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시장을 버추얼(가상시스템)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EMC, 히타치, 컴팩, HP 등이 장악하고 있는 스토리지 시장은 최근 기술 성숙화 및 시장 포화단계에 이르자 독자적인 시장타개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기술적 우위에 의한 시장접근에 이어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제품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거나 버추얼시스템이라는 관리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올해만큼 스토리지 시장이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새해 벽두부터 올 시장규모가 1조원 벽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지 업계는 들떠 있었다. 특히 9.11 뉴욕테러 사건으로 데이터백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면서 EMC 등의 솔루션업체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IDC는 2001년 전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 규모가 약 1백49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시장 규모인 1백77억달러보다 28억달러 정도 줄어든 수치. 그러나 ‘9.11 사건’은 막막하던 스토리지 업계의 숨통을 터 놓았다. 특히 국내 전산망이 마비될 것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 재해복구센터 구축’을 권고하는 등 스토리지사업의 상승국면을 맞았다. 권고안은 내년 12월까지 은행 증권사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은 사고 발생 시 3시간 내에 시스템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해야 한다.이처럼 성장일로에 있는 스토리지 시장에 스토리지텍(www.storagetek.co.kr)코리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EMC, IBM 등의 거인에 승부수를 던진 이 회사는 69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시작한 IT기업. 회사명 그대로 저장장치 프린터 디스크장치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업체다.99년 한국지사를 연 이 회사는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삼성 LG 현대 등의 대형 그룹에 테이프 및 디스크저장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백50억원. 올해 3백50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내년 4백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EMC, IBM 등의 경쟁사와 타깃시장·사업규모도 다르지만 기술만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업체의 장점이다. 권태명 스토리지텍 사장은 “경쟁사들이 시스템용량과 처리 속도를 강조했다면 스토리텍은 검색 및 데이터관리의 효율성을 목표로 한다”며 “스토리지텍은 버추얼기술을 이용, 빈 공간에 가상(버추얼)의 데이터공간을 확대하고 동시작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지텍의 버추얼기술은 독보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IBM과 HP 컴팩 등도 앞다퉈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저가 시장에서 상승하는 컴팩, IBM, 델한편 EMC가 주도해온 스토리지 시장은 IBM, 컴팩, HP 등의 가세로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컴팩코리아는 베리타스, ENG, 한솔아이글로브와 공동으로 이번 달 부산에 재해 복구만을 전담하는 ‘한솔 IT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컴팩이 서버 및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한국베리타스소프트웨어는 백업 및 재해복구를 비롯한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을 공급한다.한국IBM은 ‘토털스토리지 NAS 200’와 ‘NAS 300’을 시장에 저가로 쏟아내고 있다. ‘NAS 200’ 및 ‘NAS 300’은 윈도와 유닉스가 혼용되는 시스템 환경에서 파일 공유에 적합한 중소형 시스템이다. ‘NAS 200’은 용량이 1.74테라바이트로 2천만원대이며, 상위 제품인 ‘NAS 300은 최대 3.24 테라바이트로 2억원대다.한국델도 네트워크 부착형 스토리지 서버 제품인 ‘파워볼트 750N’ ‘파워볼트 755N’ ‘파워볼트 715N’ 3종을 출시했다. 이 스토리지들은 기업에서 사용되는 운영체제의 종류에 관계없이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네트워크 부착형 스토리지 제품이다.한국HP는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인 ‘hp슈어스토어 SAN링크’를 출시해 내년 시장을 선도할 승부수를 던졌다.저장장치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시장도 덩달아 솟아오를 전망. IDC는 2005년까지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시장이 1백7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경제 침체를 포함한 다양한 성장 둔화 요인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 시장은 호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9.11테러 이후 IT업계 특수재해복구시스템 시장 ‘활황’9.11 뉴욕 테러로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들은 한층 강화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이 테러 해킹 등에 의한 전산업무가 중단될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기관의 원격지 재해복구센터 구축을 권고하는 내용의 ‘금융기관 IT부문 비상대응 방안’을 발표한 이후 나타났다.금감원의 권고안은 금융기관이 내년 말까지 원격지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아래 정보시스템의 이중화와 데이터 백업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주 전산센터 이외의 지역에 별도의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복구시간은 은행 증권 신용카드 증권유관기관 및 통합시스템 운영기관의 경우 3시간 이내이며 보험사는 24시간 이내에 복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처럼 금감원까지 나서서 금융권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재촉하는 이유는 테러 사건이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안이하게 대처해 왔던 기업들도 하나 둘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구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 성격이 강했던 재해복구시스템 시장이 뉴욕테러와 금감원 권고안 등이 나오면서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은행 증권 카드 보험 금고 등 금융권 전체가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검토중이거나 구축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선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체 전산센터를 이용한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 운영중이다.우선 권고안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권부터 살펴보자. 금융권내 재해복구시스템 이슈는 원격지 재해복구센터 구축이다. 대부분 인하우스(한 건물내 시스템을 갖춘 것) 백업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업계에 따르면 은행 중 원격지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한 곳은 신한 하나 한미 한국은행 등 4군데다. 이들 은행은 원격지에 제2 전산센터를 별도로 구축, 본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원격지 시스템에 저장 보관하고 있다. 실시간은 아니지만 거래 데이터의 80%를 원격지에 저장 보관하는 곳은 경남 대구 부산은행이다. 서울 대구 부산은행은 최근 새로운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위해 관련 솔루션 물색에 나선 상태다.증권사의 경우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은 관계회사인 SI업체로부터 아웃소싱을 했고, 원장을 이관한 대형 증권사는 자체적으로 센터를 구축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동원 신영증권이다. 이외 중소 규모의 증권사들은 한국증권전산의 공동 백업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또 올해 최대 이익을 낸 신용카드사들도 다른 곳보다 투자 여력이 많은 관계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한편 24시간 복구를 권고받은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현재 SK생명, 동양화재 등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금고업계에선 새마을금고가 유일하게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키로 하고 시스템 구축업체를 찾고 있다.금융권 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에서도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 LG SK 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구축된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그룹사 대부분은 천재지변 테러 등 각종 외부요인으로 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업무를 실시간 정상가동할 수 있는 재해복구시스템을 계열 SI업체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구축해 놓은 상태다.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는 충남 대덕과 경북 구미에 데이터센터 백업센터를 구축해 놓고 있다. 계열 금융사는 주로 과천데이터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이중 삼중의 백업방식과 실시간 또는 1일 업데이트 주기가 차별적으로 적용된다.LG그룹은 LG캐피탈 LG전자 LG화학 LG화재 등 4사가 강남 논현동 KIDC에 재해복구 센터를 구축해 놓고 있다. 고객정보의 실시간 처리가 중요한 LG화재나 LG캐피탈은 실시간 백업 및 데이터 복구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LG전자와 LG화학은 SLA(서비스 수준 규약)를 통해 데이터를 복구하게 된다. LG는 이들 4개사 외에 다른 계열사 및 자매사들의 재해복구시스템 통합운영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SK그룹은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보라매센터와 대전의 대덕센터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지난 97년부터 이미 실시간 미러링(Mirroring) 방식을 응용한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SK의 대덕이나 보라매센터는 모두 서울에 위치한 중앙통제센터(CCC)를 통해 통합관리되며 특히 대덕센터는 서울에서 1백50㎞ 떨어진 원격지 백업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현대의 주요 계열사들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정보기술 데이터센터를 통해 재해복구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최근 내외부 고객의 증가에 따른 시스템 확장을 위해 연구소 3층에 추가공간도 확보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