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서 한솥밥 … 오라클 윤사장 ‘외유내강 ·소신경영형’, SAP 최사장 ‘협상에 강한 불도저’
‘숙명의 라이벌’. 한국오라클 윤문석 사장과 SAP코리아 최승억 사장. 업계는 이들을 이렇게 부른다. 과거엔 한국오라클이라는 한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였지만 이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맞수로 서 있기 때문이다. 한 배를 타고 동고동락했던 사이기 때문에 두 CEO의 경영 스타일은 비슷한 점이 많다.먼저 경영 일선에 들어서면 전투적이 된다는 것이 눈에 띄는 공통점이다. 윤사장의 첫 인상은 외유내강이지만 영업에 들어가면 전투적으로 변한다. 경영의 핵심이 기업의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세일즈에 달려 있기에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최사장은 컨설턴트 시절이나 CEO가 된 지금이나 한 번 목표를 세우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최사장 스스로도 ‘결정을 망설이지 않는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할 정도다. 빠른 의사결정인 데 반해 ‘지나치게 냉정하고 차갑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일과 후엔 ‘따뜻한’ 인간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회식 자리에서 신세대 가수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그런 사례다.두 CEO 모두 엔지니어 출신또 다른 공통점은 두 CEO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 다만 윤사장은 국내기업에서 IT 관련 업무를 익혀온 반면 최사장은 해외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했던 것이 다른 점이다. 두 CEO 모두 한국오라클에 영업을 시작했다. 윤사장은 93년에, 최사장은 98년에 한국오라클에 합류했다.최사장의 경영철학은 ‘True Professional’이다. 그가 즐겨 읽는다는 책 제목이기도 한 이 ‘진정한 전문가 정신’이 최사장의 신념이다. 하지만 KPMG컨설팅 등 컨설턴트로 15년 간 일하다 뒤늦게 경영자로 변신해 그의 경영 이력은 그리 길지 않다. 그는 오라클 상무를 거쳐 지난해 4월 SAP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전문경영인의 길로 들어섰다.윤사장은 지난해 6월 한국오라클 사장에 취임했다. 8년 전 직원 40여명의 기업에 입사해 사령탑을 맡은 윤사장은 전임 사장인 강병제 사장에 의해 스카우트된 케이스. 윤사장은 17년 가까이 (주)대우에서 각종 IT업무를 담당했다. 윤사장은 상대방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외부 사람들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친절하며 화를 내거나 권위적인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남에게 시키기보다는 몸소 직접 실천하는 것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평가다.특히 두 CEO는 지사의 결정권을 강화하면서 본사의 간섭을 최대한 줄인 것도 비슷한 경영스타일이다. 최사장은 본사에서도 알아 주는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크게 인정을 못 받던 SAP코리아에 대해 본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를 입증한다. 가령 최사장이 집행하는 예산지출에 대해 본사가 개입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품 가격 할인율이 없기로 유명한 SAP 가격정책을 바꾼 것. 또 하나는 여타의 외국회사 CEO와 다르게 본사가 요구하는 목표수익률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최사장은 “수익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목표치는 달성하되 너무 많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매출은 초과 달성해 국내조직에 재투자하겠다”고 말했다.이런 점에선 윤사장도 비슷하다. 본사 경영진의 경영 현황 점검을 위한 정기적 순시를거부했다. 그 후로 본사의 이런 한국행은 없어졌다. 또 지난 97년 미국 본사에서 첨단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인 `‘워크그룹 2000’을 개발, 공급에 나섰으나 한국 컴퓨터 시장 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본사는 거부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개발된 지 1년 여가 지난 뒤에야 한국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윤사장은 국내, 최사장은 해외 네트워크 자랑한편 양 CEO의 다른 점이라면 출신이다. 윤사장은 경복고 출신으로 국내 정보통신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강병제 회장, 김일호 부사장이 경복고 출신이다. 반면 최사장은 유학파, 비오라클 출신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마케팅 최경탁 부사장(미국 아서 D 리틀 경영대학원)과 전략기획 박성철 상무(캘리포니아대 국제경영학) 등이 최사장을 보필하는 임원이다.인터뷰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선진시스템 토착화 자부심”“프로젝트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이길 때는 기분도 좋지만 먼저 책임감이 앞선다. 최고경영자는 고객사 프로젝트에서 최후의 책임자다. 완벽한 시스템을 딜리버리(공급)해야 한다.”윤사장은 최근 세계 최초로 종합병원에 ERP시스템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하나의 치열한 세일즈 전장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승리감에 앞서 책임감을 내세우는 면모를 보였다.윤사장은 전임 강병제 회장에 이어 한국오라클의 두 번째 CEO.“강회장으로부터 책임과 권한의 효율적인 배분과 전략적 사고를 배웠다. 오라클은 그 자체가 교과서다. 선배 상사로부터 배우기도 하지만 오라클의 시스템을 제대로 적용하면 선진의 베스트모델을 우리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윤사장이 경복고교 전산인 모임인 복전회 멤버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 이에 대해 “복전회는 친목모임이다.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다. 시너지가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업계 내에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오라클 경쟁사 가운데 경복출신이 많지 않느냐”며 반문했다.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윤사장과 남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사장은 “엘리슨은 선견지명이 뛰어난 사람이다. 90년대 말에 그가 주창한 네트워크 컴퓨터가 현재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최근 서울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엘리슨 회장이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윤사장은 최근 포항제철 프로젝트를 마치고 매우 고무돼 있다. 포항제철 프로젝트는 그가 진두지휘해서 일궈낸 역작이기 때문. “포항제철의 포스피아는 세계적인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포스피아를 전세계에 자랑하고 싶다. 포스코 기업자체가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고 성공리에 마쳐서 더욱 흐뭇하다”고 말했다.그에게 SAP와 경쟁이라는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오라클의 세일즈 파워는 강하다. 또한 ERP세일즈는 단독 기업이 하는 것이 아니다. 컨설팅 SI 시스템 업체 등과 연합군을 형성한다. 오라클이 갖고 있는 강점을 하모나이즈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오라클 세일즈의 강점을 보여준 사례다. 삼성그룹이 오라클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ERP는 SAP에 밀렸다. 이에 LG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윤사장은 직원들을 위한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작업. 국내 주식시장이 여의치 않아 답보된 상태지만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덕장의 자세를 보이는 대목이다.약력:51년 충남 아산 출생. 70년 서울 경복고 졸업. 74년 서울대 공과대학 응용물리학과 졸업. 77∼93년 (주)대우 근무. 93년 한국오라클 입사. 99년 한국오라클 영업본부 총괄 부사장. 2000년 6월1일 한국오라클 대표이사 사장 취임.인터뷰최승억 SAP코리아 사장“맨파워 경쟁 우위 자신”지난해 4월, SAP코리아 4번째 지사장으로 최승억 오라클 상무가 영입된 지 1년 8개월. 최사장 이후 SAP코리아는 ‘확’ 달라졌다. 조직체계, 영업 스타일이 예전과 많이 변했다. 제품 브랜드 인지도에 의존하면서 제품 중심으로 영업하던 것에서 고객을 찾아가는 솔루션 중심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바뀐 것이다.최사장은 “고객만족을 통한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기업의 최고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며 “ 그러기 위해선 SAP코리아 내 전체 직원이 ‘진정한’ 프로집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영목표는 “직원과 고객들이 모두 만족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최사장이 이끄는 SAP코리아의 변신은 ‘UP&UP SAP’ 캠페인에서 잘 나타난다. 이 캠페인은 SAP코리아가 자체 기획, 진행하는 것으로 고객과 직원들의 만족을 더 높이겠다는 SAP코리아의 의지다.“SAP코리아는 그동안 경쟁업체에 비해 둔감하게 움직인 것이 사실입니다. 제품 인지도만 믿고 안일하게 영업해온 것이죠. 앞으론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영업을 펼치지 않으면 힘들다는 판단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최사장은 이 캠페인을 통해 고객을 보다 많이 이해하고 가치를 제공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AP코리아는 고객지원팀을 별도로 구성, 기존·신규 고객으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SAP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대비 1백% 성장한 5백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상승에 힘을 얻은 최사장은 올해 매출목표를 1천억원으로 잡았다. 최사장은 “올해 경기가 썩 좋지 않지만 국내기업의 ERP 구축 수요는 많다”며 “IMF 이후 기업들의 선진경영기법 도입이 늘어나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ERP 부문에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한 오라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시장 점유면에서 “SAP코리아는 현재 국내 ERP 등 기업용 솔루션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어 업계 1위다”며 “기업 자체로 비교하면 오라클의 매출이 크지만 ERP만 보면 월등히 앞선다”고 설명했다.최사장은 SAP의 강점을 3P라고 표현한다. 3P는 Product(제품), People(사람), Partner(협력사)를 말한다. 이중에서도 사람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현재 SAP관련 기술자 인증을 받은 컨설턴트는 4천여명이고 이중 SAP 솔루션으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1천5백명 정도”라며 “시장엔 SAP 인력의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약력:57년 서울 출생. 76년 이화여대 부속고등학교 졸업. 83년 미 페어라이디킨슨(Fairleigh Dickinson)대학 자동화공학과 졸업. 84~88년 KKL컨설팅 컨설턴트. 91년 CEI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98년 KPMG컨설팅 컨설턴트. 2000년 한국 오라클 컨설팅상무. 200년 4월 SAP코리아 대표 취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