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예보해주는 기상대는 농림부쪽에 가까울까 산업자원부쪽에 맞을까. 과거에는 농림부 업무쪽에 가까웠다. 날씨 상황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요즘은 산업자원부쪽에 가깝다. 날씨가 농업보다는 일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디즈니랜드같은 놀이공원은 다음날 예보된 비가 오전 6~10시 사이에 내리는지 아닌지를 하루 전에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시간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야외 놀이공원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실내 영화관으로 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비가 온다는 확신만 있으면 근무 인원수를 줄이고 음식도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알레르기약을 만드는 제약회사들은 꽃가루가 언제부터 날아다닐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봄이 돼 꽃가루가 흩날리는 시점에 광고를 해야 하고 그에 맞춰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탓이다.물론 이런 일을 자동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자판기에서는 날씨에 따라 자판기에서 파는 음료수의 가격을 조절한다. 날씨가 더우면 자판기 판매가격이 자동으로 올라가고 날씨가 을씨년스러우면 가격이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맞춰져 있다.기상 정보 따라 기업들 ‘울고 웃고’이처럼 항공산업에서 빌딩건설업자 맥주판매업자까지 기온 강우량 바람 습도 등 날씨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산업규모는 미국 경제에서 1조달러 규모이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날씨를 잘 활용하면 그만큼 큰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얘기다.예를 들어 스키용품을 비롯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밤바르디어라는 회사는 미국 44개 도시에서 눈이 지난 3년간 평균강설량의 절반보다 적게 온다면 판매한 7천달러짜리 전동 눈썰매(Ski-Doo) 한 대당 1천달러의 리베이트(환불)를 약속해 매출을 38% 늘렸다.그동안 사람들은 충분한 눈이 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설상차를 구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통상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까지는 큰 눈이 내리지 않아 판매에 애로를 겪었다. 따라서 회사측은 이같은 날씨상품을 활용해 눈이 늦게 오는 문제를 풀어나갔다.미국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5% 가량을 생산하는 테네시 밸리 오소리티(TVA)는 기상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국립기상대의 예보보다 1도만 더 정확하게 맞춰준다면 한 여름날에는 하루 10만달러 이상을 절약하게 해준다. 예보가 잘못되면 불필요한 전력생산을 늘리게 되고 부족할 경우에는 도매시장에서 아주 비싼 전력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올라간 전력값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그러나 이제는 날씨만 제대로 예측하면 부족하거나 남는 에너지를 미리 에너지 선물시장을 통해 사고 팔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정부부서도 에너지 예측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 44개주의 교통국은 고속도로가 결빙될 경우 자동으로 얼음을 녹여주는 소금을 뿌리는 장치인 도로 표면시스템(Surface Systems)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주요 도로에 1천8백개의 모니터를 설치, 도로의 온도 습도에 따라 얼마나 많은 양의 소금이 필요한 지를 알려주는 장치다.중요한 것은 눈이 온 뒤가 아닌 눈이오기 전에 소금을 뿌린다면 그 양은 눈이 온 뒤에 뿌리는 양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강추위가 한번 몰아칠 때마다 5만달러 이상을 버는 셈이다.정부의 기상예보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 미국 기상대측은 요즘의 3일간 예보는 20년전의 24시간 예보만큼 정밀하다고 밝힌다. 이는 어디에 고기압이 있고 폭풍진원지가 있는지 몇 주 앞서 알려주는 컴퓨터시스템 때문이다.민간기업 기상예보 투자 러시그런데도 민간 기업들은 기상예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윌리엄스나 듀크에너지같은 에너지 기업들은 95년 기상서비스당국에 의해 사용됐던 것보다 30배나 빠른 컴퓨터를 40분의 1 가격으로 사거나 임대한다. 보다 나은 기상예측을 위해서다.윌리엄스는 지난 8월 오클라호마대학에 1천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산학합동연구를 통해 초당 5천억 연산이 가능한 초강력 수퍼컴퓨터를 개발, 리얼타임 예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민간 기상예보가들은 정부 기상당국을 모방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8천개의 사이트에서 수집된 정부자료를 활용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복잡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돌려 고속도로에 피해를 주는 결빙상태나 주요 도시의 혹한등 구체적인 데 포커스를 맞춘다. 또 기업들의 재고관리 등 날씨가 영향을 미치는 곳을 주된 사업대상으로 한다.물론 아직 기업들은 아직 날씨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우연에 거는 확률보다는 높지만 체스게임보다 승률이 높은지 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확실성보다는 가능성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비즈니스의 세계에 더 잘 어울리는 대상인지도 모른다.그래서인지 윌리엄스의 날씨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더 안젤리나 벨라코브스카이야는 미국 여성 체스 챔피온을 3차례나 지낸 체스광이다. 그녀는 “장기적인 전략과 단기적인 전술을 결합해야 한다는데 날씨예보와 체스의 공통점이 있다”며 “비슷한 정보를 갖고 활용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인 것도 비슷하다”고 말한다.날씨 파생상품 Q&AQ=날씨 파생상품이란.A=보험상품과 비슷한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선물상품쪽에 더 가깝다. 대부분의 날씨 상품은 기온이 화씨 65도(섭씨 약 17~18도)를 기준으로 그 이상 올라갈 것이냐 아니면 내려갈 것이냐에 토대를 두고 있다. 기온 강우량 습도 등 측정가능한 어떤 것도 대상이 된다.Q=예를 들면.A=크게 세가지 형태다. 한 스키장은 미리 25만달러(프리미엄)를 낸 뒤 눈이 1백인치 이상 오지 않을 경우 1인치당 10만달러를 받는다. ‘풋’ 옵션과 비슷한 형태다. 물론 25만달러는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이다. 프리미엄을 내지 않고 눈이 미리 약정한 1백인치에서 1인치 모자라면 10만달러를 받고 1인치 넘으면 10만달러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스왑’거래 형태다. 눈이 많이 오면 스키장 내방객이 그만큼 많아지므로 손해는 아닐 수 있다. 세번째는 스키장이 우선 25만달러를 받고 눈이 1백인치를 넘어가면 인치당 10만달러씩 주는 것으로 ‘콜’ 옵션 형태다.Q=다른 파생상품하고 다른 점은.A=항공파생상품이 유가 급등을 피하기 위한 것처럼 대부분의 파생상품이 나쁜 뉴스를 헤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또 대부분이 이자율이나 환율 등 일정 가치를 가지고 있는 대상이 급등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날씨 상품은 이 점에서 다른다.Q=날씨 파생상품 시장규모는.A=아직은 크지 않다. 97년에 첫선을 보였을 정도로 역사도 짧다. 현재 시장규모는 연간 1백20억달러(계약기준)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2005년까지 5백억달러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전체 파생상품 규모 약 1백조달러의 0.5% 수준이다.Q=문제점은.A=운에 많이 좌우된다는 점이다. 날씨는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피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때문에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금융상품과는 달리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이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