권 ‘마제스티 클럽’ 등을 찾아볼 수 있다.현대증권은 지난해 5월 국내 증권사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의도에 리치클럽을 열면서 미국 메릴린치 출신을 영입,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대했다. 삼성증권은 랩어카운트 상품인 ‘FN아너스 클럽’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증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국내 은행들보다는 씨티은행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새로 지점을 시작할 때 지점장이나 실무자를 씨티은행에서 영입한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은 특히 은행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온라인 VIP고객 관리에도 특화하고 있다. 리서치 자료 , 전용 서버, 온라인 투자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투신PB센터 전지점 확대 운영 박차투신권의 걸음도 바쁘다. 한국투자신탁증권은 최근 여의도와 압구정동에 탐스피아라는 PB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한투증권은 상품의 우수성을 내세운다. 단지 센터를 운영할 뿐 아니라 부설 ‘금융상품연구소’를 열어 후방지원도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및 금융상품 조사, 법률 제도 조사, 자산시장 동향분석 및 투자전략 수립 등을 연구소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대한투자신탁증권은 한 두 개의 전략 점포를 앞세워 치고 나오는 다른 증권사들과는 달리 전 영업점으로 PB업무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압구정 지점 2층의 PB센터를 비롯해 반포 등 6개점이 PB영업을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으며, 20개 일반 영업점까지 성과를 봐 확대해간다는 복안이다. “PB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FP 자격 요건을 충족한 직원이 1백10명으로 국내 최고수준”이라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인력 스카우트전 ‘후끈’PB 몸값 껑충 … 질 좋은 서비스 “글쎄요”전 금융권이 PB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시저스클래스 강남점을 열면서 씨티은행 출신 김선문 지점장을 데려왔고 LG골드넛멤버스 역시 씨티출신 김남순씨 등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외국계 은행에서 국내사로의 이동뿐 아니라 역이동도 일어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인력들을 모으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은 최근 프라이빗 뱅킹 업무 강화를 위해 국내 증권사 영업담당 인력을 충원했다. 남궁훈 세종증권 상무와 박병립 굿모닝증권 지점장, 고창범 동양증권 강남지점 이사 등이 메릴린치로 옮겼다. 현대증권 리치본부장이던 이재형씨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서울사무소 대표로 스카우트 됐다.각사의 PB본부장들은 한결같이 “PB시장에서의 성공은 영업인, 즉 프라이빗뱅커(PB)들의 자질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A급으로 대접받는 PB중 한 명인 하나은행 임동하 PB는 “한달에 평균 한 번 이상 헤드헌팅 업체에서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때 거론되는 보수는 3억원에서 5억원 사이. A급인 경우 현재 1억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임동하 PB는 창구의 텔러부터 시작해 본점의 개인 수신 여신, 기업금융까지 안 거쳐 본 부서가 없고 외환거래까지 담당해 본 경력을 살려 전천후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이렇게 내로라 하는 PB들은 ‘베스트 PB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사모임도 갖고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여기 참가하는 멤버들은 삼성증권 S&I클럽의 원연식 차장, 현대증권 리치그룹의 고석호 지점장, 동원증권 마제스티 클럽의 이성호 지점장, 씨티은행 출신으로 지금은 신한은행에 있는 이흥섭 부장, HSBC은행의 나수종 지점장 등이다.현재 국내 금융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PB서비스는 서비스 수수료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질 높은 ‘종합자산관리’라기보다는 큰 고객을 집중관리하는 ‘VIP마케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PB는 자산관리 자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PB시장을 개척해 보겠다’고 나선 곳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대단히 소극적 태도를 취한다. 충분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아직 희박해 섣불리 실시했다가 고객만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하나은행 김희철 팀장은 “거래 자산이 크지 않아 수익에 기여하지는 않으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고객이 있다면 수수료를 받고 이를 제공하는 등 다각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증권업계에서 종합자산관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수수료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랩어카운트 상품의 인기가 시들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계 PB 서비스의 핵심 상품이다. 삼성증권 ‘FN아너스클럽’, 현대증권 ‘유퍼스트멤버스’ ‘플랜마스터’ 등이 대표적인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처음 발매 3개월만에 수탁고가 3조원을 넘기는 등 희망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5월 이후 신규 가입이 줄고 기존 가입 고객마저 빠져나가 수탁고가 크게 줄었다. 실제 랩어카운트 시장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증권 FN아너스클럽은 지난 5월 말 1조3천9백억원에 육박했던 잔고가 현재 1조2천7백억원으로 감소했다.인터뷰김준호 하나은행 고객자산 관리 본부장“진짜 PB서비스가 뭔지 보여줄 계획”하나은행은 최근 기존 PB지원팀 외에 ‘고객자산 관리본부’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신임 김준호 본부장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간 자체에서 PB고객 분석을 해 보니 금리보다 환율에 관심이 많고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고객이 더 빨리 눈뜨는 경향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젠 정말 글로벌 경쟁이구나”를 실감했다는 얘기. 그래서 하나은행은 PB서비스를 강하게 차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PB시장에서 강한 외국 금융사의 선례를 좇아 아예 다른 브랜드를 만들 계획인 것이다. 지금은 고객이 같은 하나은행에 들어가 서로 다른 창구를 찾아가는 식이지만 이제는 고급 자산관리를 받기 위해 이름부터 다른 은행을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상 고객은 10억원 이상으로 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외국사들의 경우 1백만달러 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한다.이 특별한 영업점들을 받쳐줄 본부 지원팀도 변호사 세무사 등의 인력을 고용해 언제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대폭 확충할 계획. 사업본부는 독립채사제로 운용하고, 급여시스템도 다르게 한다. 하나은행 직원 내에서 선발하는 인원은 20%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보고 있다. 나머지 인원은 증권, 투신운용, 보험, 부동산 분야의 보다 ‘영업 지향적인’ 전문가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김 본부장은 “PB시장에서의 성공은 영업인들의 자질에 달려 있지 번쩍번쩍한 인테리어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하나 판매하는 상품의 우수성이 중요하다.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알리안츠제일생명 등 종합금융사로의 기반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은행이나 알리안츠의 상품만 고집하지 않고 피델리티 메릴린치 등 우수한 상품만 있다면 가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는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