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베스트 펀드’ 국공채 부문 1위는 삼성투신운용의 ‘비과세추가형국공채H1’이 차지했다.비과세추가형국공채H1은 지난해 6월 처음 시장에 선보였다. 현 설정액은 평균 1천4백66억원이며 1년 누적 수익률은 8.45%로 국공채상품 중 유일하게 8%를 넘어섰다. 이 상품은 국채와 통안채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만 편입시켜 운용하고 있다.삼성투신 채권2팀에서 운용을 맡았으며 추가형인만큼 특별히 만기는 없지만 최소 6개월은 지나야 해지수수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판매됐다.다만 비과세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자금을 예치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비과세추가형국공채H1의 주요 판매대상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50대 이상 고객으로 삼았으며 장기적으로 예치해 둘 만한 투자자를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정했다.결국 신용위험이나 금리변동 리스크 모두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고객들이 주타깃인 셈이다.삼성투신 김옥준 채권2팀장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만 넘기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1등을 차지하겠다기보다는 소박하게 방어적인 태도로 운용을 시작한 것이 오히려 예상외의 실적을 올린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성투신의 채권운용팀들이 비과세추가형국공채H1을 다소 독특하게 운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삼성투신이 자랑하는 스트래티지스트, 애널리스트, 스왑딜러 등이 모여 전략회의를 연 뒤 채권운용의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짠다.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구축된 MP를 개별펀드매니저들에게 통보해 주게 된다.펀드매니저들이 반드시 이 MP대로 운용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 MP에 따라 운용하면 적어도 ‘욕은 먹지 않는 수준의 수익률’은 올릴 수 있다는 최저선을 제시하는 것이다. 삼성투신이 이같은 팀 운용방식을 택한 것은 삼성그룹 특유의 ‘시스템의 힘’과 무관하지 않다.자산운용담당 김용범 상무는 “개별 펀드매니저들이야 튀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고객이나 회사에는 전체 성적이 중요하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튀는 매니저는 수명이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개별 펀드매니저 입장에서야 시장에 이름이 나면 당장 몸값은 올라갈 수 있겠지만 오래 가지 못하는 현실이 염려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베스트펀드 평가결과 이런 팀플레이가 더 나은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2위 / 주은투신운용 ‘주은에이스국공채 6-1’‘장기상품 쪼개서 편입’ 보수적 운용전략 적중‘2001 베스트펀드’ 국공채 부문 2위를 차지한 ‘주은에이스국공채 6-1’은 주은투신운용이 65세 이상 연금생활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역작이다. 안정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연령층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은만큼 운용도 보수적으로 했다는 게 주은투신의 설명이다.신용위험은 전혀 없으면서 이자율변동위험만 감안해 운용하는 유일한 투신상품인 ‘주은에이스국공채 6-1’은 그래서 의외로 짧은 기간에 1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지난 12월1일 기준 1천3백52억원 수준의 설정액으로 7.73%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이 상품은 만기가 6개월인만큼 6개월짜리 상품을 직접 매치시키는 게 원칙이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색다르게 운용했다. 주은투신 문동훈 채권운용팀장은 “장기상품을 적절히 쪼개서 편입시켜야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결과가 나온다”며 “이 상품에는 특별히 5년, 10년짜리 만기 상품을 편입시켜 8%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문팀장은 “채권투자라는 점에서 초단기 매매는 어차피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는 되도록 장기투자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최소 3개월 정도는 초기 전략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주은투신 채권운용팀은 이자율위험 관리 매니저 3명, 신용위험관리 매니저 1명, 트레이더 1명, MMF 매니저 1명 등 6명으로 구성돼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한다.이들은 각자 역할에 따라 개별전략을 세우고 듀레이션도 협의를 거쳐 변경한다. 모든 채권 매니저가 다 그랬겠지만 10월 이후 이들도 금리 급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채권운용팀에서 유일한 여성 멤버인 정은아 과장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신용위험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CPA 시절 한 회사 감사를 나갔다 얻은 별명이 ‘독사’인 걸 보면 아주 치밀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채권운용팀은 내년에도 국공채에 주력할 생각이다.문팀장은 “시기와 강도에 다소 이견이 있을 뿐 내년에 경기가 회복될 거란데는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며 “경기가 급격하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에도 국공채 투자가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3위 / 삼성투신운용 ‘믿고탁비과세1’정책 발표 후 발빠르게 상품개발 선물연계 무위험 차익거래로 두각삼성투신의 팀플레이는 또다른 국공채상품이 ‘2001 베스트펀드’ 국공채형 3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삼성투신이 지난해 7월 발매한 ‘믿고탁비과세1’은 연평균 수익률 7.41%로 비과세추가형국공채H1에 이어 3위에 올랐다.믿고탁비과세1은 지난해 투신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가 비과세 투신상품을 허용하자 삼성측이 발빠르게 개발한 상품이다. 운용을 맡은 신재명 채권1팀장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과도한 투자는 삼간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는데 의외로 히트를 쳤다”고 자평했다. 신팀장은 펀드매니저 1인당 운용하는 펀드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펀드 수가 늘어나면 아무래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신재명 팀장은 일단 50% 정도는 기본수익률이 나오는 상품을 확보한 다음 저평가된 채권을 발굴하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선물과 연계한 무위험 차익거래라는 방식을 통해 시장평균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시장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아비트리지의 기회를 적절하게 이용한 것.그는 “비과세라는 점과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고객들의 마음을 미리 읽어 운용했다”며 “무리하지 않겠다는 운용목표를 세운 것도 주효했다”고 자평했다.물론 삼성투신이 이 두 상품을 운용하면서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랠리에서 아픔을 겪기도 했다. 2월말 5.43%였던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4월말에 갑자기 6.80%까지 오르는 대격변이 일어나다 보니 팀플레이를 자랑하는 삼성투신 펀드매니저들도 혼란을 면치 못했던 것.당시 우리나라 경기가 하반기에 급속하게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이렇게 3개월여만에 무려 1.4%포인트 이상 금리가 변동하며 춤을 춘 것. 그러나 이때 겪었던 경험이 지난 10월 금리 급변시에는 대응을 잘 할 수 있게 했다. ‘매도 먼저 맞은’ 게 나았던 셈이다.금리가 바닥권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10월말 4.98%였던 국고채금리는 11월말 다시 5.68%로 올랐다. 김형기 채권전략팀장은 “이번에는 만기가 짧은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빨리 재편, 금리급변동의 위험을 비껴갔고 이 때문에 누적수익률이 8%를 웃도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