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보복조치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불과 2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이긴 했지만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그렇다면 이번 미 테러와 군사보복조치는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독이었을까 아니면 약이었을까. 이 문제는 미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모든 면에서 비관적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한경BUSINESS designtimesp=21708>가 ‘전쟁이 경제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특집을 게재한 바 있다.과연 그렇게 됐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나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으로 본다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약이 되고 있는 상태다.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동반 침체되는 과정에서 9월11일 이후 미 테러와 군사보복조치가 발생함에 따라 위기감이 증폭됐고 이 과정에서 한동안 소원해져 있었던 세계 각국간의 공조체제가 다시 강화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긍정적 요인이다.뉴라운드 출범 등 긍정적 효과 커미 테러사건이 발생한 직후 테러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인하와 재정지출면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공동으로 보조를 취했다. 결국 이것이 최근 들어 세계증시 회복과 세계경기의 조기회복론이 불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동시에 테러 집단을 이 지구상에 몰아내기 위해서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한다든가 탄저병 등 생화학 무기가 반인륜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세나르 체제가 다시 강화된 것 등 경제시스템에 대한 백업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것도 긍정적 측면이다.특히 테러 사태 이후 인류공영, 세계평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뉴라운드가 출범했고 중국과 대만의 WTO가입이 만장일치로 승인될 수 있었던 것은 세계경제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커다란 사건이다.세계증시에 미친 영향도 컸다. 이미 <한경BUSINESS designtimesp=21724>의 특집에서 분석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걸프전, 그리고 가깝게는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건 이후 금리인하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세계증시의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일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최근처럼 세계증시가 상승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의 동반 금리인하로 세계 총통화(M2)증가율이 대공황 이래로 최고수준에 달할 만큼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것이 가장 큰 힘이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를 둔화시켰던 군수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재고를 소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특히 세계증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주가는 많이 오르긴 했지만 조정론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속에서도 최근 대내외 증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앞으로 경기에 대한 부담으로 몇차례 조정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미 테러와 군사보복조치에 따라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됐던 것이 소비가 둔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테러 사태와 탄저병 파문이 일어남에 따라 불안감이 높아질 경우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더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동반침체하면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GDP 기여도에 있어서 민간소비가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었다.설령 정부지출을 늘리더라도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나타난다든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민간소비나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Effect)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장기불황이 거론됐던 배경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 점에 대한 우려는 미 국민을 중심으로 애국소비운동이 전개됨에 따라 많이 완충되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민간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추가적으로 침체될 가능성보다는 주가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한편 이번 테러 사태에 따라 가장 혜택을 본 국가는 우리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테러 직후에는 미 달러화에 대해 원화만이 유일하게 약세를 보인다든가 주가하락폭이 커서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때도 있었다.다행히도 지난 10월 중순 이후 우리 경제에 대한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대외적으로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1%대로 내리고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사가 근 2년만에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대내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증시를 주도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다른 경쟁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속에 우리만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해 경제펀더멘털한 측면에서의 건전성이 부각됐다.뭐니 뭐니 해도 우리 증시와 경제가 이처럼 부각되는 데에는 이번처럼 테러와 군사보복조치가 일어날 때 다른 국가와 다르다는 차별성이 부각돼야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가 넘을 만큼 좋고 비록 완전치는 않지만 구조조정에 가시적인 경과를 거두고 있는 점, 그리고 경제펀더멘털한 측면이 부각된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미 테러와 군사보복조치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앞으로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독이 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여러 가지 현안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경제의 향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불안한 일본경제가 골칫거리로 등장미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보복조치가 마무리될 시점과 맞물려 지난 11월 중순께 그동안 잠복돼 왔던 일본 신용조합 5개사가 파산을 신청함에 따라 일본 금융시스템에 불안감이 감돌면서 일본내 자금이 이탈되고 엔/달러 환율이 1백23엔대로 상승하고 있다.현재 일본경제는 경기적인 측면이나 구조적 측면, 그리고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측면에서 모두 사면초과 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기면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이 공공연하게 붙여질 정도로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구조적 문제에 있어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도 일본 정부는 31조8천억엔으로 밝히고 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심사 과정에서 이보다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장기침체과정 속에서도 일본의 자존심을 지켜줬던 무역수지 흑자도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미국의 군사보복조치에 따른 불안감이 해소될 경우 일본경제가 세계경제의 골칫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엔화 자금을 대출받은 국내기업과 금융기관, 정부 모두가 일본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