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삼호중·현대미포조선 등 틈새시장 공략 열심

‘스포츠 종목에 양궁이 있다면 산업계엔 조선이 있다’. 양궁은 올림픽 때마다 국내선수들끼리 금·은·동메달을 휩쓰는 효자종목이다. 조선도 마찬가지로 국내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역시 국내와 세계 순위가 같은 2, 3위다. 그 뒤를 전통적인 조선강국인 일본의 미쓰비시 IHI 히타치 등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 요즘 긴장감이 감돈다. 해외경쟁기업들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국내 조선업체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세계 1등 계속할 수 있을까세계 조선업계는 한국과 일본이 전세계 수주량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조선강대국을 꿈꾸며 맹추격하는 형국이다. 유럽조선업체들은 이미 기력을 상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국내 조선산업은 지난 93년 엔고의 영향에 힘입어 시장점유율 32%의 일본을 제치고 1위(시장점유율 37.8%)에 잠깐 오른 적이 있다. 세계 1위는‘1년 천하’로 끝났으나 조선업체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는 도크의 신·증설 등 공격경영이 나은 결과였다. 현대중공업의 조선능력은 1백51만2천CGT(2000년 기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각 1백8만1천CGT, 1백만7천CGT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 조선능력 1위인 히타치는 56만CGT에 불과하다.한국이 일본을 앞선 결정적인 계기는 IMF때다. 월등한 환율경쟁력으로 일본 업체들을 밀어냈다. 마침내 99년 세계 수주의 41%를 차지(일본은 30%)하며 세계 1위 조선국으로 도약한 한국은 지난해 45.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본(28.5%)을 앞서 나갔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권위지인 로이드는 9월까지 한국이 38%로 일본의 38.8%보다 약간 뒤지고 있다고 발표해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일본은 상위 업체간의 통폐합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으나 순탄하지 못하다. 일본랭킹 2, 3, 4위 업체인 IHI와 미쓰이, 가와사키 등 3개 업체와 5, 7위 업체인 히타치, NKK조선소가 통합협상을 벌였으나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일본이 설사 통폐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더라도 한국과 경쟁하기는 힘겨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대규모 건조능력, 높은 생산성 등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오히려 중국이 한국을 위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초대형 유조선(VLCC) 등 다양한 선종에 진출한 것은 물론 LNG선 건조도 추진하고 있어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그러나 대우증권 이종승 연구원은 “중국이 기술력이나 조선능력에서 한국을 따라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한국조선산업의 독주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부동의 1위 현대중, 삼성 대우조선 맹추격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의 독주 속에 2, 3위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2위 다툼이 치열한 상태다. 또 4, 5위 업체인 한진중공업과 삼호중공업에 현대미포조선이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모양이다.현대중공업은 91년부터 부동의 1위(건조량 기준)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만년 2위였던 대우조선이 99년 모그룹의 어려움으로 워크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삼성중공업에 역전돼 3위로 뒤처졌다. 99년 삼성은 2백37만GT를 건조했으나 대우조선은 2백5만GT에 머물렀다. 올해는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펼친 덕에 수주량에서 삼성중공업을 앞섰다. 양사는 당분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한진중공업과 삼호중공업의 4, 5위 경쟁도 2, 3위 경쟁만큼이나 뜨겁게 전개됐다. 91년부터 95년까지 4위를 고수하던 한진중공업은 96년 삼호중공업(당시 한라중공업)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삼호중공업이 96년 2월 삼호조선소가 완공되면서 건조능력 면에서 한진중공업을 앞서 나간 까닭이다. 삼호중공업의 조선능력은 56만CGT로 한진중공업(26만4천CGT)보다 월등히 높다.그러나 97년 11월 IMF가 터지면서 한라중공업 부도로 이어지고 99년 이후 한진중공업이 다시 4위로 올라섰다. 삼호중공업은 현재 현대중공업에 위탁경영을 받고 있는 상태다.오히려 4, 5위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는 현대미포조선이다. 이 회사의 건조능력은 연간 46만5천CGT다. 조선능력만 따지면 업계 4위에 해당한다. 75년 조선 수리사업으로 출발해 특수선 전문 신조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4척의 선박을 건조했고 내년에는 30척을 예상하고 있다.생존전략‘빅3’ 조선업체들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선 중심의 수주활동과 시스템 개혁 등을 통해 초일류 조선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현대중공업은 ‘1위 굳히기’ 전략이다. 중국 등 후발업체와의 차별화 노력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범용선 부문에서는 쌍축 유조선, 6천8백TEU급 및 7천2백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대표선종으로 하고, LNG선 등 가스운반선 및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의 비중을 크게 확대해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주력할 예정이다.대우조선은 올해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 10척을 수주해 2년6개월 이상의 안정적인 조업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LNG선과 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중심의 경영전략을 전개할 예정이다.삼성중공업은 2005년까지 품질, 생산효율, 부가가치 등 3대 ‘질적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대형 여객선 건조 노하우 축적과 크루즈 사업 진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이에 반해 중형 규모의 조선업체들은 질적인 수주와 건조를 통해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중공업은 국내외 조선소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낮은 선가의 수주를 자제하고 실적선 위주의 고부가가치선 수주와 선정 다각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삼호중공업은 2002년 이후 흑자기조를 유지해 2006년 이후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미포조선은 범용선박의 수주는 가급적 자제하고 해양산업관련선, 특수선박에 대한 선별수주에 치중, 특수선 건조 전문회사로 더욱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