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피카디리 서커스 옆에는 ‘히포드럼’이라는 나이트 클럽이 있다. 클럽측이 ‘유럽 최고’라고 자랑할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이미 여행사 가이드 사이에선 잘 알려진 곳이다. 몇 년 전 일이긴 하지만 공연차 런던에 갔던 한국의 어느 현대무용 단원들이 이곳에서 경험했던 일은 아직까지도 런던 가이드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저녁을 먹고 나이트 클럽을 찾아 도시 탐험을 시작한 이들은 20~30대 신세대 여성들답게 이 유명한 나이트 클럽에 들어가게 됐다. 현란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소리에 귀가 멀 정도였지만 “이쯤이야” 하며 클럽 분위기에 어울리기 시작했다.댄스플로어에서 원을 그리며 춤솜씨를 과시하기 시작했는데, 현대무용 단원들이니 온갖 종류의 스탭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 쯤이야 그녀들의 전공이니 만큼 당연히 나이트 클럽 사람들의 눈에 띌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기를 몇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 나이트 클럽을 가득 채운 손님들이 전부 여자들 뿐이었던 것. 처음엔 원래 남자손님이 별로 없는 클럽쯤이려니 생각하고서 계속 춤을 췄지만 상황은 더욱 이상하게 돌아갔다. 미모에 춤도 잘 추는 이 멋진 동양인들을 쳐다보는 손님들(여자들)의 눈빛이 심상찮았다. 그중 이들을 지켜보던 한 여자손님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단원 중 한사람에게 길고도 정열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영문도 모르고 졸지에 당한 일도 일이지만 하필 상대가 여자라니…. 함께 춤을 추던 일행들이 어안이벙벙한 것도 잠시, 갑자기 다른 여자 손님들이 질세라 무용단원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항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상대를 때리고…. 갑자기 클럽안이 아수라장이 돼버렸다.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건 종업원들이었다. 그들은 그 소동 속에서 런던 여자들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무용단원들을 제지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놀랍고 어처구니가 없어 단원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그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그 와중에서도 끝까지 옷깃을 잡아당기는 여자손님들 때문에 더 곤욕을 치러야 했다.원 세상에 뭐 이런 요지경이 다 있는지. 나중에 현지 가이드에게 알아보니 이 클럽은 요일별로 레즈비언, 호모, 정상인들을 따로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불행스럽게도 무용단원들이 간 날은 레즈비언 데이. 누구든 마음에 드는 상대를 점찍고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허용된 날이었다고. 하필이면…. 아무튼 그날 이후로 놀란 무용단원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로 얌전히 호텔방만 지키다가 유럽 순회공연을 마쳤다니 그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갈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