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취급 여전, 원활한 의사소통 통해 관계개선 모색해야
“산업자원부나 한국전력공사는 수 년째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공청회를 요청하면 거부하기 일쑤고 공식 답변을 내놓으라고 하면 같은 말만 되풀이하죠. 지금껏 속시원하고 합리적인 답변을 들어본 경우는 아예 없습니다.”고층 아파트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강현구 사무국장은 정부나 기업이 저마다의 입장부터 챙기기 때문에 기본적인 ‘대화’조차 안된다고 지적했다.한전의 경우 민영화를 앞두고 수익을 증가시켜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수 천억원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전기요금 체계 개선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 심지어 “전기 도시가스 상수도 등 에너지 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며 입을 막는 비합리적인 태도도 흔히 접한다고 말했다.여전히 시민단체는 정부나 기업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행정자치부에 NGO 담당 민관협력과가 생기고 시민단체 이벤트에 공무원들이 참여하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푸는 모습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문제 덮으려는 자세 버려야시민단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동참 인구와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나 기업의 태도는 ‘방어’와 ‘침묵’ 일색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진수 통신소비자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정부와 기업이 자기 중심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행정기관은 의사 결정기관처럼 행동하는 데다 고민을 해결하기보다 덮으려는 경향이 짙다는 말이다.비협조적인 태도도 시민단체들에겐 큰 불만거리다. 행정기관이나 기업의 담당자와 통화하려면 3~4차례 전화 바꿈은 예사다.안티 카렌스 양인철 대표는 “관할 사항이 아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는다. 자동차 결함 보상운동을 하면서 정부가 소비자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기업 입장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밝혔다.특히 ‘안티’라는 이름의 소비자 모임은 기업들에는 큰 골칫거리다. 대부분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지 못해 생겨난 모임인 만큼 적대적 관계일 수밖에 없다.‘안티 메가패스’의 경우 한때는 한국통신이 활동을 지원하는 소비자 모임이었다. 의견 개진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되면서 강제 폐쇄됐다가 안티모임으로 재결성된 케이스. 한국통신으로선 우호적 소비자 군단을 만들려다 실패한 셈이다.하지만 과거에 비해 시민단체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요구와 비판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중시하는 시민운동이 자리를 잡으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라났기 때문이다.김운호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기업, 시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라고 밝히고 “정부와 기업도 시민단체의 공익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서로의 역할을 보완하는 동반자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