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제금융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들은 재테크에 대해서 관심이 가장 적은 국민들로 나타났다. 아마 이같은 조사결과는 그만큼 미국 경제시스템이 안정돼 있고 재테크의 필요성을 못느낄 정도로 신용사회가 정착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경제시스템이 안정됨에 따라 재테크의 기본수단으로 들고 있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투자, 금융기관의 각종 금융상품 등 재테크 수단별로 평균적인 기대예상 수익률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재테크 수단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상태다.다시 말해 개도국처럼 경제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음에 따라 잘만 하면 한몫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적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신용사회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개인들이 신용만 잘 유지하고 있으면 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 미 국민들이 재테크에 대한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대부분 미 국민들이 재테크 대상으로 관심을 두는 것은 우리처럼 단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후나 퇴직 이후의 안정적인 생활에 우선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점이다.따라서 최근 몇 년간 미국인들 사이에 크게 늘고 있는 주식 투자도 현재 미국 국민들의 약 75% 정도가 주식을 보유, 대중민주주의가 아니라 주식민주주의라 불릴 만큼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처럼 단순한 시세차익이 아니라 투자한 기업이 성장해 노후에 투자이익을 실현해 줄 수 있는 관점에서 주식투자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그야말로 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이 충실해져 투자한 기업과 미국경제의 성장, 그리고 개인들의 건전한 재산 형성간의 선순환 고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미국경제의 강점이다. 주식투자 이외에는 보험이나 연기금 같은 퇴직 이후의 안정적인 소득보장과 직결되는 재테크 수단에 관심이 높은 것이 미 국민들의 재테크 성향이다.미 국민들의 이같은 재테크 성향은 미국경제가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되는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미 국민들의 노후를 겨냥한 재테크 성향은 기업들의 장기자금 조달을 가능케 하고 이 자금을 활용해 기업들이 성장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미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감에 따라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미 국민들의 재테크 성향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실생활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테크는 은퇴 이후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됨에 따라 핵가족화를 촉진시키면서 실버(Silver)산업이 발전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굳이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없기 때문이다.일본반면 일본 국민들의 재테크 성향은 미 국민들과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간다’는 식으로 철저히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80년대 후반까지 고도성장기에는 부동산을 가장 선호했다. 이런 것이 90년대 들어 부동산을 중심으로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금리(콜금리)가 제로 수준에 이를 만큼 낮아짐에 따라 부동산에서 채권으로 재테크의 주수단이 바뀌었다.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채권 주식 등 모든 면에서 재테크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소득이 발생하면 무조건 금융기관에 저축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기관에 저축한다는 것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산이 증가되기 때문에 미덕이 될 지 모르지만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는 저축한 만큼 덜 쓰기 때문에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이론으로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졌다는 표현을 쓴다.대외적으로 일본 경제가 한창 좋을 때는 일본 국민들이 자국내에서 부동산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을 많이 매입했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이익을 많이 냈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그렇게 재미를 못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환율요인, 다시 말하면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일본이 미국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던 80년대 중반에 엔/달러 환율은 3백60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1백20엔으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3분의 1 정도 손해본 셈이다.이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본내 재테크 수단에 치중함에 따라 재테크에 있어서도 국수주의와 우경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무조건 저축하는 성향, 재테크의 국수주의 혹은, 우경화 경향은 최근의 일본경제 침체를 장기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현재 일본소득(GDP)의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6%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일본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제는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보다는 민간소비가 관건이라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이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이 무조건 저축하는 재테크 성향은 일본경제 전체로 봐서는 총수요가 감소돼 경기를 오히려 침체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소위 ‘저축의 역설(Saving’s Paradox)’이 작용하는 셈이다.현재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 차원에서 민간소비 촉진을 위해 금리를 내린다든가 소득이전 차원에서 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불행히도 일본 국민들의 재테크 성향을 바꾸면서 민간소비를 늘려야 하는 이런 조치들은 경기회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유럽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민들이 재테크에 대해서 인식하게 된 때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80년대까지는 연금을 비롯한 과도한 사회보장비 부담 때문에 재테크 할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사회보장제도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잘 갖춰져 있어 보통 선진국 국민들이 재테크하는 주목적인 노후를 위한 재테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문제는 90년대는 경기침체와 장기간 지속된 고실업으로 연금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파산이 잇따르고 미국 증시가 나스닥을 중심으로 급등함에 따라 주식을 비롯한 재테크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이 지속된 점도 유럽 국민들에게 재테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현재 유럽 국민들은 재테크의 필요성을 인식해 주식보유 비중을 갈수록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보수적이다. 재테크를 할 경우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데 이는 돈놀이, 즉 이자를 죄악시하는 기독교 사상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아이러니컬한 현상은 다른 지역과 달리 유럽 국민들은 예술품과 같은 골동품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여러 가지 시각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그만큼 수급요인이나 가치적인 측면에서 예술품이 재테크 대상이 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결국 유럽 국민들의 이런 재테크 성향은 안정적인 유럽경제, 각종 환경변화에 덜 민감한 경제로 만들고 있다. 기업 연령을 따져 볼 때 유럽 기업들이 다른 어떤 국가에 속한 기업들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 있다.한국한국 국민들의 재테크 성향은 어떤가. 일단 국제금융기관들이 바라보는 한국 국민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재테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재테크 환경변화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한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한국 국민들의 재테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62년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한 이래로 평균 5%가 넘는 고도성장에 따라 재테크 대상으로 부동산과 금융기관의 저축에 대한 인식이 강했다.물론 시기적으로 70년대 후반 건설주 파동, 80년대 후반 ‘3저’ 혜택에 따라 주식도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됐으나 대중화되지는 못했다.그러던 것이 IMF시대를 맞아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재테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재테크 수단별로 수익률이 조금만 변해도 대규모로 자금이 이동된다.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수단별로 이동이 빠를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종목을 교체하는 거래회전율도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한국내에서 영업하는 국제금융기관들은 이런 재테크 환경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환경과 수익기반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는 위기요인으로 보고 있으나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으면 어느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요인으로 보고 있다.한국 국민들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데는 경제환경과 국민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일상 경제생활에 안전성과 예측력이 보장되지 못하고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경제외적으로 북한과의 대치라는 기본적이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정치권 불안, 잦은 제도변경 등으로 불안감이 상존해 있는 상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모든 분야에 걸쳐서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데다 경제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함에 따라 대외환경 변화에 항상 흔들리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한국 국민들의 국민성도 ‘돈이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돈에 대한 지상주의가 팽팽한 상황에서 그에 상승하는 돈에 대한 윤리가 확보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어진 여건에 대한 객관적 안목과 정확한 예측없이 ‘남이 좋다고 하면 무조건 쫓아가는 부화뇌동 심리’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외형상 높게 나오는 배경이다.전문가들은 한국 국민들의 이런 재테크 성향 때문에 한국 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항상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은 불안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적정수준 이상으로 현금을 보유하는 등 불필요한 기회비용이 많아 오히려 경제에 부담이 돼 왔다.따라서 한국의 건전한 재테크 환경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시스템을 확보해 재테크 수단별로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고 예측 가능한 기반이 마련돼야 가능할 것으로 국제금융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결국 주요국 국민들의 재테크 성향은 각국이 처해 있는 여건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경제성장 패턴을 결정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 재테크를 모든 변수의 영향이 감안되는 ‘종합 예술품’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속담으로 본 나라별 투자성향● 미국 -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유럽 - 이왕이면 다홍치마 … 예술품이 좋아!● 일본 -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 한국 - 돈이라면 뭐든지 … 못 먹어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