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내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행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도박공화국’이라는 반갑지 않은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국가세수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사행산업의 순기능보다는 도박꾼 양산, 사행심 조장, 가정파탄 등의 역기능이 훨씬 크게 나타나면서 사행산업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우리나라에서 사행산업은 ‘복마전’ ‘패가망신의 장소’ 등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이는 1922년 일본에 의해 처음 시행된 경마가 민심무마를 위한 우민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28일에는 국내 유일한 내국인 출입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가 문을 열면서 사행산업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폐광지역의 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개장한 강원랜드 카지노는 지난 상반기에만 1천억원대의 각종 기금과 세금을 납부했고 1천3백여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됐으며 하루 평균 2천5백명에 이르는 고객이 찾아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순기능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강원랜드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한번 방문할 때 베팅하는 금액이 지난해 2백90만원으로, 경마(37만원)나 경륜(35만원)보다 무려 8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베팅금액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마 경륜보다 훨씬 많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것이고 도박꾼들을 많이 양산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4월에는 경륜보다 사행성이 강한 경정(모터보트 경주)이 시행되고 하반기에는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온라인 복권인 로또(Lotto)가 도입될 전망이다.역사적으로 사행산업은 금지와 탄압의 역사로 점철돼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국에서 갬블링에 대한 태도가 관용적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갬블링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됐기보다는 국가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사행심은 모든 인간에 내재돼 있는 심리중의 하나로, 국가는 이를 무조건 억제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허용하면서 사행심을 이용해 국가세수를 늘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앞으로 국내 사행산업이 국민들 속에 건전한 게임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행산업을 시행하는 사업체와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선 사행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에서는 급속히 성장하는 사행산업을 적절히 규제하는 사행산업규제위원회(가칭)를 설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는 도박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행산업을 감독하는 동시에 새로 사행산업에 진출하는 업체들을 엄격히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베팅 한도 제어하는 전산시스템 시급두번째로 1인당 베팅 한도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현재 1인당 베팅한도는 경마가 10만원, 경륜이 5만원임에도 불구하고 한사람이 수 백만원씩 베팅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현재 1인당 베팅한도를 준수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1인당 베팅한도를 서서히 축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1백원짜리 슬롯머신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세번째로 사행산업을 운영하는 공공단체나 지자체들이 돈벌이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나 스키장 수영장 볼링장 테마파크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종합리조트’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사행산업이 건전한 게임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갬블링을 즐기는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즉 온가족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적은 돈으로 베팅하면서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대박’을 쫓다보면 언젠가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전문가 기고 / 갬블링산업 활황 ‘찬성’“확률분석 게임 생활 활력소로 인식해야”박현수단국대 언론홍보학부 교수스포츠토토, 사회 순기능 측면 많아 … 영국·캐나다 등에선 일반화최근 스포츠토토라는 새로운 상품이 소개되고 복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리고 이제 국내 스포츠 게임의 승패를 예상하고 예상이 적중되면 행운을 준다는 이 낯선 복표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토토를 포함한 스포츠 레저 게임이나 확률분석 게임 등은 색다른 형태의 복권으로 우리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동시에 그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존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찬성에 대한 얘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반대의견의 내용을 들어보면 결국 사행심의 조장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상품이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손톱만큼의 이견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우리에게 친숙한 억대의 부정부패 사건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 국민은 도박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강원도에 문을 연 카지노에는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경마와 경륜, 그리고 각양각색 복권들은 일확천금 꿈에 부푼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도 아니면 모’식 접근은 곤란복권의 경우야 당첨되면 팔자를 고치고 안되더라도 기껏해야 회당 몇 천원 손해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나 경마나 카지노에 빠져들어 중독이 된다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이런 도박증 환자들은 결국 가산을 탕진하고 이혼 아니면 빚을 얻은 친지나 친구들에게 버림받는 등 피해를 입는다. 로토식 복권이나 경마와 같은 아날로그식 대박(Luck) 비즈니스의 병폐는 이처럼 ‘도 아니면 모’ ‘All or Nothing’이라는 극단적 이기심이 내포된 상품구조에서 비롯된다.그러나 스포츠토토의 경우는 위에 나열한 예와는 다르다. 그 몇 가지 이유로 먼저 탄생 배경의 공익성을 들 수 있다. 로또(숫자맞추기) 형태의 다른 복권이 고객들에게 동기화(Motivation)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행운인데 비해 새로 등장한 토토는 개인의 행운보다는 ‘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요시한다. 가까이는 내년 5월31일 시작되는 월드컵 행사에 대한 기여이며 멀리는 미래 스포츠 꿈나무들에 대한 기여다. 일본에 비해 뒤떨어진 우리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높이고 낙후된 유소년 축구 지원과 축구 꿈나무들의 훈련을 위한 잔디구장 제공 등이 그것이다. 즉, 개인의 행운보다는 ‘스포츠가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토토가 존재하는 이유다.두번째 이유는 참여하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도박이 아닌 게임이라는 점이다. 스포츠토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 경기 팀을 알아야 하고 소속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해야 한다. 감독의 용병술과 경기 당일의 일기예보까지도 예의주시하며 사전지식을 더해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소설가 고원정씨는 어느 신문 고정 컬럼을 통해 “분명히 토토는 재미있었다. 우선 그 설레는 기대감이 좋았고 경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중략) 일종의 두뇌게임을 하는 묘미, 은근히 자신의 축구상식을 과시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었다…”며 스스로 축구팬이자 토토팬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사서 일주일 동안 막연한 행운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구매 전부터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재미, 그리고 대상 경기가 열리는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나 감독 못지않게 스포츠에 동화되는 경험을 제공한다.스포츠는 그 자체로서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큰 활력소가 되고 공동체를 묶는 단단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축구든 농구든 스포츠가 즐겁다는 것은 그 나라 국민의 에너지가 건강하게 발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이 스포츠를 더욱 즐겁게 하는 스포츠토토류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