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포스코 수주하자 SAP, KBS·조폐공사 수주로 맞대응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는 대표적인 ERP 업체이다보니 프로젝트마다 번번히 맞부딪치는 경우가 다반사다.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는 대표적인 ERP 업체이다 보니 프로젝트마다 서로 부딪치고 있다. ERP에 관한 한 두 회사의 세일즈맨은 현장에서 비켜갈 수가 없다. 이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해 양사는 초월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죠”라는 게 양사 세일즈맨들의 이구동성. 그러나 패자에게는 패배감이라는 쓰라린 상처가 가슴을 저민다. 물론 인센티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한국오라클, 포철·효성 등 ERP 구축한국오라클의 대표적인 성공 프로젝트는 포스코에 구축한 ERP시스템 ‘포스피아’다. 이 시스템은 최근 성공적인 운영과 함께 전세계가 주목한 모범 사례가 됐다. 한국오라클은 포스코에 이어 효성의 ERP시스템 구축도 마무리했다.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사례는 현재 미국 오라클 본사도 놀란 경우. 오라클의 e비즈니스 수이트(ERP시스템 상품 이름) 전 모듈이 적용됐을 만큼 규모가 방대해서다. 경쟁사인 SAP가 안타까워 한 것도 이 때문. 금액도 ERP부문만 6백억원으로 알려졌다.포항제철은 포스피아를 통해 월말 마감시간을 6일에서 1일로, 표준비용 산정 기간을 종래 15일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시켰다. 신제품 개발 기간도 4년에서 1.5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포스코의 ERP 구축은 단순한 솔루션 탑재가 아닌 조직 개편과 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 제고 작업을 병행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고가의 솔루션이 실무자들의 정서적 저항과 조직 체계와의 부조화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철이 향후 10년간 얻을 수 있는 기업가치 제고효과는 4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는 9천억원, e비즈니스 효과 1조7천억원, 투명성 증대효과는 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효성의 ERP 시스템 작업은 약 1년4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딜로이트컨설팅과 효성데이타시스템이 구축 협력사로 참여했으며 총 1백5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효성은 전통 제조업에 e비즈니스를 결합시켜 사업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1백5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한국오라클의 설명이다. 효성은 앞으로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를 비롯한 모든 프로세스를 ERP와 연계해 확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이밖에 LG전자는 한국오라클이 놓쳐서는 안되는 절대절명의 고객사. 숙적인 SAP가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안고 있는 관계로 오라클은 이에 상응한 전자 제조업종의 고객사를 안고 있어야 한다. 용호상박의 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는 만큼 업종에 있어서도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이에 LG전자의 회계 부문을 필두로 구매 생산 영업 부문 등 ERP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최근 기업경영의 핵심인 인사부문마저 ERP시스템을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반면 SAP코리아가 한국오라클을 누른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한국방송공사(이하 KBS). KBS 프로젝트는 규모가 1백억원대에 이르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여지없이 한국오라클과 만났다. 결과는 SAP의 승리. KBS가 ERP 패키지 공급 우선협상 대상자로 SAP코리아를 선정한 것. 하지만 한국오라클보다 가격이 두배 이상 높은 제품을 선정했다며 KBS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오라클측은 미소를 지었다.이에 대해 SAP코리아 최승억 사장은 “ERP 패키지는 기업 규모에 맞게 가격이 정해진다. KBS 규모에 맞게 가격을 제시한 것”이라며 “KBS측도 이 점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프로젝트는 재무 회계 구매 자재 인사관리 등 ERP 모듈을 도입, 구축한다.또 대표적인 성공 사이트가 한국조폐공사다. 공기업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곳이기 때문에 경쟁업체도 눈독을 들인 곳. 결국 액센츄어와 손잡고 들어온 한국오라클을 물리치고 SAP가 승리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국조폐공사 서태원 과장은 “프로젝트 전체 규모는 약 50억원 정도”라며 “SAP가 품질과 가격면에서 한국오라클을 앞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2001년에 완료하고 2002년 안정화 단계를 거쳐 향후 전략적 기업경영을 위한 SCM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이외에도 SAP코리아는 올 상반기에 한국마사회 롯데쇼핑 풍산 한라공조 등 3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업계에선 프로젝트 수주면에선 SAP코리아가 앞섰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실제로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인 뒤라 실제 매출은 상당히 저조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한국오라클에 뺏긴 프로젝트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정보통신부다. 정통부 우정사업본부가 1백17억원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ERP 구축 프로젝트는 한국오라클이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에 SAP는 삼성SDS와 손을 잡고 들어갔지만 판정패를 당했다. SAP컨소시엄측에선 실패의 원인을 한국오라클 협력사인 LG-EDS시스템이 이미 지난해부터 정보통신부와 관련 파일럿(시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프로젝트 경쟁력에서 SAP가 앞서는 단적인 증거는 전통적으로 한국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로 텃밭을 일군 LG 그룹에 진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SAP코리아는 LG화학에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 외에도 LG칼텍스, LG패션 등을 수주해 오라클 진영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상대편 프로젝트 가로채는 ‘윈백’ 사례도또 최근에는 한국오라클이 수주한 프로젝트를 다시 가져오는 ‘윈백(Win-Back)’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 ERP 솔루션으로 오라클을 선정해 구축하다 올 9월 전격적으로 SAP 솔루션으로 바꿨다. 최사장은 “제일제당이 오라클 솔루션은 맞지 않아 SAP로 바꾸기로 했다”며 “가격도 1차 제안 때보다 더 많이 받고 계약했다”고 자랑한다. 이는 SAP가 전통적으로 제조업종에 많은 사례를 축적하고 경험을 갖고 있는 데 기인한다. 특히 칼텍스 등의 화학업종의 사례 등이 다양하다.한국오라클은 전통적으로 금융 업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SAP는 일부 은행으로부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비해 오라클은 금융 고객사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해 SAP코리아는 제조분야에 강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