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삼 사장은 광고 예찬론자다. ‘광고는 불황의 파고도 뛰어넘는다’고 목청을 높이는 대목에선 채사장이 광고 신봉자로까지 보일 정도다. 채사장이 국내 메이저급 광고회사의 최고사령탑이기에 그의 광고예찬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는 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엔 채사장의 남다른 광고철학이 있다.“제가 늘 주장하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불황기일수록 광고 및 마케팅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해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광고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합니다.”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으레 광고비를 줄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불황기에 광고를 늘리라니 무슨 얘기인가.“제가 광고회사 사장이라고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전 미국 유수의 일간지는 불황일수록 광고비를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기업들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등 경영성과가 좋아진 것으로 보도했습니다.”실제 미국의 USA투데이는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지난해 코카콜라 질레트 IBM 등은 오히려 광고비를 늘려 순익을 20% 이상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들의 경기침체 극복 8대 전략을 제시하면서 불황기일수록 광고마케팅 비용을 꾸준히 늘리면 경기호황기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채사장의 주장이 틀린 얘기는 아닌 셈이다.광고회사를 가리켜 흔히들 유행의 첨병이라고 일컫는다. 제품 등의 히트 및 유행에 앞서 광고회사들이 그 가능성을 점치고 만들어가기 때문이다.금강기획은 올해로 18주년을 맞았다. 어찌보면 광고역사나 다름없다. 그동안 사업모델도 많이 바뀌었을 듯 싶다.“80년대는 물론이고 90년대 중반까지 거의 모든 광고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4대 매체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아직도 이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개인 PC와 인터넷 보급, 휴대폰, 디지털 위성 TV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을 통한 광고시장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최근에 급성장한 광고매체는 인터넷이다. 98년 1백20억원이었던 인터넷 광고시장이 지난해 1천2백억원 규모로 불과 2년만에 10배로 급성장했다는 게 채사장의 설명이다. 참고로 미국의 인터넷 광고 시장은 2005년 1백6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쯤 되면 광고회사들도 다양한 사업모델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일찌감치 스포츠마케팅에 투자 … 경쟁력 ‘한수위’“4대 매체를 통한 광고는 기본이고 여기에다 스포츠마케팅, 프로모션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을 하나의 일관된 전략으로 통합 운영하는 이른바 ‘통합적 마케팅전략(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 21세기 광고업계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이미 다양한 사업모델로 매출은 물론 수익을 높이고 있습니다.”채사장은 금강기획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1년 만에 스포츠마케팅 시장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별도의 독립팀을 만들어 지금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세계 도자기 엑스포’ 등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각종 이벤트들을 잔뜩 수주했거나 유치 중에 있다.채사장은 특히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월드컵 광고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월에 월드컵 TF팀을 발족시켰고 이와 연관된 많은 이벤트와 국제적인 행사에 대비해 스포츠마케팅 부문과 프로모션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이에 따라 채사장은 올해 전체 광고시장이 지난해(5조8천억원)보다 10~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금강기획의 매출은 지난해(6천4백42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6천5백23억원에 이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일찌감치 개발한 다양한 사업모델이 완충작용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채사장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는 채사장이 26년간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정공(현재 모비스) 등 ‘헤비(Heavy)’한 사업현장을 누비고 다닌 것이 뒷받침한다.소프트한 광고회사로 옮긴 후에도 현장을 찾는 일은 계속 됐다. 채사장은 광고주 영입을 위해 기업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각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니며 이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이렇게 채사장이 다닌 최고경영자 과정만 모두 7개. 지금도 성균관대학에서 정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사실 이 과정은 채사장에게 사업현장이었지만 그 덕분에 전문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채사장의 이같은 철저한 현장정신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채찍질한 데서 비롯됐다.“저는 신입사원 시절 머리가 따르지 않으면 행동이라도 빨라야 한다는 각오로 항상 30분 먼저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했습니다. 사실 저는 당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지난해 매출 1천억원, 선두권 자리매김 성공채사장은 이같은 ‘맨투맨’ 작전으로 지난해 신규 광고주들로부터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회사를 광고업계의 탄탄한 선두권 주자로 만들었다.채사장의 미래 비전은 뭘까.“회사를 단순한 광고회사가 아닌 미래형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꿈입니다. 이렇게 되면 광고기획에서부터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플래닝, 미디어 바잉, 프로모션 등 사업모델이 보다 다양해져 광고주에게 최적의 솔루션과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게 되지요.”약력1943년 충남 조치원 출생. 61년 서울 중앙고 졸업. 69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68년 현대양행 입사. 81년 현대건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83년 현대중공업 상무이사. 88년 현대정공 부사장. 91년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부사장. 93년 현대그룹 통합구매실장, 현대건설 부사장. 94년 금강기획 대표이사 사장.Profile in Mirror채수삼 사장은 멋쟁이다. 양복 색깔에 맞춰 안경을 바꿔쓸 정도다.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없이 대화한다. 최근엔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맡아 신세대 대학생들과도 자주 만난다. 올연말까지만 강의를 할 예정이지만 채사장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 대가로 학생들에겐 후한 점수를 준다고 한다.채사장의 일과를 보면 마치 대철학자 칸트를 대하는 듯하다. 새벽 4시30분에 정확하게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성경을 펴놓고 QT(Quiet Time; 성경 묵상시간)를 한다. 이를 마치자마자 인터컨티넨탈호텔로 직행,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회사로 출근한다. 이를 어기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채사장 역시 고 정주영 현대명예 회장을 존경한다. 83년 현대건설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88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물불 안가리고 뛰어 고 정명예회장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승진가도를 달렸다.채사장은 고 정명예회장이 대선패배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말수가 적어진 것을 보며 ‘심적고통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부인 김경숙씨(51)와의 사이에 아들 석완씨(28)와 딸 원경씨(25)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