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어쏘시에이트(CA)는 1천2백44가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IT 백화점이다.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 CA의 세일즈맨조차 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A사 소프트웨어는 단연 인기제품으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고객들 즉, 기업전산실에서 상품조사를 하고 세일즈맨에게 “이것 좀 설치해 주세요”하고 먼저 요청할 정도. 본사는 중국인의 핏줄을 타고난 미국 이민 2세인 찰스 왕에 의해 76년 설립됐다.한국에는 89년 지사를 설립해 현재 8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해 4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같은 실적은 최근 3년간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국내 기업과 합작사 NCA, 라이거시스템즈, 온라인패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1억달러 정도를 투자했다.토비 와이스(Toby Weiss) 사장은 올 4월부터 한국CA와 일본CA의 선임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9월 한국CA 사장으로 승진한 케이스. 그의 비즈니스 영역은 미국 일본 한국 3국을 넘나든다. 어셈블러(기계어) 프로그래머로 출발한 토비는 “한국에 부임한 후 첫 분기 세일즈 목표를 달성했을 때 가장 기뻤다”며 “외국인 지사장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는데 목표달성으로 우려를 털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미시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 한국CA는 대표적 외국기업으로 성장했다. 때문에 본사는 큰 관심을 쏟게 됐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했다. 다시 말해 본사는 나를 통해 한국 혹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빠른 의사결정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국내 역할을 설명했다.미국 뉴욕 태생인 토비는 “사실 사장이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우수한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본사와 지사간의 의사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외국인으로서의 장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그는 비즈니스맨임을 강조한다. “나는 뉴욕출신이다. 뉴욕은 어느 누구도 외국인 내국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업무와 직위가 있을 뿐이다. 서울에서는 외국인(Foreigner)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구분은 그야말로 구분이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어디나 동일한 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토비는 일본CA의 부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CA에선 기술지원을 총괄하는 부사장이다. 일본에서 약 4년간 근무했다. 양국은 공통점이 훨씬 많다.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것도 유사하고 하드웨어 업체와의 협력모델이 비슷하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맨의 면모를 과시했다.그는 서울서 사람 사귀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다.“한국에서는 친구 사귀는 환경이 잘 마련돼 있다. 골프 노래방 술로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토비 사장은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과 의기투합하고 있다. 본사 왕회장의 소개로 만나게 된 것.한편 한국CA는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복지재단의 미아찾기 웹 사이트를 5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현재 미국 미아찾기 재단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핑 기법을 적용해 분단 50년 이상된 이산가족들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국CA가 매출뿐만 아니라 봉사에서도 1등을 하고 싶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