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노인국가다. 고령자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2000년 10월 기준으로 2천2백만5천명에 달해 전체 인구 1억2천6백92만6천명의 20%에 육박할 정도다. 반면 나무로 치면 어린 묘목이랄 수 있는 15세 미만은 1천8백47만2천명 밖에 되지 않아 역피라미드의 심각한 불균형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노인이 많다 보니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 상품은 시장이 크고 수요 또한 꾸준하다. 실버 상품뿐 아니라 건강용품을 망라한 시장에서 올 한햇 동안 특히 주목받은 상품 중 하나는 단연 메디컬 체어(일명 마사지 의자)가 꼽힌다. 개당 4만~5만엔에서 20만엔 이상을 호가하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나와 있는 메디컬 체어는 값이 비싼 데다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얼어 붙은 탓에 좀처럼 관심 대상에 오르지 못했던 상품이었다.그러나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마사지 의자관련 기사가 매스컴을 장식하는 횟수가 상반기부터 부쩍 잦아지더니 연말을 앞두고는 제조업체와 기능,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는 전문 기사까지 줄이어 쏟아지고 있다. 마쓰시타, 산요 등 대형 가전업체들이 마사지 의자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이들은 이 의자가 가전 시장의 불황을 뚫어줄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고기능의 첨단 신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불황에 지친 소비자들 건강용품에 눈돌려시장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돈 씀씀이가 오그라든 상태에서도 마사지 의자가 불황을 타지 않는 것과 관련, “감원 도산 등 어두운 소식이 홍수처럼 쏟아지다 보니 오히려 그로 인한 반사적 이익을 보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차라리 마사지 의자라도 들여 놓고 작은 행복을 맛보려는 풍조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일본에서 마사지 의자의 상품 역사는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70년대 말에는 의자 속에 장착된 롤러가 등을 주물러 주는 방식의 제품이 나온 데 이어 88년 지압 타입, 98년 에어 마사지 타입 등으로 주력 제품도 꾸준히 얼굴을 바꿔왔다.하지만 일본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업체 중 하나는 십수년 이상을 이 의자 하나로만 승부해온 ‘패밀리’다. 패밀리는 품질과 기능으로 소비자들에게 평가받겠다는 상품 철학을 고집스럽게 밀어 붙이고 있다.85년 인체의 지압 포인트 검색시스템을 산학협동으로 개발해낸 데 이어 96년에는 일본 최고 수준의 오사카 마쓰우라 침술원과 손잡고 과학적 연구, 개량에 역량을 모두 쏟아 왔다.패밀리는 마쓰우라 침술원과 제휴한 후 신장, 체중이 각기 다른 1백9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어깨 위치에서 지압 포인트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압 포인트를 자동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패밀리 제품은 의자에 사람이 앉으면 광센서가 작동하면서 지압 포인트를 찾아내고 있어 정확도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증상에 따른 코스 5가지와 인체 리듬을 고려한 코스 2가지 등 8가지의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 소비자들이 사용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마사지 의자 시장은 패밀리와 마쓰시타전기, 오무론 등 3대 메이커가 매월 총 2천5백~3천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트로이카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는 가장 작아도 패밀리는 마사지 의자 시장에서 월 1천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외형 선두를 달리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시장 전문가들은 내수가 위축돼 있는 상태에서도 마사지 의자 수요에는 일단 불이 붙었다며 내년을 지켜 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요 변화와 패밀리의 선전 여부가 유독 관심을 끄는 마사지 의자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