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까지 6백70대를 팔아 전체 수입차 시장의 10.5%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에 진출하면서 목표로 했던 10%의 시장 점유율을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2001년 렉서스의 첫해는 성공을 거뒀다고 봅니다.”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국토요타 본사에서 만난 야스노 히데아키(56) 사장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한국시장 진출 1년을 평가했다. 올 1월 한국에서 렉서스를 판매하기 시작한 토요타는 10월 말 현재 6백70대를 팔아 수입차 회사 중 BMW(2천3백18대), 벤츠((9백66대), 크라이슬러(7백73대)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일본차 메이커로는 처음으로 진출했음에도 비교적 선전한 것이다.세계 1백60개 국가에 판매망을 갖고 있는 토요타는 사실 매우 조심스럽게 한국시장 문을 두드렸다. 일본차 브랜드의 첫 진출이라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야스노 사장이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우리의 고객이 될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자동차에 대해 갖는 생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했다”고 밝힌 데서 짐작이 된다.토요타는 지난 66년부터 72년까지 신진자동차의 엔지니어링 지원을 위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토요타 브랜드로 판매된 차량이 없었다. 수입선다변화 정책 때문에 한국시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렇다고 토요타가 한국시장 진출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수입선다변화 정책이 언젠가는 폐지될 것에 대비, 드러내놓지 않고 한국시장공략 전략을 가다듬었다.96년부터 미국산 토요타 모델인 아발론(Avalon)과 캠리(Camry)를 토요타통상을 통해 수입, 테스트 판매를 실시하는 등 한국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수입차 시장에 대해 여러번 조사를 했고, 토요타의 어떤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적합할까라는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게 야스노 사장의 설명이다. 렉서스를 택한 이유는 미국시장에 잘 알려져 있는 고급 브랜드로 경쟁차인 BMW와 벤츠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야스노 사장은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다른 수입차 업체와는 달리 문화마케팅에 중점을 뒀다. 지난 11월24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런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초청, ‘토요타클래식2001’을 개최하는 등 올해 한국에서 대규모 클래식 공연행사를 두 번 개최했다. 공연 수익금은 ‘사회공헌을 위한 기금’으로 전액 사용할 방침이다.이에 앞서 6월에는 토요타 인문학 지원프로그램을 위한 지원 대상자 8명을 선정, 1인당 1천8백만원을 지원했다. 토요타는 렉서스 한 대당 1천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올 10월 말까지 마케팅 비용으로 67억원을 쓴 셈이다.토요타의 문화마케팅은 렉서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야스노 사장은 아울러 후발업체인 토요타가 선발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TV광고 등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완벽한 서비스를 통한 고객만족’이라는 마케팅컨셉으로 서비스 차별화를 꾀했다.이는 토요타가 1년만에 한국시장에 안착한 이유 중의 하나다. 가령 렉서스 전시장에 애프터서비스, 부품관련 시설까지 갖춰 놓은 것은 전시장에서 차 구입은 물론, AS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그렇다고 야스노 사장이 걱정이 없는 게 아니다. 구조적으로 한국 수입차 시장이 작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한해 1백50만대를 판매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겨우 0.5% 이하의 수입차시장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은 비정상적인 시장구조라는 것. 야스노 사장은 “원래 일본에도 수입차 시장이 미미했지만 요즘에는 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했다. 또 수입차에 대한 인증제도(Homologation)가 까다로워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한국 수입차 인증제도가 유럽식과 미국식이 혼합되어 있어서 수입차 업체들이 해당 인증요소를 맞추느라 무척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차량을 들여오기가 싶지 않다는 것이다.야스노 사장은 2002년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여전히 조심스런 접근방식을 택했다. 일단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야스노 사장은 “1만대 정도로 예상되는 내년 수입차 시장에서 약 10%인 1천50대를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야스노 사장은 단기적인 실적보다 장기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10년 후인 2010년에는 한국차 시장이 2백만대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 중 수입차가 약 5%인 10만대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한 시장이라면 아마 여러 외국산 자동차들이 중소형 모델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설 겁니다. 우리는 10년 뒤 수입차 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야스노 사장은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70년 토요타에 입사, 31년간 토요타에서 몸담았다. 92년부터 97년까지 미국토요타 자판 부사장, 이후 일본 토요타 중국담당부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부임했다. 한국음식 중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렉서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BMW나 벤츠 등 고급차 시장에서 수위다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경쟁사가 본 한국토요타“토요타가 한국 수입차 시장 키울 것”토요타가 밝히는 렉서스의 경쟁상대는 BMW와 벤츠다. 가령 LS430은 벤츠의 S430을 겨냥했고, 중형세단인 GS300은 벤츠의 E클래스, BMW의 5시리즈와 경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업체인 BMW와 벤츠 등 수입차 관계자들은 토요타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수입차에 대해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반감을 희석시켜 시장을 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월 기준으로 BMW와 벤츠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 73%, 83% 늘어났다는 게 이들의 근거다.벤츠 시리즈를 판매하는 한성자동차의 김정기 마케팅팀장도 “렉서스의 선전이 기존시장을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팀장은 “당장에는 수입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배타적인 성향이 일본차 브랜드의 영업활동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BMW코리아의 김효준 사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1%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차 비중이 5∼10%가 되기 전까지는 경쟁의 의미가 없다”며 “렉서스는 우수한 차종으로 그들이 펼치는 독특한 마케팅이 시장확대는 물론 생산자 위주의 시장을 소비자 위주로 바꾸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