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는 모두 TV홈쇼핑 시장 진출에 연거푸 낙방했지만 언젠가는 진출하겠다며 진출 시기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롯데와 신세계, TV홈쇼핑 진출 ‘삼수’ 할까’.2조원의 TV홈쇼핑 시장에서 롯데와 신세계는 현재 ‘강 건너 불 구경’ 신세로 전락해 있다. 두 업체 모두 TV홈쇼핑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재수까지 했지만 모두 낙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유통업계의 강자들이 그저 넋 놓고 이 시장을 놓칠 리 없다고 관측한다. 요즘 롯데와 신세계 주변에서 ‘TV홈쇼핑 신규 진출업체 인수설’이 솔솔 흘러나오는 이유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유통가에선 롯데가 신세계보다 TV홈쇼핑에 더욱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롯데가 신규 TV홈쇼핑 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루머나 롯데 직원들이 비밀리에 해외 TV홈쇼핑 업체들을 돌며 성공 노하우를 연구한다는 소문 등이 유통가에 퍼져 있어서다. 증권가의 유통분야 전문가는 “TV홈쇼핑 시장에 곧 5개 업체가 경쟁을 하겠지만 뒤쳐지는 업체가 있을 것”이며 “롯데가 이들 중 한 곳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유통업계 강자 롯데, TV홈쇼핑에 애착이런 분석의 배경에는 신규 홈쇼핑 업체의 주주들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홈쇼핑 시장에서 이익이 날 때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홈쇼핑이나 CJ39쇼핑만 봐도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컨대 이들 홈쇼핑업체들은 지역 케이블TV 송신업체들(SO)에 연간 4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이들을 관리한다. 전국에 70여개가 넘는 SO들을 감안하면 연간 광고비는 2백80억원에 달한다. 신규 홈쇼핑업체들도 지역 SO들에 더 좋은 채널을 할당받기 위해서는 이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처럼 간접비용까지 계산하면 신규 진출 업체들이 투자해야 할 자금은 적지 않다.투자 자금이 막대하게 들어갈 것으로 보이자 일부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은 추가 출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TV홈쇼핑의 주주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회사 자체내에 유동성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TV홈쇼핑 입찰에 참가한 모든 업체들은 3년내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기 때문에 섣불리 컨소시엄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 이를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3년내 매각할 수는 없지만 장부에만 기록하지 않고 이면 계약을 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5% 미만 소액주주들은 어느 곳이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롯데가 이를 노린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이에 TV홈쇼핑 관계자는 “3년 동안 지분을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타업체 인수는 불가능하다. 아직 어떤 업체도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루머의 주인공인 롯데 관계자도 “인수는 생각지도 않는다. 법을 어겨가면서 어떻게 인수를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3년 뒤에나 생각해 볼 문제”라고 세간의 소문을 부인했다.롯데는 최근 해태음료 입찰전을 제외하면 번번히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롯데캐피탈을 통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하다. 또 롯데삼강은 1천9백억원을 들여 신동방을 인수하려고 했다가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99년엔 카스맥주를 인수하려다 막판에 두산에 넘겨주고 말았다. 뭔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그룹의 분위기가 산다는 것이 롯데 내부의 표정이다.신세계, 위성방송 통한 우회 진출 검토신세계 주변 역시 신규 홈쇼핑 업체 인수설이 흘러나온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TV홈쇼핑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세계는 이처럼 3년 뒤를 내다보며 진출을 검토하면서, 위성방송을 통해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것까지 검토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동양위성방송(OSB)의 TV홈쇼핑 광고방송 형태를 검토했지만 실익이 적을 것으로 보여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TV홈쇼핑 광고란 프로그램 제작자가 쇼나 드라마 중간에 내보내는 TV홈쇼핑격의 광고방송을 말한다. 신세계가 이를 검토한 이유는 오프라인 유통사업은 잘 알고 있지만 TV홈쇼핑 부분은 잘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신세계는 어떻게든 우회적인 진출을 시도하면서 기회가 오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신세계는 이처럼 홈쇼핑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편 오프라인 비즈니스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해외진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어느 한 분야라도 장악을 한다면 유통업체로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할인점은 국내 업체들과 해외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성이 다했다고 보고 중국 등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 97년 중국 상하이에 이마트 현지법인이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은 4백13억원. 이를 기반으로 이마트를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현재 40여 개에 달하는 상하이지역 유통업체 중 흑자를 내는 2개점에 신세계 상하이점이 포함돼 있다. 중국 유통시장은 백화점보다는 할인점이나 수퍼마켓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신세계의 중국 사업 전망을 밝게 한다.TV홈쇼핑 사업을 할 수 없는 롯데 역시 당분간 백화점과 할인점인 마그넷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인터넷백화점인 롯데닷컴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닷컴의 매출이 아직은 롯데백화점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보강키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 “방송은 규제대상이지만 인터넷은 아직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홈쇼핑TV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롯데와 신세계 모두 오프라인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언젠가는 홈쇼핑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하지만 진출 시기가 늦어질수록 진입장벽도 높아진다. 어떻게 시기 조절을 하면서 진출하느냐가 롯데와 신세계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