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 사진) 왕자는 사우디 아라비아 파드 국왕의 조카로 개인재산이 2백억달러에 달한다. 포브스지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여섯 번째로 올랐다. 그는 미국 테러사건 직후 미국과 유럽에서 기술주 위주로 4억달러의 주식을 매수해 또 한번 막강한 재력과 투자수완을 과시했다.“테러 직후의 주가폭락은 매수기회다. 이번 주식매수는 순전히 경제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른 정치적인 이유는 없다”고 그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몇 달이 장기투자자들에게 좋은 매수 찬스가 될 것이며 이번 테러와의 전쟁은 지난 걸프전에 비해 훨씬 길고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부모가 일찍 이혼해서 어머니 고향인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친은 그를 사우디의 리야드로 데려와서 왕립군사학교에 보내 고된 훈련을 받게 했다. 그후 미국으로 가서 캘리포니아의 멘로대학과 뉴욕의 시라큐스대학에서 수학했다. 졸업후 돈을 벌기로 작심하고 부친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은행으로부터 30만달러를 빌려 사우디에서 부동산투자를 시작했다. 그럭저럭 성공해 원금이 2백만달러로 불었다. 이 돈으로 본격적인 해외 주식투자에 나섰다. 미디어 정보통신 은행 소매점 부동산 병원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다. 그는 항상 저평가된 기업,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망하지는 않을 회사에 관심을 가졌다.올해 47세인 왈리드는 재산의 대부분을 미국 기업에 투자해놓고 있다. 현재 재산 중 절반은 씨티그룹 주식이다. 90년에 씨티은행은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도산 직전에 있었다. 이때 주당 12달러46센트에 총 2억달러를 투자해 전체 지분의 4.9%를 매수했다. 91년에는 5억9천만달러를 투자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사서 지분율을 14.9%로 높였다. 그후 주식을 처분해 지금은 지분율이 3.9%로 낮아졌지만 주식 평가액이 9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밖에 미디어업체인 뉴스코퍼레이션과 AOL 타임워너, 호텔체인인 포시즌스, 애플컴퓨터, 컴팩, 아마존, 이베이, 프라이드라인 등에 투자해놓고 있다.씨티은행 투자 성공이후 국제투자자로 주목씨티은행 투자로 크게 성공한 후부터 왈리드는 국제투자자로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항상 10억~3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즉석에서 기업 매수자금을 지불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개인투자자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대단히 현명하고 협상력이 좋으며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한다.두 번이나 이혼한 왈리드는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살고 있다. 다른 사우디 왕족처럼 그도 아주 호화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전용비행기에 자가용이 3백대나 되며 여름은 프랑스 칸 해변 요트 위에서 보낸다. 아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해줄 18명으로 구성된 팀을 따로 두고 있고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사람, 낙타 돌보는 사람, 요리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그는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국내 기업에도 투자한 바 있다. 98년에 (주)대우와 현대자동차에 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각각 1억달러, 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주)대우에 대한 투자에서는 손실을 봤으나 현대자동차에 대한 투자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포브스지 선정 ‘세계의 부자’(2001년)1. 빌 게이츠(미국) : 5백87억달러2. 워런 버핏(미국) : 3백23억달러3. 폴 알렌(미국) : 3백4억달러4. 로렌스 엘리슨(미국) : 2백60억달러5. 테오 알브레트(독일) : 2백50억달러6. 알 왈리드 빈 탈랄(사우디) : 2백억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