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가 5천을 눈앞에 두고 있던 지난해 3월 윌리엄 그로스(William Gross, 사진)는 이렇게 예측했다. “금리상승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주가도 끌어 내릴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미국 국민들은 소비를 줄인다. 미국 경제는 조만간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당시 주식시장의 활황에 도취돼 있던 많은 투자자들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예측은 현실로 나타났다.듀크대를 졸업하고 UCLA에서 MBA를 취득한 그로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채권매니저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돈이 자그마치 2천2백억달러에 달한다. 성장률 금리 인플레 등 거시경제의 흐름에 대한 탁월한 예측과 위험관리로 71년 핌코(PIMCO : Pacific Income Management Company)를 설립한 이래 채권운용분야에서 줄곧 상위 2~3%에 들었다.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는 98년과 2000년에 그를 최고의 채권 매니저로 선정했다.그는 90년대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기술진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기업의 자금조달이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자기가 계산한 바로는 노동생산성은 98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채권시장에도 좋지 않은 징조라고 한다. 생산성의 하락은 채권시장의 최대 악재인 인플레의 유발요인이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해서 전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됐다. 그래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으며 이는 수입품의 가격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인플레를 억제해왔다. 그러나 생산성이 기대만큼 강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이제는 반대로 미국에서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것이며 이는 달러 약세와 인플레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미국 경제 전망을 밝지 않게 보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더라도 회사채를 피했다. 대신 연방정부에서 발행하는 장기 저당채에 집중 투자해놓고 있다. 그는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을 먼저 한 다음 여기에 맞춰 채권포트폴리오를 조금씩 바꿔가는 전략을 쓴다. 젊은 시절 한때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로 블랙잭 선수로 밥벌이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자기욕심을 억제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67년에 단돈 2백달러를 들고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1만달러를 벌었다. “나는 불운이 연속해서 닥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당신이 아무리 영리하더라도 또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한 가지 아이디어에 전 재산을 배팅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그로스는 이자율의 변화추세를 이용해 채권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단기매매를 통해 가격이 저평가된 채권 쪽을 늘려가는 방식을 활용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채권 운용수익률은 8.9%로서 시장평균을 1%포인트나 상회한다. 지난 30년간 평균 수익률 역시 시장평균을 1.25%포인트 웃돈다. 작년에도 정확한 금리예측으로 연간 운용수익률이 11%에 달했다.그는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투자수익률이 높다”는 속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향후 수년간 미국의 주식이나 채권 모두 5~8%의 한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21세기에 주식투자로 매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경고한다.윌리엄 그로스의 미국경제 전망- 성장률은 향후 몇 년간 2%를 넘지 못할 것이다.- 생산성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 기업의 수익성은 낮아진다.- 실업이 늘어날 것이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