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23조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또 1백19조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주제 넘게 헌법을 들먹이는 이유는 요즘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들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유시장 경제체제와 맞지 않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라도 공공복리에 반하는 때로 한정해야 함은 상식에 속한다.최근 기업규제 완화와 관련, 일정지분비율을 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방안이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경부는 은행 동일인 지분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늘려주는 대신 산업자본이 투자한 4%를 넘는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고, 공정위는 30대 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고쳐 출자는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풀어주되 현행 초과한도(순자산의 25%)를 넘는 타법인 출자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해, 그리고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이같은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책당국의 설명이지만 행정편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소유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자본의 지배하에 있는 은행이 그 산업자본에 지배되는 특정기업에 대해 편중대출을 하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같은 비정상적인 대출행위 등을 못하게 하면 그만이고 실제로 제도적 장치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것 역시 출자를 많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호출자 또는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산을 부풀리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행정편의주의적 정책발상이라고 규정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원천부터 봉쇄해버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정책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경제질서를 어지럽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자유와 창의가 제약받음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숫자로 계산하기 어렵다.그런데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가 그같이 원천적으로 잘못된 규제를 선심쓰듯 풀어주겠다고 생색을 내면서 함께 내놓은 처방이 주주의결권 제한이라는 점이다. 주식회사제도는 출자지분만큼 회사경영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다. 주식회사 제도의 핵심인 주주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재경부와 공정위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유재산권인 주주권을 보장하지 않는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제규제의 중요성을 따지자면 주주권 박탈은 동일인 지분이나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큰 잘못이다. 마지못해 개선해보겠다는 정책의도가 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