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관련 규제개혁은 규제가 없어졌을 때 기업활동이 국가경제나 국민생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만 개혁의 성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다면 규제개혁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예컨대 대기업 규제개혁의 경우 30대 대기업 집단지정과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했을 때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나부채경영 등이 되살아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에 그치고 말 것이다.얼마전 어느 연구기관 초청간담회에서 진념 경제부총리는 이런 말을 했다.“우리는 규제와 규율을 혼동하고 있으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규제는 완화하되 규율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요즘의 우리 경제·사회현실과 연관시켜 보면 되새겨 볼수록 의미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면 규율은 ‘행동의 준칙이 되는 본보기, 또는 일정한 질서나 차례’로 설명돼 있다. 규제는 ‘규율을 세워 정하는 것’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이로 미뤄 보면 규율은 자율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고 규제는 강제성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진 부총리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최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기업규제 개혁과 관련한 것임을 염두에 둔다면 경제계가 규제개혁 등 정부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사실 기업관련 규제개혁은 정부와 기업간의 신뢰가 전제돼야만 폭넓게 이뤄지고 그 효과 또한 클 것이다. 규제가 없어졌을 때 기업활동이 국가경제나 국민생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만 개혁의 성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다면 규제개혁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기업 규제개혁의 경우 30대 대기업 집단지정과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했을 때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나 부채경영 등이 되살아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부가 과감한 기업규제 개혁을 주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 마디로 기업들에 대한 신뢰를 갖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인 것 같다. 진 부총리가 규율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그렇다면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활동까지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인가는 좀더 따져볼 일이다. 규모가 큰 순서로 30대 기업그룹을 골라 출자한도를 정해주고 진출업종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가 과연 바람직한가. 누가 판단해 보더라도 옳다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규제가 일부에서나마 지지를 받고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들의 경제력 집중이 너무 심해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시장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 구조에 대한 법적인 감시장치도 강화됐다. 여기에 무한경쟁으로 일컬어지는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은 내수시장에서 조차 국내기업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한 눈 팔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재계가 대기업 규제에 대해 외국기업보다 국내기업을 더 푸대접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족쇄를 풀어주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이런 저런 상황을 따져보면 기업규제, 특히 대기업 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할 명분은 약하다. 다만 정부가 우려하는 대로 기업을 믿어도 좋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믿지 않을 이유도 없다. 기업들이 허튼 경영을 하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이 두고 보지만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들이 시장의 질서와 룰을 지키겠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