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부부들이 많이 찾는 뉴질랜드 남섬에는 우리 나라 광고에도 등장한 번지 점프대가 있다. 연예인 중 몇 사람이 이곳에 도전하는 장면이 종종 TV 프로그램에 비칠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유명세만큼 워낙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관광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지 인솔자는 몇 사람만 예약을 받는다. 이때 종종 허니문을 온 사람들 중 객기에 찬 신랑들이 손을 들곤 한다.언젠가 모 여행사에서 허니문 상품을 이용했던 신혼부부 이야기다. 늘 그렇듯 현지 인솔자가 신청자를 물었고 평소 얌전하고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짓는 신부와 함께 거드름을 피우며 관광에 참여했던 한 신랑이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손을 들었다.그는 보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참가비를 낸 다음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신부에게 걱정말라는 듯이 “이까짓 것 별것 아냐, 잘 구경하고 있어. 내 멋지게 뛰어내릴테니”라며 진행자 쪽으로 다가갔다. 영어에 능숙한 편이 아니어서 통역을 해주려 가이드가 다가갔지만 뭐, 뻔한 얘기를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기가 알아서 다 할테니 상관하지 말라고 큰소리까지 쳤다.워낙 어깨에 힘을 주고 잘난 척 하던 신랑의 행동을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가이드는 잘 됐다는 듯이 한발 뒤로 물러서서 사태를 관망해보기로 했다. 신랑은 진행자와 오랜 대화(?)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드디어 뛰어내리는 포인트에 다가갔다. 아래를 내려다본 그의 표정은 큰 소리와는 달리 사뭇 심각해보였고 카운트 다운에 들어갈 때는 너무나 공포스런 표정을 보여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뛰어내렸다.그런데 그가 뛰어내리자마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가 매달린 끈이 TV에서 본 것처럼 툭 떨어져 내린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겨우 불과 몇 미터 아래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덩달아 신부도 소리를 지르고 일행도 술렁술렁. 알고 보니 초보자인 듯 보이는 모습에 그 정도만 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그만 영어를 잘 못하는 신랑이 체면상 대충 대충 넘어갔던 것이다. 번지 점프는 강 위 몇 m까지, 바로 위까지, 어느 정도나 뛰어내릴 지 주문대로 해줬던 것이다.신랑은 기절해서 축 늘어졌고 울며 불며 매달리던 신부는 그대로 까무라쳐 버렸다. 덕분에 혼비백산한 사람은 가이드. 아무리 얄미운 신랑이긴 했지만 이런 사고가 날 줄 몰랐던 것. 평소 심장이 나쁜 사람이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도전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주검으로 끈에서 풀려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기겁을 하고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다행히 신랑신부 둘다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모험 스포츠를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할 듯. 생명보험이나 사전 서약서는 괜히 쓰는 게 아닌 것이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