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옵션과 한번 상대해 보자.평당 100만 원에 30평짜리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500만 원이다. 그럼 지금 이 아파트의 시세는 3,500만 원이다. 마음 좋은 건설회사가 있어 아파트 분양대금을 분양 당일 받는다고 한다. 분양 당일 아파트가 4,500만원에 거래가 됐다면 분양권을 500만 원에 산 나는 1,000만 원을 벌게 된다. 그런데 만약 아파트가 2,500만 원이 됐다면 나는 1,000만 원을 손해 볼까? 아니다. 분양을 안 받으면 그 뿐이다. 나는 내가 낸 돈 500만 원을 손해 볼 뿐이다. 이게 콜옵션이다. 근데 콜옵션을 사는 건 알겠는데 풋옵션을 사는 건 또 뭐야?마음먹고 냉장고를 주문했다. 주문한 냉장고로 마누라를 놀래 주려는 순간 놀라기는커녕 궁시렁궁시렁 거리기 바쁘다. 색깔이 어떻고, 디자인이 어떻고 해가며. 거기까진 참겠는데 가전회사 다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150만 원 주고 산 걸 자기는 120만 원이면 사 올 수 있다나 뭐라나. 우리는 더 이상은 못 참는다. “150만 원이란 가격도 나니까 가능한 거였지, 당신은 200만 원 줘야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을걸? 좋아, 할 수 있으면 100대라도 사 가지고 와. 내가 150만 원에 다 사줄 테니까.” 이 순간 남편은 파는 권리를 팔아 버렸다. 뒤집으면 부인은 현명하게도 한푼도 안내고 냉장고를 150만 원에 파는 풋옵션을 사 버린 것이다. 갑자기 냉장고 가격이 100만 원이 된다면 부인은 앉아서 50만 원을 벌게 되는 셈이다. 만약 값이 200만 원으로 오른다면? 권리 행사를 안 하면 그만이다.살 수 있는 권리 ‘콜’, 팔 수 있는 권리 ‘풋’정리하자면, 콜옵션은 무언가를 얼마에 살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고 내리면 손해다. 반대로 풋옵션은 무언가를 얼마에 팔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가격이 내리면 이익이고 오르면 손해다. 단 손해는 내가 처음 낸 돈만큼이 전부다. 그 이상 손해는 없다. 왜냐하면 권리만을 사기 때문이다. 그럼 옵션을 파는 것은? 그렇다. 의무만을 지게 된다. 따라서 돈 받고 판다.이번엔 반대로 풋옵션을 파는 것부터 생각해 보자. 만약 냉장고가 10만 원이 돼 버린다면 으악…(설마, 그럴리가… 하지만 지난 2001년 1월에 누군가가 미국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다고 했다면 똑같이 ‘으악’ 했을 거다. 세상에 절대란 없는 것 같다). 이 냉장고를 누가 판다면… 정말 으으으악… 그럴 수는 없을 거다. 그래서 옵션을 파는 것은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위험을 지게 된다. 의무만이 있기 때문이다.그럼 콜옵션을 파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주가가 다음달 두 번째 목요일까지 지금보다 100포인트 올라 갈 수 있을까? 200포인트는? 300포인트는? 절대로 못 올라간다고 생각되면 이제 증권회사에 계좌를 트고 콜옵션을 팔아 버리면 된다. 지금보다 100포인트 위에서 팔아 버리는 것이다. 한 달 거래일수가 20일인데 설마 날마다 5포인트씩이야 오르겠는가. 옵션을 이해하자마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는 걸 보니 나는 아무래도 천재인가봐.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진 않는다. 세상은 역시 만만하지는 않나 보다.옵션거래에서 콜옵션이나 풋옵션을 매도하는 사람을 ‘옵션 매도자’라고 한다. 옵션매입자가 권리행사를 하게 되면 이에 응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내시장에서는 매도자로 하여금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보증금이 없으면 매입자의 옵션행사에 응하지 않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자.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도 사라졌으니 이제 정리를 해보자. 단 선물은 권리와 의무를 각각 갖게 되지만 옵션을 사는 것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그 지급범위 내에서 손실을 갖는다. 반대로 옵션을 파는 것은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대신 이익은 프리미엄으로 제한되고 손실은 무한대다. 아, 역시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