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테러사건 여파로 해외 여행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허니문만큼은 꾸준히 증가 추세라는 것이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단지 결혼식을 끝내고 곧바로 떠나는 게 아니라 국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예식 때의 피로를 풀고 여행길에 오르는 게 일반적인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허니문 시즌만 되면 서울 시내 호텔의 스위트룸이 종종 이들 허니무너들로 북적댄다.이런 현상은 예전엔 없던 풍경이다. 결혼식이 끝나면 긴장이 풀리는 것도 잠깐,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공항으로 이동했고 밤새 비행기를 타고 새벽이 돼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다 보면 시차 적응도 잠깐. 성급한(?) 신랑을 달래면서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신부 입장에선 완전히 파김치가 되기 마련이다.새벽부터 신부화장이다 뭐다 해서 끼니까지 걸러가며 치른 결혼식에 처음 떠난 해외여행, 게다가 침대에서 보낸 난생처음 경험하는 부부관계까지 그야말로 하루 동안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멀리 고국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일. 어려운 시댁과 통화 후 그렇잖아도 이제나 저제나 하고 궁금해하던 친정과 통화를 시도해본다. 이런 저런 사건(?)들로 피곤해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전화 한통을 빼놓을 수는 없지…. 통화중 신호에 지쳐 잠시 뒤에 다시 걸려고 한다는 게 그만 잠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손에 들고 잤던 수화기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린 채 내려놓고 원래 일정대로 여행사에 끌려 관광을 했다. 무사히 허니문을 마친 후 드디어 마지막 날. 체크 아웃을 하려고 보니 이게 웬일. 무려 8백달러가 나온 게 아닌가.수화기가 제대로 놓이지 않아 계속 요금이 올라간 것이다. 사정을 설명하고 가이드를 불러 통역을 시키고 갖은 부탁을 다 해봤지만 요금은 예정대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어디에서 제시할 수 있을까. 정말, 뭐 이런 일이 다 있는 지.방에서 거는 전화는 편한 대신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우리 돈 1백만원이 넘는 전화요금을 지불하게 될 줄이야. 통화료보다 호텔의 서비스 차지가 더 많아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다. 전화카드를 사거나 신용카드로 공중 전화를 이용하는 게 제일 싸고 안전한 방법인 듯 싶다. 신랑신부님들 허니문 때는 전화부터 하고 침대로 가는 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