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편의점과 수퍼마켓은 모두 도시락과 반찬을 대량 취급한다. 브랜드 파워도 강해 모든 경쟁력에서 오리진 도슈를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오리진 도슈는 굳이 편의점, 수퍼 곁에 우선적으로 점포를 낸다는 ‘반 상식’의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인생살이도 그렇지만 사업이나 장사, 스포츠에서 강한 적을 만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버거운 경쟁자를 상대로 힘겹게 승부를 벌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즈니스 일선을 뛰는 사람들은 강적과 부딪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뒤늦게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도 달갑지 않다. 하물며 강한 적을 따라 다니면서 그 옆에서 판을 벌인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강적의 밥 그릇을 뺏기는 커녕 위세에 눌려 자신의 밑천마저 고스란히 날릴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체인점 방식의 도시락, 반찬 전문기업인 ‘오리진 도슈’는 상식을 뒤집고 고정관념의틈새를 파고 들어 성공의 열매를 키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오리진 벤토’의 간판을 걸어 놓고 장사하는 이 회사는 도시락과 50여종의 반찬을 취급한다. 점포마다 24시간 쉬지 않고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며 반찬은 대부분 1g당 1.5엔씩의 가격에 무게를 달아 판다.첫 점포가 생긴 94년 3월 이후 7년 반이 지난 최근까지 점포수가 2백50개를 넘어 섰다. 2001년 3월 결산에서 2백11억엔의 매출과 15억엔의 경상이익을 기록, 사업 시작 후 최고 성적을 거둔 데 이어 내년에는 매출 2백86억엔, 경상이익 20억엔을 바라보고 있다. 또 한 차례 최고 성적을 갈아치울 것이 분명한 상태다.첫 개점 후 8년도 안된 기간 동안 점포가 연평균 30개 이상 늘어난 데다 매출과 이익 또한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외식업계가 ‘무서운 신예’로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입지가 매출 좌우” 점포확보 총력오리진 도슈가 제시하는 ‘승리의 방정식’은 점포 상품 인재 등 3가지 전략을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단연 점포 전략이다. 오리진 도슈의 야스자와 히데오 회장은 매출의 70%는 점포 입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따라서 입지를 구하는 데 가장 큰 힘을 쏟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야스자와 회장이 앞장 서 뛰고 있다.올해 말까지 모두 1백개의 점포를 신설할 예정인 이 회사는 ‘노른자위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부동산업자, 은행 등 2백여 기업과 상시 정보교환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야스자와 회장은 괜찮은 데가 있다는 보고만 올라 오면 지체 없이 현장으로 달려 간다. 1주일에 평균 3일, 하루 5~8건씩 입지를 확인하러 나가는 그는 밤이나 휴일을 가리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입지를 살피러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입지를 가장 중시한다지만 오리진 도슈가 선호하는 장소는 의외로 편의점 바로 옆이나 대형 수퍼마켓 인근 등 강자들이 버티고 서 있는 곳이다. 일본의 편의점과 수퍼마켓은 어느 점포나 모두 도시락과 반찬을 대량 취급한다. 취급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점포 브랜드 파워도 강해 모든 경쟁력에서 오리진 도슈를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오리진 도슈는 편의점, 수퍼 옆을 고집하면서 굳이 그 곁에 우선적으로 점포를 낸다는 ‘반 상식’의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고객을 끌어 모으는 집객효과에서는 편의점을 따라 갈 데가 없습니다. 편의점이야말로 유동인구가 많고 심야에도 고객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점포를 내지 않습니까? 24시간 영업을 하는 오리진 도슈에는 이만한 길목이 더 이상 없습니다. 물론 편의점에서도 도시락과 반찬을 팔지만 편의점은 일용 잡화 등 다른 상품에도 신경을 쏟아야 되니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허점을 파고 드는 겁니다. 편의점 고객들을 겨냥해 도시락과 반찬만큼은 편의점보다 더 잘 만들어 역으로 치고 나가자는 것이지요.”야스자와 회장은 편의점이 강적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자신만의 강점인 신선도와 즉석조리를 최대한 살리고 고객의 기호를 간파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면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편의점의 약점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는 따라서 편의점 옆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쟁 편의점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문닫은 편의점 부지를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대형 수퍼마켓은 주차장을 두고 있잖습니까? 고객들이 장보러 온 김에 우리 점포에 들러 반찬을 사 갈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에는 주차장을 따로 갖추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야스자와 회장은 편의점 중에서도 세븐 일레븐처럼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누리면서 집객효과가 뛰어난 곳 옆에 점포를 내는 것이 좋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강적을 따라 다니면서 ‘미 투(Me Too)’ 효과를 노리는 한편 적의 허점을 파고 들어 최대한의 실리를 거두는 게릴라식 출점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편의점 곁을 선호한다고 임대료가 비싼 곳에 덜컥 점포를 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야스자와 회장은 마진이 박한 업종이고 힘이 약한 신생회사일수록 임대료에 발목이 잡히면 안 된다고 믿고 있다. 대형 외식업체 점포들의 경우 월 임대료가 매출액의 10%를 넘는 곳이 적지 않지만 오리진 도슈는 야스자와 회장의 확고한 신념 덕분에 5% 선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오리진 도슈의 점포는 편의점, 대형 수퍼 등에서 가까우면서도 비교적 후미진 곳에 많이 들어서 있다. 외진 곳이라 해도 고객들이 찾아 오도록 잘만 개발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점포 면적도 평균 20평 크기로 대개 30평을 넘는 일반 편의점의 3분의 2에 불과, 점포 개설에서부터 물샐 틈 없는 효율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조리 후 6시간 지난 상품은 폐기 처분외식 전문가들은 오리진 도슈의 승승장구를 떠받쳐 주는 또 다른 축으로 상품을 꼽고 있다. 오리진 벤토의 간판이 걸린 점포에 들어서는 고객은 언제나 갓 만들어낸 반찬과 도시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점포 안에 주방이 설치돼 있고 직원이 24시간 작업하면서 음식을 수시로 진열대에 올려 놓기 때문이다. 음식에 방부제와 화학 첨가물을 일체 넣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해 조리 후 6시간이 지난 상품은 거둬 들여 폐기 처분한다.오리진 도슈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상품 개발에서 둔감하다는 평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품력 보강에 역점을 두고 전문가들을 다수 영입한 후 면모가 확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부터 50종의 반찬을 대상으로 매월 20%에 해당하는 10종을 신상품으로 교체해 팔고 있다. 교체 비율이 5% 안팎에 불과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 회사의 오모리 상품개발 담당 이사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도 반찬이 바뀌는 것을 고객들은 훤히 알고 있다”며 “특히 심야 매출이 10% 이상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독특한 인재 전략도 숨은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맨 파워는 정규직 사원이 아니다.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파트 타이머 종업원이다. 일선 점포는 점장 1인과 시간대별 책임자 3명이 꾸려간다. 이중 점장은 절반이 정규직이고 시간대별 책임자는 모두 파트 타이머 종업원이다. 점장이 있지만 점포 운영의 핵심 권한은 파트 타이머인 시간대별 책임자에게 맡겨져 있다.이들은 상품 발주, 식자재 관리 등을 모두 도맡아 한다. 신설 점포가 생기면 점장이나 책임자 중 한명이 자리를 옮겨 가고 기존 점포는 나머지 3명 중 한명이 점장 자리를 이어 받는다. 따라서 점장이나 책임자 중 어느 한명이 빠진다 해도 파트 타이머 책임자들이 너끈히 자리를 메꿀 수 있으니 인력 공백에 따른 업무 차질이 있을 리 없다. 파트 타이머 종업원에게도 최대한의 재량과 권한을 부여하면서 잠재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믿음의 전략인 셈이다.야스자와 회장은 ‘준비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이라는 소신을 틈날 때마다 되뇌이고 있다. 아무리 점포를 많이 늘려도 인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없지만 오리진 도슈는 언제든지 유능한 엘리트 사원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찬 한 마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