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한국경제가 불황탈출에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예전 70년대처럼 고도성장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불황에서 탈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준으로 최소 3% 이상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와 민간측의 성장률 전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바닥을 찍을 것이란 데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미국경기가 중반이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이때부터 수출이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고도성장은 힘들지만 불황탈출은 가능할 것”한국은행 KDI(한국개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외 기관들은 견조한 민간 소비와 수출회복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에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경기 바닥은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하반기 저점 통과는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기관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상자기사 참조) 대체적으로 잠재성장률인 4%를 전후한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자체, 대선 등 양대 선거로 리더십이 붕괴되고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경제회복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단서를 달았다. 어쨌든 경제연구소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2.8%보다 높으며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이같은 경기전망이 가능한 것은 2001년말부터 국내경기가 살아나는 징후가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소비에서부터 반도체 가전 등 주력산업에까지 회복기미가 역력한 것. 저금리정책,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이 먹혀들기 시작했고 때맞춰 국가신용등급이 올라줘 대외신인도도 향상됐다. 소비와 건설이 앞에서 끌고 전통산업이 뒤에서 미는 양상이다. 건설 관련 전방산업인 시멘트 철근 엘리베이터 등의 업종은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원자재 품귀현상을 빚었다. 지난 11월 시멘트 출하량은 5백42만t으로 98년 이후 월 기준으로 최고치였다.수출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매달 20% 안팎이던 수출 감소폭이 지난 11월 16.3%로 축소된 것. 반도체 경기가 연말께부터 살아나면서 수출 감소폭은 10% 안팎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산자부의 분석이다.전문가들은 2002년에는 나라 안팎에 호재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국내요인으로는 양대 선거와 월드컵, 부산아시안게임이라는 굵직한 국제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양대선거로 인해 내수부양책이 더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또 KDI는 월드컵의 경제 파급효과가 11조7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형승용차 70만대 이상을 파는 것과 같은 규모이며 서울시의 1년 예산과도 맞먹는다. 2002월드컵에 투자된 비용은 경기장 건설비 1조6천억원을 포함, 총 1조7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월드컵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3조7천억원, 생산유발효과는 8조원에 이를 것이란 설명이다. 외화수입도 만만찮다.양대선거가 기회이자 악재관광수입 3억6천만달러와 입장권 해외판매수입 1억달러 등을 포함, 모두 7억달러의 외화가 국내로 유입될 전망이다. 월드컵의 경제상승 효과는 과거 월드컵을 유치했던 다른 나라의 예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98년 16회 월드컵대회를 열었던 프랑스는 27만5천명의 고용을 창출하면서 그해 경제성장률이 90년대 들어 가장 높은 3%를 기록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테러전쟁이 마무리되고 신국제질서가 태동되면서 아프카니스탄 부흥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그러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도 적지 않다. 자칫 ‘정치과잉’으로 인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선정국으로 급속하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칫 정부가 중심을 잃을 경우 우리 경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경제정책이 남발되고 선거에 따른 이완된 분위기로 금융권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노사갈등이 폭발한다면 우리 경제는 정상적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얼어붙은 것도 불안요인이다. 삼성 LG SK 현대기아차 등 4대 그룹은 2002년의 설비투자를 크게 줄이거나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02년의 설비투자를 2001년 6조8천억원에서 26.5% 축소한 5조원으로 확정한 운용방향을 밝혔다. LG는 경기 회복이 당분간 불투명하다고 보고 시설투자를 2001년의 4조7천억원보다 25.5% 줄어든 3조5천억원으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SK그룹도 설비투자를 2001년 수준인 4조원대에 동결했다. 현대 기아자동차 역시 설비 및 R&D 투자를 2001년(1조5천억원)수준으로 잡았다.한편 전문가들은 2002년에 유망한 업종으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산업, 반도체, 조선, 소매업 등을 꼽았다. 자동차 생산의 경우 내수와 수출이 각각 4% 가량의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의 특별소비세가 인하된 것과 양대 선거가 호재인 반면 원화환율 급등락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전자업종의 국내 생산은 13% 이상, 수출은 13%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02년은 특히 디지털 서비스 확대에 따른 디지털 기기의 대체 수요 발생과 내수시장 확대정책으로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반도체 가격 동향도 2002년 경제의 주요변수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 등 DRAM 업계의 재편이 향후 DRAM 반도체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건설업종은 위험요인보다 기회요인이 더 부각되면서 정부의 내수경기 부양책에 의해 투자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권은 2001년에 이어 구조조정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화에 성공한 일부 은행들은 수수료 현실화를 통해 수지가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어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주식시장은 저금리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수경기 활성화로 인해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2002년 경제성장률 전망기관별로 들쭉날쭉 “헷갈리네”한국경제가 2002년에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둡게 보는 곳은 성장률이 2.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5.2%에 이를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국내 전망은 대부분 4% 전후의 전망이 우세했다. 기관별로는 KDI와 신한경제연구소가 4% 이상,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3%대 중반의 성장을 예측했다. 한국은행도 잠재성장률(4%)수준의 성장을 예측했다.반면 나라 바깥의 시각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IMF는 12월1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당초 4.5%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2%로 조정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5.5%에서 3.2%로 낮춰 제시했다. 반면 씨티은행은 4.0%에서 5.2%로 성장률을 상향조정했다.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이처럼 엇갈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성장률 전망이 한 점의 확정치로 규정할 수 없는데도 관행처럼 확정전망치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60년대 미국의 존슨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률을 일정 범위로 제시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짜증을 낸 이후 확정치 발표가 확산됐다는 설이 유력하다.아울러 일본과 아르헨티나 등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한 데다 한국에 대해 어떤 이해관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경제전망치가 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즉 한국기업에 돈을 빌려줬거나 주식을 투자한 국제금융기관이 한국을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