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계간으로 발간하고 있는 VIP 고객용 잡지 ‘퍼스트 레이디’. 올 3월 1호를 펴냈다. 1호 발간뒤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표지모델이 착용했던 ‘로에베’ 여성 정장 의류가 이 책이 나온지 1주일만에 품절됐다. 랄프 로렌,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의 이미지 사진에 나오는 의류 브랜드와 구입처를 묻는 문의전화도 쇄도했다. 6월에 나온 여름호에서도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 이 잡지 구독자의 커뮤니티를 만들기위해 조선호텔 일식당인 ‘스시조’에서 실시하는 일식요리강좌를 신청할 경우 선착순 12명에게 수강료의 20%를 할인한다고 고지했는데 잡지 발간 3일 만에 마감이 끝나버렸다. 이 잡지는 고소득층에 맞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 상품 소개와 유행경향, 문화, 생활, 뷰티, 인테리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세계는 카드 사용실적을 기준으로 2만명의 우수 고객에게 이 잡지를 배포하고 있다.배포방식도 철저히 고급스럽다. 고객의 자택이나 사무실로 우송한다. 일부는 매장으로 넘어가 숍 마스터(패션매장 고객관리자)들이 VIP 고객에게 직접 건네주고 있다. 고객에게 정성을 바친다는 느낌을 주는 고단위 상술이다. 호화로운 포장과 정성스런 전달방식, 소수에게만 적용되는 고급 상품 정보 등을 무기로 VIP 마케팅에 성공한 생생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같은 타깃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가 바로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이다. 유통업체들이 CRM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CRM은 다양한 성향과 소득의 고객들을 세분화, 입맛에 맞는 떡(상품)을 넣어주기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소매업이 주먹구구식 상술에서 벗어나 과학화된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업체별 CRM 전략과 성과를 사례중심으로 살펴본다.신세계신세계는 최근 e메일을 통한 마케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대상은 20∼30대 고객. 이른바 ‘e-CRM’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5월15일 인터넷 쇼핑몰인 신세계 닷컴을 오픈한 뒤 7개월여가 지난 12월 현재 약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의 행사 정보를 제공하는 e메일 마케팅의 경우 고객이 e메일을 열어보는 오픈율이 신세계 닷컴 오픈 초기 38%에서 현재 45%로 높아졌다.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초기 45%에서 57%로 올라갔다.신세계는 기존에 운영하던 CRM을 본격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별도의 CRM팀을 구성했다. CRM팀은 95년 8월부터 실시해오던 고객정보 시스템인 SCIS(Shinsegae Customer Information System)를 통한 CRM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새로 구축된 CRM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의 취향 및 구매특성 등의 데이터에 따라 1대1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은 지난 10월 전사적으로 클럽 마케팅의 일환인 ‘아이클럽’을 오픈했다. 아이클럽(i-Club)이란 현대카드 회원 중 임산부와 12세 이하 자녀를 둔 고객(부모)을 대상으로 차별적 혜택을 부여하는 무료 회원제 클럽. 한마디로 현대회원 중 특정 고객을 멤버로 하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회원에게는 가족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 참여 기회, 육아상식과 아동건강 등에 관한 정보를 준다. 현대백화점 CRM팀이 울산지역 아이클럽 운영현황을 비교해보면 회원유지도, 내점일수, 매출액 등 모든 면에서 일반 고객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아이클럽’ 오픈전 6개월과 오픈후 6개월을 비교하면 전체 고객수는 12.5% 증가한데 반해 유아·아동 부문은 17%, 문화센터는 27%나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중 전체 매출은 13.8% 증가했지만 유아·아동부문은 26%, 문화센터는 38%나 증가해 매장 활성화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내점일수는 아이클럽 회원이 3.3일로 비회원의 2.5일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아이클럽 회원의 월평균 객단가는 34만원으로 비회원의 28만원에 비해 6만원이나 많았다.이같은 고객 커뮤니티 형성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현대백화점의 ‘C-TOP’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현대백화점 CRM팀과 현대정보기술(HIT)이 총력을 기울여 공동 개발했다. 기존의 국내 시스템들이 주로 일본의 패키지를 수입, 적용한데 반해 이 시스템은 국내 유통시장 환경에 적합하게 개발됐다는게 특징이다. 개별고객의 구매행태, 배송, 불만, 약속, 문화센터 이용, 각종 행사참여 경험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이에 따른 적극적인 개별 마케팅이 가능하다.롯데백화점롯데백화점은 현재 CRM 전략의 일환으로 VIP 마케팅 전략인 ‘MVG 프로그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쿨플러스 멤버십’ 운영 등 클럽 마케팅과 함께 고객의 구매 속성을 분석하여 실시되는 디렉트 메일 행사, e메일 마케팅, 모바일 마케팅 등 온·오프 라인을 망라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CRM을 활성화하기 위해 몇가지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그중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고객 약속관리 시스템’과 소비문화를 리드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 CRM 전략’. 고객 약속관리 시스템이 완성되면 이미 활용되고 있는 판매정보 외에 고객의 생생한 의견을 마케팅에 반영해 전략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 CRM 전략은 새로운 고객의 니즈를 분석, 향후 고객들이 선호하게 될 소비생활 패턴을 예측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전략으로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의 하나인 신세대 맞벌이 부부와 10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 고안됐다.갤러리아 백화점갤러리아의 CRM은 철저히 명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특히 일본인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갤러리아 압구정점 명품관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총 3천여평의 매장에 1백50여개의 명품 브랜드를 들여다 놓았다. 올해 초 CRM을 도입, 국내 VIP 고객 1만명을 대상으로 매 분기별로 신상품과 판매행사를 알리는 안내장을 발송하고 있다. 연 2회 우수고객을 초청한 명품패션쇼를 정례화했다. 명품관 1층의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까르티에 구찌 등 5대 브랜드는 일본인들이 환호하는 인기 브랜드다. 지난 9월 미국 테러사태 이후 10∼11월 두달간 일본인에 의한 매출이 전년 같은기간대비 30% 이상 신장했다. 이에 따라 갤러리아는 국내 공항과 호텔은 물론 일본 현지 마케팅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카드사인 비자 인터내셔날과 제휴, 일본내 우수고객 15만명에게 매년 발송되는 일본어 안내 DM 책자에 명품관의 쇼핑정보를 꼬박꼬박 싣고 있다. 야후 재팬에 배너 광고도 나가고 있다. 5% 할인쿠폰을 야후재팬에 제공, 일본인들의 명품 열기를 국내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