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부터 시작한 프로세스 혁신(PI)와 관련한 통합 업무시스템을 지난 7월1일 가동했는데 예상외로 상태가 우수해 정말 기뻤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이 노력해 준 덕분이지요.”유상부(59) 포스코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다. ‘포스피아(POSPIA)’가 그것이다. 유회장은 지난 99년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철강사업으로, 여기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 경영의 방법도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 룰에 부합해야 한다”며 포스피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포스피아는 모든 업무를 인터넷 웹(Web)기반에서 하나의 통합된 프로세스로 연결, 고객과 회사가 모두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한 디지털 경영 시스템이다. 이는 세계 최초로 구매 판매 생산 설비 재무 인사 기술 등 각 부문별로 나눠져 있던 것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포스피아가 정착되면 향후 10년간 4조7천억원 정도의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유회장은 “이번 통합 업무 시스템으로 스피드 경영이 가능해져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치창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했다.올해 포스코의 경영실적은 매출액 11조2천억원, 순이익 8천1백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1조6천억원, 순이익 1조6천억원에 비하면 순이익 부문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지만 올해가 지난 85년 이래 최악의 철강불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게 철강업계의 분석이다. 포스피아가 일조를 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세계철강업계가 포스피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 제철소인 신일철은 포스피아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경제신문 IR 대상 우수상’ 등 수상유회장은 올해 ‘한국경제신문 IR 대상 우수상’ ‘한국 상장회사 협의회 감사대상’ ‘한국 IR협의회 IR 우수기업상 대상’ 등을 받았을 정도로 주주관리를 잘하는 CEO로 평가 받았다. 이는 98년 포스코 회장에 선임된 이후 실천해온 ‘정도·투명·책임경영’ 등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사결정과 그 집행과정, 그리고 경영성과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과 언어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모든 것을 정직하게 공개해야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도 올라간다고 유회장은 늘 믿어왔기 때문이다.그래서 유회장은 매일 아침 주주들의 e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스커더 인베스트먼트, 홍콩의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싱가포르의 유비에스 에셋 매니지먼트 등 5개 기관투자가들이 포스코를 방문하자 직접 현장을 찾아 경영현황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석, 살로만 스미스 바니 증권사의 카펜터 회장을 만나 민영화 후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에 대해 조언을 듣고 돌아왔다. 유회장은 “카펜터 회장은 ‘투자가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고 했다”며 “투자가는 갑작스런 손실뿐 아니라 이익도 기대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해줄 것을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했다”고 한다.유회장에겐 올해 불황을 극복하는 것만큼 어려웠던 게 있다. 삼미특수강의 봉강 및 강관부문을 자산인수 방식으로 인수한 데 대해 일부 근로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면서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으로 이들과 법적다툼을 벌인 일이다. 유회장은 “포스코가 삼미특수강의 자산을 인수해 설립한 것이 창원특수강인데 일단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최근 기업신용 등급이 향상되고 수익성도 좋아졌다”며 기억을 더듬었다.유회장은 항상 ‘먼저 책임자가 되면 후임자를 생각하라’는 것을 좌우명처럼 머리 속에 두고 있다고 한다.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암시다. 어떤 사람이 후임에 오를까. 이에 대해 유회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 포스코인은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인이자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는 프로, 지식을 창출·활용·공유하는 정보인,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세계인, 즉 골드칼라”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후임자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선진국형 GPM 시스템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유회장은 21세기 생존 키워드로 고객성공을 강조한다. 고객이 있는 기업은 망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은 물론 조직, 프로세스가 고객을 향하고 있어야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변화와 혁신의 일상화도 생존의 관건이라고 역설한다. 기존의 사고와 행동방식으로는 새로운 변화의 패러다임을 수용할 수 없어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기업문화가 필요한 시대라는 얘기다.내년의 경기는 어떨까. 유회장은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걱정스런 표정이다.“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철강경기가 불투명합니다. 철강가격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됐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회복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계적으로는 1억t에 가까운 과잉설비를 감축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유회장은 내부적으로 프로세스 혁신(PI)의 연장선상에서 6-시그마 운동을 전개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어 해외경쟁업체들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