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진출설에 초긴장 … 공격적 마케팅 전의 불태워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신용금고업체들이 소액대출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일본 대금업체들과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씨티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국내 대금업체들과 손잡고 이 시장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 여기에다 내년부터 대부업등록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의 3대 대금업체(다케후지, 아코무, 프로미스)들이 국내 진출을 예고해 둔 상태다. 이에 따라 이미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은 A&O인터내셔널과 프로그레스 등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내년에는 좀더 공격적인 영업으로 이 상황을 뚫고 나가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A&O인터내셔널은 지난 99년 3월 국내에 들어온 이래 99년말 3백70억원, 2000년말 8백85억원, 그리고 지난 8월말 1천3백억원 등으로 대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99년 11월 국내에 진출, 19개의 지점과 35개의 대리점 조직을 구축한 프로그레스 역시 영업실적을 쑥쑥 높여간다. 지난해 4백50억원의 대출을 기록했고, 올해 3배가 넘는 1천5백50억원의 대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초스피드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국내 사채시장·은행대출 틈새 공략1백%의 고리를 내걸고 장사하는 이들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이유는 불투명한 사채시장과 대출 문턱이 높은 제도권 금융기관 사이의 틈새를 정확하게 공략해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사채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조직 폭력배의 협박이나 심지어 ‘장기매매 계약서’까지 써줄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로그레스 등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이런 국내 자본시장의 약점을 간파했다. 이들은 깔끔하고 신사적으로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연체율은 6∼7% 수준이다. 보통 시중 금고의 연체율이 2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낮다.곽기돈 프로그레스 총괄 부장은 “이자를 받기 며칠 전부터 고객들에게 얼마의 이자를 언제 갚아야 할지 알려준다”며 “최근 전화자동응답시스템을 도입해 대출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착실하게 기반을 쌓아나가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요즘 금융가에서 나돌고 있는 씨티은행의 대금시장 진출설이다. 이 은행은 국내 거대 사채업자와 손잡고 대금업체를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를 진행시킬 계획이 없다”며 “내가 알고 있는 한 대금업체와 접촉한 적은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씨티은행 본사 고위층에서는 진행시킬 수도 있다는 여운은 남긴 셈이다.이와 함께 씨티은행이 일본계 대금업체 A&O인터내셔널과 접촉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A&O 관계자는 “씨티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과 제휴의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또 하나 국내 금고와 대금업체들을 물갈이 할 ‘폭탄’은 새로운 이자제한법의 등장이다. 대금업체들이 이자를 60% 이하로 묶을 경우 소득세 법인세 등을 감면시켜 준다는 것이 골자.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면 일본 대금업체의 빅3로 불리는 다케후지 아코무 프로미스 등이 국내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력과 공신력, 그리고 자금 운용 노하우로 무장한 일본업체가 대거 국내 소비자금융시장을 공략한다면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