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생활운동 /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윤택한 아파트 삶을 찾아서 ‘투쟁’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 사는 인구는 전국민의 53%인 2천5백20만명.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아파트 삶’을 보다 윤택하게 가꾸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대구시에서 활동중인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는 요즘 ‘고층아파트 전기요금 체계 바로잡기’를 주요 이슈로 삼고 있다. 고층아파트는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력을 고압에서 저압으로 바꿀 수 있는 수변전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도 일반용이 아닌 주택용으로 요금을 부과, 아파트마다 10~30%의 요금을 더 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전과 입주민 사이에 체결된 불공정한 전기공급 약관에서 기인하므로 근본적으로 약관을 개정, 요금체계를 개선하자는 게 핵심.전기요금체계 개선 요구지난 98년 2월 창립된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의 회원들은 주택 관련 전문가와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자 대표, 관리사무소장, 부녀회장 등 2백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0월19일에는 한전 대구지사 앞에서 요금체계 개선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오는 11월20일에는 서울 한전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특히 이날은 전기요금 체계 개선 주장에 동의하는 관련 단체들이 전국단위 대책위를 발족하기로 해 앞으로의 활동에 이목이 집중된다. 주택관리사협회, 지역 아파트연합회, 참여연대 등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운동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강현구 사무국장은 “단순히 아파트 관리비를 줄여보겠다는 운동이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전기공급 약관을 제대로 고치고 쓴 만큼만 요금을 내자는 아주 기본적인 요구”라고 밝혔다.아파트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시민단체도 있다. 지난 2월 결성된 아파트 주거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는 소음에 시달리던 일반인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순식간에 회원수가 3천여명으로 불어났다.용인시 어느 아파트에 살면서 윗집에서 나는 심한 소음에 시달리다가 시민운동에 나선 홍성표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시민운동가가 된 케이스다.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할 겸 한 일간신문에 기고한 소음문제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아예 모임을 결성한 것. 윗층 소음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주부부터 부실 시공으로 다른 아파트에 비해 훨씬 심한 소음에 시달린다는 회사원까지 회원 가입 신청이 줄을 이었다. 현재는 1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상담과 연구를 맡고 있다. 특히 11월부터 전국으로 조직을 확대, 광주광역시와 경남·경북본부를 개설할 예정이다.소음방지 시공법 도입 건설사에 요구이 단체의 요즘 이슈는 ‘소음 규제법’ 제정.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과 함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선진국들의 소음 기준인 40~50db에 맞춰 소음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여 보자는 의도다. 홍대표는 “공동체 생활 예절을 확산시키고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주택건설업체를 상대로 아파트 설계 때부터 소음방지 시공법을 도입하라는 요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이밖에 경실련 참여연대 YMCA 등에서도 아파트 및 마을 공동체 운동을 펴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권리국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 월세 이율 제한 등의 이슈를 가지고 지속적인 정책토론회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각 지역 시민단체가 연합해 운영하는 아파트 시민학교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인의식 고취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각종 아파트 관련 상식 보급과 시공 하자, 엘리베이터 사고, 관리비 유용 비리 등이 주된 관심사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이동전화요금 인하운동 / 정보통신 소비자 권익찾기 시민행동휴대폰 요금 40% 인하 때까지 ‘전진’“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정보통신은 그동안 전문적인 분야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권리가 무시돼 온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정보를 정부와 사업자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정보통신과 관련, 소비자 주권 찾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정보통신소비자권익찾기시민행동’의 제진수 사무국장은 정보통신분야 소비자 주권 운동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휴대폰 이용자수가 현재 국내 인구 절반에 가까운 2천8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업자들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의 권리는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독점체제를 흔들만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소비자 단체로 구성된 한 작은 NGO가 정부와 사업자라는 ‘골리앗’에 충격을 가한 것. 전국주부클럽연합회, 전국YMCA지부 등 23개 단체가 모인 정보통신소비자권익찾기시민행동(이하 통신소비자시민행동)이 참여연대와 함께 정보통신부로부터 휴대폰 요금 8.3% 인하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기존 요구 사항인 40% 인하를 달성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정보통신 관련, 소비자 주권 찾기 최선제진수 사무국장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흑자를 내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들 여력만으로 20% 인하가 가능하고 또 정보통신부가 업체들로부터 받은 출연금, 전파사용료 등의 준조세형태의 기금으로도 20% 인하할 수 있다”며 “이번 인하는 소비자운동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40% 인하가 확정될 때까지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통신소비자시민행동은 정보통신 관련 소비자 주권은 정통부로부터 얻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보통신 산업 관련 이권의 칼자루를 정통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 비대칭 규제 철폐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삼았다.제사무국장은 “비대칭규제는 후발업체(LGT)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후발업체에 맞춘 요금인하, 기존 선발업체에서 제공하던 요금할인 선택요금제 등이 없어지게 되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휴대폰 요금인하 운동은 99년부터 일부 시민단체에서 진행돼 오다가 올해 9월 발족한 통신소비자시민행동과 참여연대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급진전됐다.거대 NGO인 참여연대는 현재 이동통신 요금인하 1백만인 물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진보네트워크가 주로 정보검열, 인터넷등급제도 폐지 등 소수 계층에 집중돼 있는 정보 독점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이승재 기자 sj@kbizweek.com자동차결함 보상운동 / 안티 카렌스차량 공개리콜 이끌며 결함 보상 한몫“신차를 구입한 지 한달쯤 됐을까요, 고속도로 주행 중에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린 겁니다. 다행히 주변에 차량이 없어 큰 사고는 모면했습니다만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어요. 그 뒤 6개월 동안 정비업소에 12번이나 들락거렸습니다. 지금도 운전대를 잡으면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자동차 안티사이트 ‘안티 카렌스(www.anticarens.co.kr)의 운영자 양인철씨(29)는 새차를 구입한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는커녕 운전대에 앉으면 공포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정차 중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거나 주행 중 기아를 중립에 놓으면 시동이 꺼져버렸다.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면 그야말로 ‘사망 아니면 중상’이 아닌가. 우연히 고등학교 교사인 고성택씨(43)가 개설한 ‘안티 카렌스’에 들린 그는 자기와 같은 경우를 당한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고 적극 참여했다. 결국 고씨가 개인 사정으로 사이트 운영을 포기하자 대신 맡는 열정을 보였다.‘안티 카렌스’는 지난해 9월과 올 1월 기아자동차의 주력차종인 ‘카렌스2000di’에 대해 자동차 회사로부터 두 번의 공개 리콜을 이끌어냈다. 사이트 게시판에는 1천여건의 의견이 올라올 정도로 카렌스를 가진 소비자들의 열렬한 호응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기아자동차 본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일 정도로 결속력이 탄탄했기 때문. 결국 쉬쉬하던 기아자동차가 두 손을 들고 리콜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안티 카렌스’는 현재 무상수리 기간을 2년(4만km)에서 3년(6만km)으로 늘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양씨는 “리콜을 받은 차도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무상수리 기간이 끝나면 결함으로 인한 수리를 유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상수리 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처럼 자동차 결함보상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안티 사이트는 자동차 고객이 자동차 회사와 특정 차종에 대해 피해사례와 문제점을 마음껏 지적할 수 있도록 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활발하게 활동했던 ‘안티 트라제(www.antitrajet.com)’ 역시 해당 차량의 리콜을 이끌어냈으며, 자동차문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 10년타기 운동연합(www.carten.co.kr)’도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를 모아 건설교통부에 10여 차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자동차결함 보상운동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자동차 전문지식 부족이 고민이들 작은 NGO의 고민은 자동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티 카렌스’의 경우도 올 초 법정소송을 준비했지만 전담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카렌스 동호회인 아공젖(아빠의 공갈젖·www.carens.net)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충익씨(46)는 “자동차 전문가들이 대다수 자동차 회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도움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안티 모임은 적지 않은 한계점도 드러내고 있다. 주로 인터넷상으로 활동이 전개되다보니 결속력이 약하고 자동차 회사의 방해책동에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4사별로 안티 코너를 마련한 종합 사이트인 안티카(www.anticar.co.kr), 기아자동차를 소유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안티 기아(www.antikia.systek.co.kr), 트라제 리콜을 유도한 안티트라제 등의 사이트는 현재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본부’ 강동윤 실장은 “동호회 차원의 모임들이 자동차 회사들의 지원을 받거나 공동구매 등을 통해 수익이 발생해 이권다툼이 일어나면서 아예 활동을 중단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안티 카렌스’의 양씨도 “자신의 자동차 결함을 보상받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후 문제가 해결되자 곧바로 손을 뗀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아쉬워했다.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