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개척 시대 ‘골드러시’ 바람이 뜨거울 때 정작 돈 번 사람은 청바지 제조업자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21세기 이동통신 모바일 바람이 뜨거운 가운데 청바지 제조업자처럼 쏠쏠한 재미를 보는 업종이 있다. 바로 계측기 렌털(임대)기업들이다.렌털(Rental)업은 말 그대로 장비를 빌려주는 사업이다.정보통신용 계측기는 카렌털사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임대활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 특히 정보통신 분야는 개발주기와 제품의 사이클(수명)이 짧아지면서 각종 계측기 및 시험 장비들이 렌털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계측기 공급업체들은 렌털사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컴퓨터, 통신기지국장비, 각종 계측기 등 고가 장비를 임대 공급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사는 것보다 빌리는 것이 이익IT나 이동통신 관련 산업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른 계측기나 테스트 장비의 라이프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이에 비해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을 생산 판매해야 하는 기업 고객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도 이를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장비를 또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명이 다한 중고 물건을 처분해야 하는 고가의 신장비를 구매하는 데 부담도 있다.이 경우 기업 고객들은 전문 렌털 업체들로부터 장비를 저렴한 임대료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렌털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장비를 사용한 후 반납하거나 재연장할 수 있다. 이밖에 사용기간 만료 후에 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제도다.특히 재무상으로는 장비가 자산이나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임대료를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감가상각에 따른 처리나 세금 관련 업무를 따로 추진할 필요가 없다.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즈니스 모델한국HP에서 분사한 계측기 전문업체인 한국애질런트는 이러한 렌털 시스템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기업 중의 하나이다.애질런트가 공급하는 계측기들은 수천만원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들. 통신장비 개발업체와 연구소들은 신제품 개발에 성능을 테스트하고 시험해보는 장비에 수천만원 혹은 수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또 계측기들의 수명도 짧다.애질런트는 렌털서비스업체와 손잡고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계측기 회사는 기술력을 공급하고 렌털사는 자금력을 동원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애질런트로부터 장비를 구입해 기업고객에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센텔의 반채운 부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원마이크로웨이브 삼호통신공업 중앙시스템 등에 계측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고객들은 임대장비를 이용해 통신필터나 모듈, GPS(위성추적장치) 안테나, 중소중계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한국렌털 최병두 부장은 “항상 첨단만을 연구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이를 검증하는 기기들의 수명이 매우 짧다. 이 때문에 반복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의 계측기 시험장비를 구매하기 보다 장비를 렌털해 이용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이익이다.특히 단기간에 결과를 내야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연구기간에만 임대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잇점을 소개했다.렌털 서비스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LG전자 삼성전자 중앙시스템 영우통신 한원 SKT 한국통신 KTF KMT 등이다. 특히 이동통신 단말기 기지국 장비 영상통신기기 개발업체들이 주요 고객들이다.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으로 누리고 있는 분야인 만큼 계측기 업체들과 렌털사들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첨단의 계측기 장비뿐만 아니라 해마다 사양이 바뀌는 노트북PC도 렌털해 사용한다.모토로라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직원들의 컴퓨터를 구매하기 보다는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2년마다 최신의 노트북PC로 교체해 준다. 물론 유지보수는 렌털업체가 맡는다.렌털 조건은 다양하다. 각각의 렌털 계약은 의뢰 업체와 렌털사간 필요에 따라 체결하게 되며 기간이나 금액 등 조건이 정해진 것은 없다. 임대 기간과 장비의 품질에 따라 차등화된다. 렌털 장비의 수명이나 회수 기간은 국내법에 준해 4~5년 정도 수준이다.표에 나온 것처럼 국내 업계는 5개 사가 활발하게 렌털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렌털 장비재고의 70%가 애질런트의 계측기가 차지하고 있다.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한국렌털의 경우 연매출은 2백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렌털시장의 규모는 연간 1천억원대로 알려졌다.89년 한국개발리스로부터 독립한 한국렌털은 현재 애질런트 어드밴티스트 텍트로닉스 등의 고가 장비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장비 임대와는 달리 벤더 파이낸싱이라는 독특한 금융기법을 적용한 서비스도 있다. 벤더 파이낸싱 전문업체인 CIT코리아는 렌털 기간이 12개월 이상인 경우에 서비스를 제공한다.이 서비스는 애질런트와 같은 제조업체가 자사의 장비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구입자금을 저리에 융자해 준다. 즉 금융적인 솔루션도 함께 제공해 주는 것이다.현재 IT 업계의 HP, IBM, 시스코 등 거의 모든 업체가 이 벤더 파이낸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상당 부분의 매출이 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기업고객들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해 장비를 구입할 수 있어 자금 운용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벤더 파이낸싱 서비스가 렌털 업체를 통한 렌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우선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최신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또한 계약기간 종료 후 고객이 장비를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기납부한 임대료를 감안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이밖에 장비가를 분납해서 살 수 있는 할부 프로그램도 있다.LSI로직DVD 핵심칩 90% 공급 ‘수입짭짤’삼성전자 LG전자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DVD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LSI로직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DVD플레이어(재생기)의 핵심 부품은 크게 3가지. 영상신호를 처리하는 중앙연산처리장치 CPU인 디코더칩세트, DVD타이틀을 작동시키는 로더, 영상을 뿌려주는 프로그레시브 스캔이다. 이 가운데 디코더칩세트는 컴퓨터의 CPU에 해당하는 제품. LSI로직은 국내 기업 생산물량의 90%를 공급하고 있다.LSI로직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물량은 연간 8백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LSI로직 코리아 칩세트인 ‘지바(ZIVA)4-5’ 시리즈가 장착된다”고 설명했다.LSI로직의 칩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원가의 7~10%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는 PC산업과 마찬가지로 핵심 칩세트를 외국업체로부터 수입한 후 이를 조립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DVD플레이어가 많이 팔릴수록 외국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셈.이에 대해 DVD업계 관계자는 “핵심 칩세트에 대한 국내 기업의 개발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어 어쩔 수 없다. 컴퓨터 CPU를 인텔로부터, 휴대폰의 핵심칩을 퀄컴에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그는 “DVD의 국산화률은 70%로 추정되고 있으며 핵심기술에 대한 개발력이 부족한 대신 생산기술과 마케팅에서 국내 전자업계가 우위에 있는 편이다. 이제는 국내 업체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 판매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하루 속히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