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에 유통가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높은 성장세 때문이다. 국내 TV홈쇼핑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LG홈쇼핑의 경우 개국 이듬해 1백5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올해 1조5백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CJ39쇼핑도 올 목표를 지난해 보다 3천3백억원 가까이 증가한 7천5백억원 수준으로 잡고 있다. 96년 3백42억원이던 ‘그저 그런’ 시장이 5년만에 1조8천억원 시장으로 53배나 커진 셈이다.선발 2개 업체의 성장세가 폭발적인 데다 신규 3개 사업자가 사업 전개를 본격화해 앞으로도 TV홈쇼핑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현대투신증권 리서치센터 박진 연구위원은 “중계유선 가입 가구의 증가, 위성방송 시작 등으로 매년 1백만~1백50만 가구가 홈쇼핑 채널 신규 시청자로 편입될 것”이라고 밝히고 “가구수 증가분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향후 수년간 매년 5천억원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석은 시청 가구당 구매단가를 30만원 선으로 잡았을 때 나온 결과로 단가 상승을 감안하면 매출 성장세는 이를 훨씬 웃돈다는 이야기다.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시장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선발업체의 점유율이 절대적이어서 신생업체가 제 몫의 파이를 차지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송출 권한을 가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확보가 만만치 않아 자금력이 약한 신생업체는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농수산TV3개 신규 사업자 가운데 가장 먼저 방송을 시작한 곳은 농수산TV. 9월1일 개국한 후 하루 평균 4억~5억원 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이 회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점에 다른 홈쇼핑과 차별을 뒀다. 개국 첫날엔 전국에서 올라 온 햅쌀 1천1백여 가마 2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전국 지자체, 농어민과 연계해 최고 품질의 지역특산물을 공급한다는 게 중심 전략.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농수산물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있다.농수산TV는 인력구성에서 타 업체와 구별된다. 이길재 회장은 66년 가톨릭농민회를 조직해 6년간 회장을 역임한 농민운동가 출신. 김수혁 사장은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 조직에 견인차 역할을 한 인물이다. 또 판매상품의 80%를 차지하는 식품분야를 특화하기 위해 기존 TV홈쇼핑 업체와 백화점 식품팀에서 전문MD를 대거 영입했다.최근엔 사업확대를 위해 자본금 증자를 결의했다. 현재 2백억원에서 3백억원으로 증자하는 한편 내년 초에는 6백억원으로 추가 증자한다는 계획이다.올 연말까지 매출 목표는 7백억원. 내년 상반기에는 하루 10억원대 매출을 달성, 개국 6개월 만에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우리홈쇼핑우리홈쇼핑은 업계 최초의 다원 생방송으로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울과 부산의 스튜디오를 번갈아가며 가동하는 한편 조만간 광주 스튜디오도 오픈할 계획. 이른바 지역밀착형 TV홈쇼핑이다.이 회사는 2백50명으로 구성된 콜센터도 부산에 두고 있다. 대주주인 아이즈비전(구 부일이동통신) 사옥에 부산지사와 스튜디오가 입주해 있다. 아이즈비전은 전화기 제조업체 (주)한창의 관계사로 인터넷 쇼핑몰 등 e비즈니스가 주력사업이다.9월15일부터 시험방송을 시작, 하루 평균 2억~3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10월15일 본방송 개국 후부터는 하루 평균 8억~10억원 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에는 하루 10억원대 매출을 올려 연 3천6백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우리홈쇼핑은 선발업체와 같은 범주의 종합 홈쇼핑인 만큼 차별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슬로건은 ‘안목있는 여성을 위한 채널’.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촉 홍보활동을 펴는 한편 여성단체 및 관련기관과 함께 대대적인 공익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주수요층이 여성인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이 28.7%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홈쇼핑은 선발업체나 신생업체들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통한다. 오프라인 유통강자 가운데 유일하게 TV홈쇼핑 사업자로 선정된 데다 자금력이나 영업력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현대홈쇼핑에는 고급 백화점 이미지를 굳힌 현대백화점 외에도 갤러리아 그랜드 부산 대구 동양 송원 등 전국 8개 백화점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지점망만 30군데에 달한다. 이들이 닦아 놓은 영업 노하우와 대규모 유통망을 기반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11월1일 개국할 예정인 현대홈쇼핑은 가전 식품 등 모든 상품군을 망라하는 한편 의류 잡화 등 패션MD는 고급화 기조를 표방할 계획이다. 기존 홈쇼핑 채널에 비해 방송 편성비율도 크게 높여 고급 패션상품에 23%의 비율을 책정했다. 또 수입 화장품 등 고급 뷰티상품도 주력품목으로 설정했다.매출과 직결되는 SO 확보 면에서도 다른 신규 홈쇼핑업체를 훨씬 능가한다. 7백만 가구의 시청자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언, LG나 CJ39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7백만 가구를 확보하려면 적어도 1백10개 이상 SO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내년도 매출목표는 1천3백60억원 선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이는 사업계획서상 매출 계획이며 실제로 이보다 몇배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선발업체 움직임TV홈쇼핑을 노다지사업으로 키우다시피 한 LG홈쇼핑과 CJ39쇼핑은 외형상으로는 별 움직임이 없다. 두 업체 모두 “특별히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하지만 속내는 그렇지가 않다. 특히 ‘백화점 연합군’이나 다름없는 현대홈쇼핑 등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LG홈쇼핑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강화, TV와 카탈로그를 포함한 멀티미디어 홈쇼핑 전문기업으로 거듭난다고 발표했다. TV로 방송되는 내용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게 하고 카탈로그도 종전 2백만부에서 50만부 증가 발행하기로 했다.또 상품군별로 시장점유율 1~3위 이내 상품만 엄선하고 미국 LA와 이탈리아 밀라노에 지사를 설립, 해외상품을 현지에서 소싱한다는 전략이다. 계획대로라면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포부다.CJ39쇼핑도 5개사 경쟁체제에 대응하기 보다 차별화된 마케팅과 경영전략으로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라는 점에 주목해 상품 풀(Pool)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하고 있다.또 자체 브랜드(PB)를 강화하고 CRM(고객관계경영) 시스템 구축도 서두르고 있는 상태다. 내년에는 7백만명 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카탈로그도 3백만부로 증가 발행할 계획이다. CJ39쇼핑 조영철 사장은 “신규업체 진출로 극심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온라인 고객 비율을 높여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두 회사는 경쟁체제에 투입할 최정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하반기 들어 해외연수 등 교육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인터뷰황해룡 농수산TV 마케팅본부장“최상의 농수축산물만 팝니다”‘고객은 태양이다’.황해룡 마케팅본부장은 “고객은 왕을 넘어 태양”이라고 말한다. 태양이 없으면 만물이 죽는다는 간단한 논리다. 그만큼 고객을 받들어 모신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지금껏 소비자는 ‘맛있다’ ‘별로다’라는 느낌으로 각종 식품을 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맛과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날 거예요. 그것이 농수산TV가 추구하는 에듀케이션 마케팅입니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맛있는 사과를 고르려면 당도가 적어도 15brx(브릭스) 이상 돼야 한다는 것. 도정한 지 48시간 이내의 쌀이 가장 맛있고 쌀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신선도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사실 등. 이런 숨어 있는 지식을 소비자에게 가르치면서 동시에 최상의 상품을 판다는 게 황본부장의 에듀케이션 마케팅(Education Marketing)론이다.“고객 충성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재구매률이 66%에 달하고 소비자 반응도 참 좋아요.자신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3백배 보상’ ‘1천배 보상’을 외치지요.”농수산TV에는 까다로운 상품선정위원회가 있다. 매주 경영진과 MD가 모여 30~40개 상품을 심사하고 이 가운데 10% 정도는 탈락시킨다. 심사를 통과해도 두차례의 현장심사를 통과해야 ‘TV출연’을 할 수 있다. “최상의 농수축산물만 팝니다. 독립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홈쇼핑시장의 경쟁도 그리 두렵지 않아요. 농어민에게 수익을 리턴하니 소비자도 좋은 일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