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간접투자 시장의 새로운 변화 중에 하나로 투자자문사들이 당당한 플레이어(player)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문업무는 고객의 자산운용에 대한 조언과 자료제공만을 하는 단순자문과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일임업무로 나뉜다. 투자자문사의 높아진 위상은 이 중 일임업무 분야에서의 한결 투명해진 운용내역 공개와 향상된 수익률 성적에서 비롯된다.‘소문과 작전의 온상’이라는 비아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문사들이 뜰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자문업계로 둥지를 옮겼다. B&F투자자문의 김석규 공동대표, 튜브투자자문의 김영수 대표, 메리츠투자자문의 박종규 대표, 피데스 투자자문의 송상종 대표, 코스모투자자문의 최권욱 대표 등 투자자문사들의 ‘얼굴마담’은 최근 1∼2년 새 투신업계에서는 한 때 내로라했던 정상급 펀드매니저들로 물갈이 됐다.물론 이들의 연쇄적인 이동은 97∼200년 사이의 주식시장의 한바탕 소용돌이에서 기인한 바 크다. 환란과 뒤이은 대세상승(벤처 광풍을 동반한),그리고 반토막난 주가라는 증시의 굴곡은 자연스레 투신업계 매니저들의 세대교체를 불러왔고 당시 간판급 매니저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 둥지를 찾았다.수천억원 굴리는 ‘큰손’ 속속 등장두번째 이유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교원공제 등 큰 손들의 아웃소싱 확대 경향에서 찾을 수 있다. 아웃소싱의 확대는 투자자문사들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다. 일반 투신사 수익증권보다 싼 수수료와 고객의 입맛에 맞는 탄력적인 운용을 내걸고 연기금 및 보험사들의 아웃소싱을 수주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국민연금이 올해 두차례 실시한 주식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코스모 밸런스 메리츠 한가람투자자문 등은 삼성 대한 현대 한국 등 대형투신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제 대형(?) 투자자문사들은 3~5명의 매니저들이 수천억원을 굴리는 ‘큰 손’이 됐다.증권·투신업계도 투자자문사들을 새로 보기 시작했다. 자문업계의 자금 유출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이 늘었고 연기금 보험사에 이어 증권사들마저 자신의 상품계정의 일부를 투자자문사에 일임자문하기에 이르렀다. 코스모 투자자문 김정기 이사는 “올들어 법인 외에 일반 개인의 자금위탁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오히려 자금을 선별해서 받을 정도로 인력 부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층 높아진 위상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투자자문사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은 아직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투자자문사들은 법인 연기금 등의 덩치 큰 자금이나 보통 최소 50억원(자문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음) 이상의 개인자금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소수 인력으로 구성된 자문사들의 태생적인 한계인 셈이다.운용내역의 투명성이나 운용성과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정보분석 능력이나 시장대응 능력에서 전문적인 투자집단의 도움을 활용하는 제도권 투신·자산운용사들보다 열악한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 12월물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 12월13일) 때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에 특화해 온 D투자자문은 한꺼번에 2백억원의 손실을 입어 금융감독원이 실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파생상품의 위험성은 비단 투자자문사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문사의 경우 잘 짜여진 리스크관리 조직이 부재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은 업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교보투신운용 대표로 있다가 페러곤투자자문으로 자리를 옮긴 윤희욱 부회장은 “일정규모의 자산운용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외형확대보다는 효과적인 투자전략개발이 중요하다”며 “엄격한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과 투명한 자산운용을 통해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투자자문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