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8일 화요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에서 튜브투자자문의 김영수 사장이 열심히 책을 보고 있었다.주식시장에 환멸을 느껴 고시공부로 직종을 바꾸려는 것일까. 김사장은 지난 98년과 99년 동양투신에서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던 종목발굴의 전문가. 그러다가 홀연 지난해 초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그런 그가 한창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할 시간에 정독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없어서 자주 이곳을 애용합니다. 컵라면도 사 먹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발굴한 종목이 많아요. 국민은행이 대표적이죠. 두 배 이상 수익을 냈으니까요.”현대증권이 바이코리아 붐을 일으키면서 펀드매니저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때는 지난 98년. 당시 상종가를 날렸던 펀드매니저들을 1세대로 부른다면 누가 손에 꼽힐까. LG투신 박종규, 현대투신 강신우, 리젠트자산운용 김석규, SEI에셋 박경민씨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강남의 유한마담에게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스타대접을 받았던 이들은 그러나 지금 대부분 다른 곳에 있다.우선 김영수 사장처럼 투자자문사를 세워 독립한 경우다. 박종규씨는 메리츠투자자문사 대표로, 김석규씨 역시 투자자문사 B&F 대표로 각각 옮겨갔다. 박경민씨도 한가람투자자문 대표이사로 영입됐다.이들은 치열했던 1세대답게 과거 투자방식의 문제점을 파악, 제대로 된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자자문사들이 요즘 약진하는 이유도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김석규 사장은 “투자목적이 분명하고 고객들의 신뢰도가 높아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투자자문사로 간 이유를 밝혔다.강신우·장인환씨 ‘아직도 현역’두 번째 유형은 회사는 옮겼지만 현역 생활을 유지하는 펀드매니저들이다. 강신우씨는 현대투신에서 굿모닝투신 상무로, 장인환씨는 현대투신 팀장에서 KTB자산운용 사장으로 영입된 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김석규 B&F 사장과 대학 동기인 우경정 한일투신 상무도 업계에서 소문난 실력파다.올해 간접투자시장의 주된 변화는 이처럼 1세대들이 대거 뒷자리로 물러나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2세대 펀드매니저들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82, 83학번이 주축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선경래 팀장, 마이다스에셋의 최재혁 이사, 그리고 LG투신의 강언구 팀장을 손에 꼽을 수 있다.한화투신의 김용범 팀장도 이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강언구 팀장은 “1세대가 부각됐다가 사라진 이유는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이젠 스타급 펀드매니저들보다 팀웍이 중시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회사별 실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강팀장의 말처럼 2세대가 1세대와 다른 점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소리 없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명성보다는 회사의 시스템을 강조하다보니 생긴 변화다. 펀드운용에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시스템을 본받자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어쨌든 산전수전 다 겪은 1세대들이 다시 자문시장을 형성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장한 2세대들의 약진으로 투신시장은 도약의 발판을 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