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서울 이마빌딩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한국사무소 직원 5명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기업에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날짜가 확정되면 컨설턴트들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뜬 눈으로 며칠씩 작업했다. 이렇듯 몸은 힘들어도 국내에 본격적인 컨설팅 사업을 일으켜 세운다는 자부심으로 이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당시 사무실을 뛰어다니던 30대 초반의 젊은 컨설턴트들은 이제 BCG 한국사무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임원이 됐다. 10여 평의 좁은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빌딩의 2개 층으로 확대됐고, 5명이던 직원은 1백명으로 늘었다. 해마다 40%씩 외형성장을 이룩한 셈이다. 또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이 BCG 컨설턴트들과 함께 일했으며 매출은 해마다 20%씩 성장했다.톰 루이스(Tom Lewis) 서울사무소 지사장은 “사무소 설립 초기 한국은 컨설팅을 배우는 단계였다. 가장 시급한 것이 한국에 맞는 컨설팅을 개발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현지에 맞는 컨설팅 회사를 구축하는데 전문인 톰 루이스 지사장은 72년 BCG에 입사한 뒤 독일 홍콩 한국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사무소를 세웠다. 서울사무소 역시 진입초기부터 철저한 현지화의 전략으로 일관했다. 우선 BCG 서울사무소의 모든 컨설턴트들과 직원들을 바닥부터 차곡차곡 경력을 쌓으며 성장시켰다. 지금까지 미국 본사의 누구도 이들의 상사로 오지 않았다. 말하자면 로컬 피라미드를 쌓는 것처럼 단계적으로 조직의 기반을 다졌던 것이다.현지적응 훈련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에 적응시키는 것도 톰 루이스 지사장의 방침이었다. 컨설턴트뿐 아니라 전 스태프들을 연간 30일 이상 해외에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전세계 BCG가 요구하는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BCG 서울사무소가 국제적인 전문가와 연계된 강력한 전문가 집단으로 평가받는 이유에는 이처럼 지사장의 강력한 의지와 본사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했다.톰 루이스 지사장의 리더십에서 배울 또 다른 점은 직원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들에게 ‘Up or Out(승진 아니면 퇴출)’을 강요한다. 직원들간의 경쟁 속에서 생존법을 터득하는 것이 대부분 회사의 보이지 않는 룰이다. BCG는 이런 문화의 반대편에 서 있다. 가능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직원 만족시키려 컨설팅 받기도BCG 서울사무소도 어려운 때가 있었다. 지난 99년과 2000년 벤처바람이 불면서 컨설턴트들이 대거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때였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BCG 서울사무소도 대책을 세워야 했다. 톰 루이스 지사장은 “직원들이 만족하고 회사를 다니려면 우리도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며 BCG의 다른 지사에 직원 만족도 조사를 의뢰했다. 물론 돈을 주고 받은 컨설팅이었다. 컨설팅 회사가 컨설팅을 받은 셈.그 결과 몇 가지 실천사항이 생겼다. 톰 루이스 지사장은 “주말에는 일하지 않기, 야근하지 말기 등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경영자가 독단적인 판단보다 직원들의 합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원칙을 확인시킨 것이었다. 직원들이 흡족해하는 회사가 고객들도 만족시킨다는 것, 세계 넘버원 기업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