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활용 e메일 마케팅 펼쳐 대성공 … 종목분석력 애널리스트 빰쳐

‘퍼스널 펀드매니저’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고객을 만나고 있는 전병국(35) 하나증권 명동지점장은 증권업계에서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영업맨이다. 대개 업계에서 ‘영업 잘한다’며 이름이 좀 나게 되면 불명예스런 일에 휘말리거나 고객과의 분쟁으로 업계를 떠나기 쉬운 현실에 비춰보면 지난 99년부터 ‘e메일 상담’ ‘UMS서비스’ 등 색다른 마케팅전략으로 증권업계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전지점장은 그의 표현대로 ‘운이 좋은 편이다’.전지점장이 하나증권 명동지점에 부임한 건 지난해 11월. 지점에 오자마자 그는 중소형 증권사인 하나증권이 명동이라는 특별한 지역에 하루빨리 뿌리내리는 것은 물론 고객과 지점이 함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을 구상했다.그래서 나온 게 ‘퍼스널 펀드매니저’ 개념이다. 증권사 직원이 단순한 매매대행원이 아니라 기관의 펀드매니저와 같은 정보력, 애널리스트에 버금가는 분석력을 갖추고 개인의 자금운용 상담까지 해주겠다는 설명이다.“이제 시장의 루머나 감각으로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술적 분석도 전문프로그램을 통해서 접근하는 시대에 지점직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틈새시장을 파고 드는 거라 생각했습니다.”전지점장의 틈새시장 공략은 부임 한 달여 만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명동지점의 예탁자산이 두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전지점장은 정보화 추세를 활용, 퍼스널 펀드매니저 개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고객에게는 메신저를,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손님들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음성메시지를 통해 시황과 정보를 보내고 있다.전지점장은 일찍부터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 업계 최초로 e메일을 이용한 마케팅을 시도해 성공했다. 그는 지난 99년초 현대증권 과장시절 개인 비용을 들여 ‘e-mail을 통한 쌍방향증권투자를 소개합니다’란 팸플릿을 만들어 뿌렸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과 접촉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한 것. 새로운 방식의 이 전략은 팸플릿과 함께 업계의 화제가 됐다.약정에만 매달리다 파산 직전에 몰리기도팸플릿의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99년은 국내 증권시장이 IMF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1,000선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였던만큼 증권투자 인구는 늘고 있었지만 증권회사가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e메일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 전지점장을 그만큼 신뢰하게 됐고 자금운용을 다퉈 맡기려 했다. 그 결과 2000년 초 그가 관리하던 예탁자산은 법인자금을 포함해 4백억원에 달했다.물론 전지점장이 약정고 올리기에만 치중한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큰 수익도 안겨줬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미국 나스닥 시장의 움직임에 코스닥시장이 연동하는 것을 목격한 전지점장은 남들보다 먼저 인터넷 관련주에 투자했다.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98년 동방페레그린증권에 근무할 당시 증권사 영업직원이 겪을 수 있는 나쁜 일은 다 겪었습니다. 고객들에게 무리한 약속을 하고, 약정고 때문에 친척 자금까지 끌어들였다가 거의 원수가 되기도 하고…”개인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전지점장은 이때 증권업계에서 승부를 걸되 정도를 걷는 영업맨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전지점장은 “순간의 약정실적으로 스타가 되기보다는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며 오래 가는 증권맨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98년 말 한 선배가 현대증권 세종로지점에 먼저 둥지를 틀고 그를 불렀다. 이때 e메일을 이용한 마케팅이 성공했고 이후 전지점장은 증권업계에서 뭔가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인물로 각인된다. 새롭게 시장에 선보인 ‘퍼스널 펀드매니저’도 지금까지 그의 궤적을 보면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전지점장은 “이제는 팀워크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전지점장의 퍼스널 펀드매니저 개념도 이런 철학 위에 서 있다. 그래서 미국증시 전문, 스팟 뉴스 담당, 시황담당 등으로 직원들의 역할을 분담해 뒀다. 이들이 각자 내는 자료가 모여 고객들에게는 ‘하나증권 명동지점’ 이름으로 전송되는 것이다.전지점장의 새해 소망은 그래서 단순하다. 한 순간의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꾸준한 수익을 올려주는 시스템을 하나증권에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