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세계경제와 증시에서 가장 큰 화두를 꼽는다면 단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나라의 금리인하를 들 수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모두 열한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4.75% 포인트 내린 셈이다. 한해 열한 차례에 걸쳐 금리를 4.75% 포인트 내린 것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세계경제와 세계증시에 미친 영향도 컸다.그렇다면 2002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역시 2002년에도 관심사다. 그 중에서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FRB의 통화정책 방향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단 시장의 분위기는 이렇다. 2001년 12월 초 열한 차례 금리를 내린 이후 FRB가 2002년 들어서도 열두 번째, 심지어 열세 번째까지 금리인하를 점치는 예상이 대두됐다. 과연 이런 예상대로 2002년 들어 FRB가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것일까.이 우문(愚問)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미 연준리를 비롯한 각 나라 중앙은행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지와 현 정책금리 수준이 각 나라의 경제여건에 비해 과연 적정한가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무엇보다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세계 각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 대책의 주안점이 바뀌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고 있지만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무용론’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태다.지금처럼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끼고 금리인하에 비탄력적인 상황이 계속되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점은 2002년에도 미국의 대이라크 확전 가능성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2001년 못지않게 예상됨에 따라 쉽게 풀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금리인하 무용론 … 유동성 함정 우려 높아금리수준 자체만으로도 추가 인하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현재 세계 각국의 경제 여건을 감안한 평균정책금리는 2.6% 내외로 추정된다. 반면 세계경제 성장률 1%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인 점을 감안하면 각종 위험요인(Risk Premium)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금리인하는 임계수준(Critical Point)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개별국가의 금리수준도 해당국가의 경제여건에 비해 낮은 상태다. △인플레이션율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치를 뺀 값에 가중치(정책의향계수를 곱한 값) △경제성장률에 목표치를 뺀 값에 가중치를 곱한 값의 합으로 정의되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적용해 각 나라의 적정금리를 산출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현 금리수준보다 높게 나온다. 이미 금리를 내릴만큼 내렸다는 의미다.만약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내릴수록 돈이 쓸 곳에 제대로 쓰여지지 않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인플레 유발 등 중앙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인플레가 안정돼 금리인하 여지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면 모르더라도 현 상태에서는 금리인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국채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도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세계 각 나라들이 내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대책 내용으로 보아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추가적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세금 인상 등을 통한 방안은 현 경제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저항과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로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후손들의 소득을 미리 당겨 쓰는 방식인 국채 발행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미 FRB를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금리조절 수단으로 회사채를 직접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채에서 회사채로의 교환거래(Switching)로 국채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감소함에 따라 보유 국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테러와 세계경기 동반 침체로 ‘작은 정부론’보다는 ‘큰 정부론’이 힘을 얻으면서 케인시언들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의 감시기구인 예비시장공개위원회(SOMC: Shadow Open Market Committee)를 비롯해 각종 FRB의 감시기구들도 인플레를 우려해 최근 금리 인하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이밖에 경기적인 측면에서도 미국경제는 이미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국경제를 산업별로 정보통신기술(IT)과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으로 구분할 때 제조업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지표를 선행·동행·후행지표로 나눌 때 선행과 동행지표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FRB가 경기회복 여부를 판단하는데 가장 신뢰하고 있는 채권시장에서의 장·단기 금리차도 정상을 찾고 있어 경기회복을 암시한지 오래 됐다.채권보다 주식보유 비중 늘려야결국 2002년에는 FRB의 통화정책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경기가 회복되면 곧바로 인상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오히려 현재 예상되는 미국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경기부양대책의 주요 수단이 금리인하에서 재정정책으로 선회될 것이 확실시된다.우리나라는 어떤가. 정도의 차는 있지만 세계 각국들이 처한 여건과 대동소이하다. 금리 인하의 효과와 관련해 한국은행의 시각은 일단 그 효과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지만 인플레 문제 등을 고려해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비춰져 왔다.현 콜금리 수준도 우리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각종 위험요인을 감안하면 결코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더욱이 2002년에 예정된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울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의 저항이 높고 자칫 집권당의 표를 깎아먹게 될 세금과 공공요금 인상, 준조세(Near Tax) 등의 수단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인하를 최대재료로 한 기존의 자산운용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까지 채권을 위주로 운용해 오던 포트폴리오를 앞으로는 주식 보유 비중을 늘려 궁극적으로 3대7 정도로 채권보다 주식에 무게를 두는 형태로 변경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주식시장도 2001년에는 금리인하가 최대재료가 됨에 따라 그동안 유동성 장세에 민감한 내수관련주와 은행주, 증권주들이 주도주로 부각됐었다. 이제 금리인하 국면이 서서히 마무리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앞으로 증시의 최대재료는 경기회복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경기회복에 민감한 블루칩 업종과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업종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