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기자 parker49@kbizweek.com반도체 한 개를 생산하기 위해 몇 개 업체들이 협력할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반도체 메이커의 협력업체로 등록돼 있는 업체만 1백50개사. 여기에 협력업체의 하청업체 그리고 외국기업까지 합하면 수백개의 관련 업체들이 얽혀 있다.반도체 장비부품업체인 에스엔티도 반도체 메이커의 협력사로 등록된 기업이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중 에스엔티가 요즘 투자자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2001년 12월26일)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것 뿐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보여준 뛰어난 성장성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지난 2000년과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13%씩 늘었다. 한 해만 반짝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이 회사는 연평균 매출액을 47%씩 성장시켰다. 이같은 탄탄한 성장성을 기반으로 에스엔티는 국내 대표적인 파인세라믹스 전문업체로 자리잡았다.이 회사가 생산하는 품목은 반도체용 파인세라믹스(Fine Cera-mics)로, 반도체 전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파인세라믹스는 실리콘(규소), 알루미나, 쿼츠(석영 유리재) 등의 물질을 재료로 생산되는 제품이다. 내마모, 내열, 그리고 고강도 등의 특성을 갖고 있어 전자산업의 핵심부품뿐 아니라 항공 우주공학 분야에도 사용된다.정밀도와 순도가 요구되다보니 지금까지는 일본(세계 시장점유율 50%)과 미국(30%)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실리콘 분야의 파인세라믹스 시장은 일본 등 외국계 업체가 89%를, 알루미나 분야는 이들이 77%나 차지한다. 철옹성 같은 기술 장벽을 배경으로 외국계 회사들은 비싼 값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그러나 에스엔티가 지난 95년부터 시장에 진출한 뒤 시장의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거의 1백% 수입제품을 쓰던 국내 반도체 메이커들이 에스엔티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거대 외국계 업체가 장악한 시장을 에스엔티가 조금씩 되찾아 왔다. 외국계 제품 가격의 3분의1 수준이면서도 품질은 뒤지지 않았던 것이 시장의 인정을 받은 것. 게다가 IMF 이후 생산단가를 낮춰야 했던 반도체 메이커들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에스엔티의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반도체 수율 향상 ‘포커스 링’ 호평 받아지난해 초에는 반도체 수율을 향상시키는 핵심부품 ‘포커스 링(웨이퍼의 오작동을 막는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기술력과 가격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아 에스엔티는 국내 업체 중 가장 성공한 회사로 발돋움했다.에스엔티의 등장으로 외국사의 시장점유율은 1백%에서 77~89%대로 떨어졌다.앞으로 국산화가 가속화되면서 외국사의 시장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오진근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 지난해 1백6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에스엔티는 올해 13.4%가 증가한 1백92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이 업체의 성장성을 밝게 해주는 또 다른 요인은 소모성 재료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보통 반도체 부품 교환주기가 6개월 정도인데, 이 회사의 제품은 2~3개월 주기로 교환해야 한다. 교환주기가 빠른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셈이다. 또 반도체 산업은 생산을 줄이더라도 기계는 돌려야 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소모품을 생산하는 에스엔티로서는 지속적으로 생산에 주력할 수 있다. 반도체 경기에 덜 민감하다는 얘기다.이 회사는 차세대 부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차세대 신소재로 부각될 Si-Sic(실리콘 카바이트)나 AIN 등을 개발하기 위해 일본 세라믹 전문가 등이 뛰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에스엔티의 기술개발을 담당한 마쯔오 슈이쯔씨는 지난해 초 설립된 세라믹연구소 상임고문으로 일하면서 신기술을 국내에 접목시키는데 노력한다. 마쯔오 고문은 일본 도시바세라믹스에서 연구과장과 개발영업부장을 지낸 신소재 분야의 전문가다.지난해 12월26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에스엔티는 기관투자가가 2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중 95%는 등록한 뒤 2개월 동안 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회사측과 약속했다. 따라서 등록후 2개월 이내 유통될 물량은 68만주(총 4백86만주 중 1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애널리스트 시각탄탄한 영업구조 ‘강점’반도체용 초고순도 파인세라믹스 재료업체인 에스엔티는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백69억원, 36억원을 예상, 각각 28%, 14%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회사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모성 재료를 공급, 영업구조가 튼튼하다.2002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상승하면서 DRAM 매출이 전년대비 4.5% 증가한 1백17억달러로 예상돼 회사의 영업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연구개발력을 강화해 Si-SiC, AlN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고수익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력과 수익성을 고려할 때 적정 주가는 2002년 EPS 6백75원에 반도체 경기회복기 재료업체 평균 PER 10∼13배 수준을 적용하면 6천8백∼8천8백원이 적정할 전망이다. 이 업체가 일본 대만 등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반도체 경기 상승과 함께 영업이익 확대로 이어져 주가의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CEO 탐구이재홍 대표이사“신소재 전문 개발업체로 발돋움”이재홍(46) 에스엔티 사장의 하루 일과는 공장내 작업장을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걸으면서 그가 하는 일이라곤 귀를 열고 듣는 일 뿐이다. 수많은 소음중에 그가 듣고 싶은 것은 균일하면서 연한 느낌을 주는 소리다. 마치 칼로 고구마를 썰 듯 맛있는 소리가 나면 그 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반면 바람 든 무를 칼로 썰 때 나는 탁한 소리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다. 파인세라믹스는 내부에 이물질 없이 순도가 높아야 좋은 품질로 인정받는다.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이 분야에만 일해온 파인세라믹스 전문가다. 지난 84년 미국 세라믹 가공 전문업체인 ‘프리씨죤 마그네틱스’의 한국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신입사원이 입사한 뒤 5년은 지나야 겨우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가 까다로운 거죠. 단순히 기계를 돌려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옛날 장인이 도자기를 빗는 자세와 숙련도를 요구합니다.”생산에 투입되는 직원은 70여명, 이중 핵심요원 10명은 마지막 완성된 제품을 검사한다. 여기엔 이사장 등 경영진이 포함된다. 이들은 제품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없애 버린다. 정말 도자기를 빗는 자세로 일하는 것이다. 기계에 의존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이들은 연간 7천여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소품종 소량생산으로 시장의 변화에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수많은 업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진 이유는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견디지 못해서입니다. 에스엔티는 외국사에 빼앗긴 국내 시장을 되찾을 겁니다.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신소재를 개발하는 전문업체로 발돋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