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E3 전시회에서 4백70억원이라는 거대한 비용을 들여 세계 최고의 게임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의 영입을 발표해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리처드 개리엇은 울티마 시리즈를 개발하며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게임팬을 확보하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 따라서 그가 한국의 한 자그마한 벤처기업인 엔씨소프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세계 게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 게임시장의 파워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70년대 중반 전자오락실 게임기의 수입으로 태동한 국내 게임 콘텐츠는 9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최근 게임종합지원센터가 발행한 200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지난해 8천3백58억원에서 올해는 1조1백13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게임백서는 매년 적어도 20% 이상의 고공비행을 지속, 오는 2005년에는 국내 게임시장이 2조원대의 ‘황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시장규모는 어디까지나 게 임애플리케이션(패키지, 서비스, 게임기 등) 만을 계산한 금액으로 여기에 PC방 전자오락실 등의 시장규모를 합치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가 된다.업체별로는 한해 매출이 1천억원을 넘어서는 기업도 속속 탄생할 전망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일약 국내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매출 5백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까지 8백억원을 넘어서는 등 게임업체 최초로 매출 1천억원대의 신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7백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한빛소프트도 내년이면 1천억원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출 1백억원 돌파가 화제가 됐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느껴질 정도다. 이제 게임콘텐츠는 여느 문화콘텐츠와 달리 확실한 수익을 안겨줄 X콘텐츠로 자리잡았다.수출실적 쑥쑥 … 해외경쟁력 갈수록 향상국내 게임콘텐츠의 해외 경쟁력도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99년 아케이드게임(오락실 게임콘텐츠) 분야에서만 9천3백50만7천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등 전체적으로 1억7백65만7천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지난해에도 1억1백5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정부는 올해 2억달러, 2003년에는 3억달러 어치를 수출해 게임강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준비하고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많은 돈과 사람이 게임 콘텐츠로 몰리고 있다. 벤처캐피털 창투사 등 투자기관이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을 게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은 예사다. 이미 국내 게임업체는 1천여개에 달하고 한달에도 수십개의 신생업체가 생기고 있다. 최근 들어 타 분야 중견기업이 게임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게임벤처를 인수합병하거나 사업부를 신설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임콘텐츠가 21세기 최고 유망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비디오게임콘텐츠 육성 시급그러나 국내 게임콘텐츠의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아케이드 게임과 PC게임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 등 점차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게임회사들이 설립되며 과당 경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무엇보다 전세계 게임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 콘텐츠 분야에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전무하다는 점은 국내 게임 콘텐츠 산업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4백57억달러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아케이드 게임이 2백67억달러로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비디오게임이 1백38억달러로 30%를 차지한다. PC게임은 6%, 온라인게임은 5%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게임시장은 2000년을 기준으로 아케이드 61%, 온라인게임 22.9%, PC게임 13.9%, 비디오게임 1.5% 순이다.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게임 분야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차별화전략 차원에서 고무적이지만 전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디오콘솔분야에서는 국내업계가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비디오게임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셈이다.시장구조 고도화와 함께 활발한 해외진출도 급선무다. 그동안 국내 게임 콘텐츠는 철저히 내수시장 위주로 형성돼 성장의 한계에 곧 부딪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온라인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위주로 수출이 활성화되고 있기는 하나 PC게임, 아케이드게임 부문은 세계 메이저 업체들과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PC게임의 경우 내수시장 규모가 전세계 시장의 4.3%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시장만 놓고 보면 1천억원 대에 불과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20∼3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게임의 완성도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우리 업계의 고질병인 기획력과 마케팅의 부재를 타개하기 위해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차세대 플랫폼 ‘비디오 게임’X박스·PS2 대적 ‘발등의 불’지난해 전세계 비디오 게임시장 규모는 약 1백50억달러로 2백50억달러의 아케이드게임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비디오게임은 올들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출시와 일본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장을 계기로 올해도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는 2003년까지 2백45억달러 규모로 두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플랫폼이다.이처럼 비디오콘솔게임 시장은 황금기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비디오게임 시장은 아직까지도 걸음마 수준이다. 그동안 정식수입 절차를 밟지 않은 밀수품 게임기와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가 판을 치는 전형적인 ‘그레이마켓’을 형성하고 있다.따라서 국내 게임콘텐츠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은 물론 해외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비디오콘솔게임시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그레이마켓 중심으로 형성된 내수시장을 제대로 된 시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게임업체들도 시장상황이 바뀐 만큼 비디오게임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내년부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등 비디오콘솔게임기가 국내에 정식 유통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비디오 게임기에서 구동되는 게임타이틀 개발과 유통사업 부문의 파티너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X박스의 경우 디지털드림스튜디오와 판타그램인터랙티브가 퍼블리셔 서드파티 계약을 체결, 게임타이틀 개발과 유통사업권까지 확보했다. PS2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와 판타그램인터랙티브를 포함해 소프트맥스, 이소프넷, 위즈게이트, 넥슨, KRG소프트 등이 소니로부터 PS2용 게임 개발을 위한 툴킷을 넘겨받고 개발 계약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