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컴덱스(COMDEX Fall 2001)는 경기 침체에다 9.11테러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물론 참가업체나 관람객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들어 업계의 어려움을 잘 나타냈다.이런 가운데서도 참가업체들이나 관람객들은 여느 해처럼 컴덱스에 온 목적을 어느 정도 이뤄내 ‘그래도 컴덱스에 오기를 잘했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볼 것이 적어 아쉬운 반면 둘러볼 기업이 적어 원하는 기업을 좀더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기업들로서도 관람객이 적은 만큼 보다 깊이 있는 얘기를 오래 나눌 수 있는 효과도 누렸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국가관이 엄청 늘었다는 점이다. 컴덱스에서 단골로 국가관을 마련해온 한국 대만 홍콩 캐나다 등은 올해에도 역시 국가관을 차린 데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국가관을 새로 차렸다.한국관 1백20여개 기업 참가 위상 돋보여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전자산업진흥회 등의 주관으로 모두 4개 구역에 걸쳐 마련된 한국관에는 1백2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규모 면에서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다른 나라 전시관을 압도해 올해 국가관에서 가장 돋보였다. 컴덱스를 주관하는 키쓰리미디어가 발간하는 ‘컴덱스 데일리’가 “이들이 선보인 첨단기술 제품은 한국엔 메모리 이상의 것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특히 컴덱스 데일리는 우수 제품으로 한국 심텍의 ‘가상사고(思考)소프트웨어’인 ‘마인드맵퍼’ 등을 소개했다.유럽 국가들의 전시관은 정부 주도란 점이 특징이었다. 특히 영국관은 2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는 데 하나는 기업이 제품을 선보인 일반 부스였던 반면 다른 하나는 정부기관인 ‘영국국제통상청’이 각 지역정부와 함께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는 기업이 아니라 17개 유력 대학이 참가했다. 국제통상청의 마케팅 담당관인 피터 맥더멋씨는 “영국의 외자 유치 목적이 고용증가에서 기술발전으로 바뀌었으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영국 대학을 참가시켰다”고 설명했다.프랑스관도 영국관과 비슷하게 구성됐다. 민간기업과 정부기관이 별도의 부스를 마련했으며 정부관은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춰 꾸몄다. 프랑스국제비즈니스개발청(UBI프랑스)의 클로드 메나드 정보기술 담당관은 “특히 북부 프랑스 지역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참가했다”며 “이곳은 컴퓨터 그래픽과 디지털 이미징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가진 대학들이 몰려 있다”고 소개했다.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외국 국가관의 경우 일부 기업의 부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관람객이 적어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반면 영국 정부관에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학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진지한 모습으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한국관은 ‘물량공세’ 덕분인지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앞으로도 올해와 같은 성공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컴덱스의 성격이 서서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제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상당부분이 인터넷으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컴덱스에서 바이어와 만나 상담하는 것보다 제품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정소프트 조영진 사장이 전략을 바꾼 이유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