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가 표류를 마치고 무사 귀항할 것인가.이 회사는 올해 LCD사업부 매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합병을 포함, 다각적인 전략적 제휴협상에 들어갔다.국제간 대기업의 인수합병이 그러하듯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도 쉽게 끝날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도시바 엘피다 인피니언 등의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들이 체스를 두듯 다음 수를 숨기며 상대방의 다음 수를 알기 위해 애를 쓰고 있기 때문. 실마리를 찾기도 전에 협상전은 장기전에 돌입하고 있어 갈 길이 급한 하이닉스가 애를 태우고 있다.최근 하이닉스와 협상을 시작한 마이크론이 일본 도시바를 파트너로 끌여 들였다. 요약하면 ‘마이크론-하이닉스-도시바’ 3사의 합병 또는 제휴라는 거창한 계획. 물론 자사의 주식을 비싸게 팔고 남의 것은 싸게 사려는 밀고 당기기의 고전적인 수법이 얽혀있다.협상 초기에는 ‘삼성전자 대 마이크론·하이닉스 연합’ 대 ‘인피니언·도시바 연합’ 3강의 구조였다. 이것이 ‘삼성전자’대 ‘마이크론·하이닉스·도시바’ 2강 구조로 바뀔 공산이 커보인다.이같은 변화는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협상결렬에 대비한 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협상의 결과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은 “협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도시바보다는 하이닉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하이닉스 관계자는 “박종섭 사장이 미국을 방문해 벌이는 2차 협상에서는 인수 혹은 합병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마이크론은 현금 투입을 꺼리고 하이닉스 채권단은 현금을 더 받았으면 하는 입장이어서 협상은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협상은 해를 넘기고 지지부진하게 되면 하이닉스만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하이닉스의 갈 길 =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마이크론·도시바 협력 건이 하이닉스 협상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며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이닉스 구조조정 특위 관계자들은 마이크론이 도시바 미국공장 인수 이후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을 내놓을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공장인수, 대대적인 감산, 설비축소를 요구할 경우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하이닉스는 마이크론 외에 삼성전자와 인피니언을 파트너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하고 있는 대목이다.● 미 도시바 공장 인수한 마이크론 =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 도시바를 대상으로 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도시바 미국 공장을 인수하는 등 위세를 과시했다. 도시바와의 제휴 확대를 위한 포석을 확보한 셈이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하이닉스 관계자의 표현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 안팎의 지분매각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금은 현금과 마이크론 주식을 동시에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홀로 서게 된 인피니언 = 인피니언의 아군은 없다. 도시바와의 협상에서 현금 투자를 피하려다 업계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현재 인피니언은 독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상황과 유사한 형편에 처한 이 기업이 협상우위를 차지하기란 어렵다.● 느긋한 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마음놓고 구경할 입장은 아니다. 때맞춰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가 불발로 끝날 경우 정부가 삼성전자를 압박해 하이닉스 인수를 유도할 것”이라는 해외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경쟁사 제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