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닷컴기업 붐이 한창 일었을 때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쏠쏠한 재미를 봤던 것처럼 갬블링 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운영에 필요한 장비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카지노에 필요한 슬롯머신을 비롯해 온라인 스포츠복표사업에 쓰이는 시스템과 발매기 등이 대표적이다.국내에서 슬롯머신을 조달하는 업체는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제조업체로부터 수입해 카지노에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한미를 비롯해 케이지티(KGT), 엠지엠(MGM) 등이 대표적 수입상들이다. 지난해 강원랜드 카지노가 개장할 당시 슬로머신 등 카지노 베팅 장비업체들은 장비를 하나라도 더 납품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다.일본의 유니버셜사로부터 슬롯머신을 들여오는 한미는 강원랜드를 비롯해 거의 모든 국내 호텔 카지노에 납품했다. 현재 강원랜드에 50대를 공급했고 이에 앞서 워커힐호텔 카지노에 59대, 제주그랜드호텔 카지노에 50대 등 2백대가 넘는 슬롯머신을 들여 놓았다.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전만 해도 슬롯머신 공급업체 빅3 중 가장 많은 공급량을 자랑했다.지난해 강원랜드 카지노가 보유한 4백80대의 슬로머신 중 무려 3백20대나 공급하면서 한미를 제치고 국내 슬롯머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KGT는 미국 IGT사로부터 슬롯머신을 수입한다. 현재 강원랜드에 공급한 슬롯머신과 워커힐호텔 카지노에 공급한 36대, 제주크라운프라자호텔 카지노에 들여놓은 50대를 모두 합하면 4백대가 넘는다.KGT가 강원랜드에 경쟁업체보다 훨씬 많은 물량의 슬롯머신을 납품하게 된 것은 각사가 취급하는 슬롯머신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IGT사의 제품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일본계 회사인 MGM은 미국 벨리사의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강원랜드 카지노에 1백대, 제주KAL호텔 카지노와 워커힐호텔 카지노에 각각 20대씩 공급해 놓았다.외국산 슬롯머신 업체들 시장 장악국내에도 슬롯머신 제조업체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국산 슬롯머신 제작업체인 청룡의 경우 수년전부터 제품 개발에 착수해 현재 지폐나 주화인식기를 장착한 수십대 정도의 슬롯머신을 생산해 놓았다. 그동안 강원랜드 카지노와 호텔 카지노 등을 대상으로 계속 판로를 개척해왔다. 외국업체의 기세에 밀려 아직 이렇다할 실적은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또다른 국산 슬롯머신 제조업체인 마이다스는 강원랜드에 10대의 슬롯머신을 납품했지만 불량이 생겨 폐기되면서 회사가 부도났다.슬롯머신 한 대 가격은 1천5백만~3천만원 정도. 거의 수입품이기 때문에 특소세 적용 대상 품목으로 분류된 탓에 부가세를 빼고도 53%가 넘는 세금이 부과된다.외국산 슬롯머신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업체들로선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국내 몇몇 호텔 카지노를 보고 채산성이 없는 아이템에 섣불리 개발비를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서다.복표 발매기 '칼립소-LT'게다가 카지노에서 슬롯머신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는 ‘조작 가능성’을 의심해 쉽게 국산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것도 슬롯머신 국산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외국업체는 물론 몇몇 국내 업체들도 내년 10월쯤 개장될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에 큰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강원랜드측이 새로 문을 여는 메인 카지노에 1천5백대 정도의 슬롯머신을 들여놓을 계획이어서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앞으로 슬롯머신 외에도 비디오 게임머신과 국내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동남아 카지노용 경마머신, 룰렛머신 등에서도 수요가 생길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카지노의 주요 장비가 슬롯머신이라면 온라인 복표에 필요한 발매기 등의 시스템이 핵심장비가 된다. 한국타이거풀스가 최근 국내 최초로 온라인 축구복표사업을 시행하면서 발매기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장비 시장이 유망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현재 한국타이거풀스가 전국 편의점 등에 설치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복표 발매기는 3천대. 올 연말까지 5천대, 내년 월드컵경기전까지 7천대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물량을 댈 수 있는 생산 업체를 찾고 있다.대표적 발매기 제조업체는 삼보컴퓨터. 이미 지난해부터 이탈리아의 스포츠베팅 전문업체인 스나이(SNAI)사와 기술제휴한 상태다. 스나이사와 공동 지분 참여로 ‘트라이젬 스나이(TRIGEM-SNAI)’사를 설립해 앞으로 유럽에서 필요로 하는 연간 3만대 정도의 스포츠 베팅용 발매기를 생산할 계획이다.현재 한국타이거풀스에 납품한 복표단말기 3천대는 삼보컴퓨터의 POS사업부가 분사한 벨크리텍이 삼보컴퓨터에 OEM 방식으로 생산을 맡겨 납품했던 것이다. 삼보컴퓨터는 지난 8월엔 스포츠 복표단말기를 주문 제작해 중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일본의 ECR/PC POS 전문업체인 옴론(OMRON)사와 계약을 맺고 중국 복표발매기(모델명 칼립소-LT)를 앞으로 5년간 4만~5만대 공급키로 했다. 중국 수출용 복표단말기는 삼보컴퓨터의 차세대PC전용 공장인 삼보안산2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98년엔 영국에도 복표단말기를 수출한 적이 있다.체육복표용 개인휴대단말기(PDA)도 나올 전망이다. 중앙소프트는 무선 데이터통신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장외기업 큐엠텔을 흡수합병해 PDA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무선 모뎀을 장착한 체육복표용 PDA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벨크리텍의 안언기 과장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도박이 합법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복표발매기 수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국산 슬로머신 제작업체들은 외국업체의 기세에 밀리고는 있지만 꾸준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단말기뿐 아니라 복표시스템에 들어가는 각종 소프트웨어(SW) 등도 각광받는다. 현재 피코소프트는 복표사업 시스템을 개발해 타이거풀스에 25억원어치를 납품했다. 엔에스텍도 발매기 운용 SW를 공급했다. 이와 함께 복표 매수가 늘면 복표인쇄시스템 역시 특수를 누릴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각종 복권은 대한매일신보사에서 분사한 KD미디어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