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가 뜸해지면서 주도종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와 태평양에서 시작된 내수주의 강세가 급기야 최근 저PER주, 자산주 등 과거 주식시장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종목들로 옮겨졌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외국인 매수가 소강국면일 때 잠시 나타나는 것일까. 시장에 중대한 변화에 대한 예고편인가. 만일 예고편이라면 지금 주가 동향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최근 저PER주, 자산주의 강세는 당분간 주식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해 준다고 판단된다.경기회복 초기 종목별 동향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첫째, 이익증가율이 큰 종목의 부상이다. 경기가 오랜 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면 시장의 주도권이 가치주로 넘어간다. 증시 주변 상황 악화로 투자 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뀌기 때문인데, 올 5월 이후 내수관련 가치주가 상승한 것이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상승국면에 들어가면 EPS 증가율 같이 모멘텀이 큰 주식이 올라 간다. 증시 상황이 안정돼 위험이 줄어들고 투자심리가 공격적으로 변해서다.둘째, 주가 상승초기에는 저가주가 고가주보다 초과수익을 올린다. 저가주는 영업 악화와 재무위험으로 경기 침체기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다. 반대로 경기회복기에는 낙폭 과대를 재료로 초과수익을 올린다. 92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92년 8월 종합주가지수 저점 이후 두 달간 대부분 주식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후 저가주가 월등한 초과수익을 기록했다.이익가치·모멘텀에서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우위지금 시장에서 위의 개념에 맞는 주식이 중소형 개별주다. 올해 4분기에 주가가 시장 대표주를 중심으로 상승해 연말 현재 이익가치나 모멘텀 모두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우위에 있다.(그림 참조) 그림은 대우증권이 수익예상을 하는 종목을 12월 중순 시가총액에 의해 5단계로 분류하고 각 그룹의 2002년 예상 PER와 EPS증가율을 본 것이다.특징을 보면 첫째, 이익가치를 나타내는 PER는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뚜렷하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둘째, 이익증가율은 일관된 모양이 나타나지 않지만 시가총액이 가장 작은 그룹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한편 개별종목 중에서 93년 자산주와 같이 테마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데, 테마에 속하는 종목은 다른 종목에 비해 월등히 높은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아쉬운 것은 어떤 개념의 테마가 만들어질 지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장을 좌우했던 테마를 보면 86∼89년 트로이카→92년 저PER→ 93년 자산주→99년 IT와 같이 대상이 계속 바뀌었다. 기존 테마는 보완적인 기능만을 갖고 있을 뿐 주가상승의 핵인 테마는 전혀 다른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결국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테마는 시장이 진행되면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