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출판 만화 게임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파급효과가 워낙 크고 한번에 대박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라이언 킹 designtimesp=21717>은 5천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7억달러의 극장 흥행수입을 냈다. 여기에다 음반 비디오 기념품 의류 등 캐릭터상품 개발을 통해 20억달러의 부가소득을 올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99년 베스트 인물’로 선정할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포켓몬스터의 포켓몬 캐릭터 상품은 미국에서만 10억달러 이상 판매됐고 국내에서도 1천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지난 83년 만화 주인공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아기공룡 둘리’는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둘리 치약으로 이를 닦고 둘리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며 둘리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 둘리 캐릭터가 벌어들이는 연간 로열티 수입은 15억원 정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래시애니메이션 캐릭터 졸라맨은 로열티로 연간 1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캐릭터상품의 총 매출액은 연간 3백억∼4백억원 정도다.전세계 시장 1백20조원 규모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캐릭터시장 규모는 1백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된 적이 없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불법제품의 범람으로 정확한 통계조사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정확한 통계조사를 하려는 노력 또한 없었다. 이는 캐릭터가 얼마만큼 중요한 산업인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긴 것은 불과 1∼2년 전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로고나 마스코트 또는 애니메이션의 부산물쯤으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따라서 그동안 나온 일부 통계자료는 모두 추정치에 불과하다. 가령 한 정부기관이 지난 99년에 펴낸 ‘캐릭터산업 육성방안 연구’보고서는 캐릭터 시장 규모를 연간 5천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그런데 그 계산방식이 과학적이지 못하다. 5천억원이라는 추정치는 국내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월트디즈니 코리아가 국내에서 올린 매출액의 2배를 곱한 수치였다. 국내 캐릭터 시장규모는 대략 1조∼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캐릭터 업체는 대략 3백∼4백개 정도다. 그러나 이중 80%가 직원 수가 5명을 넘지 못하며 매출액도 5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국내 캐릭터산업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두CM사가 76년 월트디즈니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캐릭터를 들여온 것이 국내 첫 캐릭터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캐릭터시장이 제대로 형성된 시기는 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탄생을 계기로 캐릭터상품의 활용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90년대 이후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본 외국 캐릭터업체들이 직접 공략에 나선다. 월트디즈니는 93년 백두CM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취소하고 국내에 직접 지사를 설립했다. 아기공룡 둘리와 바른손 등 토종캐릭터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른손의 캐릭터사업본부는 이후 위즈엔터테인먼트(대표 박소연)로 독립했다. 위즈엔터테인먼트는 ‘얌’ ‘부비’ 등의 캐릭터를 개발해 라이선싱으로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모닝글로리 캐릭터랜드 Mr.K 그림나라 등의 업체들이 나름의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마시마로 졸라맨 등 플래시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국내 캐릭터시장은 외국 캐릭터에 점령당한 상황이다. 99년 출간된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캐릭터산업육성방안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시장 점유율은 월트디즈니가 40∼50%, 워너 등 국외 캐릭터가 15∼18%, 일본 캐릭터가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캐릭터는 10∼1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급 전문인력 육성 시급한 과제국산 캐릭터가 밀리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마케팅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캐릭터비즈니스는 원래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산업 등과의 연관성이 밀접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전에 이미 캐릭터비즈니스를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한 프로그램을 치밀하게 세워놓는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캐릭터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한 사전작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이처럼 업체간의 효율적인 네트워킹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지만 현실은 따로 놀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인 관련업체의 현황조차도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자본력이 약한 것도 문제다. 캐릭터산업은 캐릭터 개발, 상품화,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업체들 중에 이런 과정을 무리없이 처리할 만큼 자금력을 갖고 있는 업체가 드물다.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제 시작단계인 캐릭터산업엔 고급인력이 거의 없을 뿐더러 전문교육기관도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고대행사와 디자인회사 등에서 밀린 인력이 마지막으로 캐릭터업체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결국 자본의 영세성과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벤처산업을 지원하듯 캐릭터산업을 중점전략사업으로 정해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정부 또한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 오는 2004년까지 내수시장의 50%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콘텐츠개발원은 내년 초까지 통계조사를 완료하고 창작 개발 및 유통, 해외진출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다행스러운 점은 국산 캐릭터가 외국산에 밀리고는 있지만 기술수준은 곧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인터뷰최규동 캐릭터랜드 사장“월트디즈니 따라잡기 시간문제”“캐릭터 개발에서부터 상품제작, 유통에 이르기까지 선진화된 마케팅만 펼칠 수 있다면 국산 업체들도 얼마든지 미키마우스나 포켓몬스터 같은 세계적인 캐릭터를 가질 수 있습니다.”캐릭터 디자인 개발에서부터 상품제작, 유통에 이르기까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 캐릭터랜드의 최규동(35) 사장.캐릭터랜드는 1백50개의 가맹점 이외에 전국 6백여개의 LG25 편의점 등 1만여개의 오프라인 판매점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캐릭터랜드는 또 독자적인 캐릭터 개발에 나서 최근 온라인 캐릭터 ‘팅구’를 개발했다. ‘팅구’는 ^^(웃는 얼굴) *^^*(부끄러워) 등 인터넷 세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컴퓨터와 휴대폰 문자로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다. 전세계적으로 일반화된 만국공용어가 바로 이모티콘이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이 캐릭터는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최사장은 “캐릭터의 해외진출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십년간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며 해외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캐릭터랜드는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최사장은 “미국의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일본의 산리오사에 이은 세계 4대 캐릭터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