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조동길 회장 첫 테입 끊어 …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 정의선 현대자동차 상무 행보 관심

대기업들의 ‘2002 인사’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앞두고 그에 걸맞는 인사들의 대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너 3세들의 행보다. 이들은 하나 둘씩 경영대권을 이어받거나 여기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바야흐로 3세들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이의 첫 테입은 범 삼성가가 끊었다.지난해 말 한솔그룹은 조동길 부회장(47)을 그룹 회장으로, 장남 조동혁 부회장(52)을 그룹 명예회장으로 올리는 인사를 단행했다. 조동길 회장은 삼성가 장녀 이인희 고문(74)의 삼남이다. 삼성가로서 3세 경영체제를 굳힌 것은 새한그룹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사실 창업자나 다름없는 이고문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대권이 이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한솔의 이번 인사는 이미 예정된 것이긴 했지만 이건희 삼성회장처럼 삼남이 그룹회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조동길 회장은 그룹의 경영이념을 ‘가치경영 책임경영 투명경영’으로 정하고 주력인 제지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우영석 팬아시아페이퍼 사장을 한솔제지의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하고 문주호 한솔포렘 대표이사 전무를 한솔제지 영업 및 생산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유명근 한솔포렘 상무를 한솔포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조회장을 보좌할 측근들도 한께 세팅한 것이다.이 고문의 차남인 조동만 부회장(49)은 계열 분리된 한솔텔레콤 한솔아이벤처스 한솔글로브 한통엔지니어링 등 4개 IT(정보기술)회사를 맡는다.이번 한솔그룹의 인사로 삼성가 장손 이재현 제일제당 경영담당 부회장의 대권승계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부회장은 삼성가 3세들중 가장 먼저 디지털화를 선도하며 이를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당장 대권승계는 어렵지만 어떤 형태로든 약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이재현 제일제당 부회장 대약진 1순위가장 관심을 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는 승진과 함께 ‘속전속결식’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란 게 재계의 추측이다. 이의 일환으로 미국 GE본사에서 일정기간 근무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상무보의) GE에서의 경영수업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이와관련,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은 “(이 상무보의 인사는) 임원승진 기준과 업무실적 평가등 내부 시스템에 따라서 하게 될 것이다.”고 운을 띠우기도 했다.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상무보의 약진인사는 없더라도 그를 보좌할 측근들은 어떤 형태로든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인사가 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LG그룹도 세대교체 인사를 냈다.LG칼텍스정유는 1월1일자로 허동수 부회장(58)을 회장으로 선임하고 명영식 부사장(생산본부장)을 생산담당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임원인사를 발표했다.허 회장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LG 창업시절에 동업자로 참여한 허준구 LG전선 명예회장의 조카이다. 그와 사촌동생 허창수 LG전선 회장은 LG그룹내 허씨 가문의 대표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30여년간 정유업계에 몸담아 오너라기보다 전문경영인에 가깝다.지난해 LG증권에서 LG전선으로 옮긴 구자열 재경담당 부사장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권문구 LG전선 대표이사 부회장(59)이 지난해 말 사임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전 임직원이 열람하는 사내 게시판에 ‘한동규 기술담당 부사장과 구자열 재경담당 부사장이 재목감’이라며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거명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구자열 부사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동생이자 창업 고문인 구평회 한미협회 회장의 장남이다. 구부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차세대 리더’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들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CEO이다.재계 일각에서는 구 부사장이 LG전선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고 허창수 회장이 다른 계열사로 옮기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현대가의 3세 약진은 현대백화점에서부터 시작됐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 정지선 상무(30)가 2002년 시작과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정몽근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3남이다.정부사장은 지난해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간여해왔다. 정부사장은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아시아 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정부사장의 승진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상무(32)의 약진여부에 시선이 모아진다. 정 상무는 정 부사장보다 두 살 위다. 따라서 정 상무의 승진은 기정 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이의 전조인 듯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승진인사를 대거 냈다.현대차 그룹 MK측근 ‘승진’행렬지난 2일 현대모비스 박정인 사장(59)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한규환 모듈부품 사업본부 부사장(52)을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현대하이스코의 윤명중 사장(61)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유인균 현대하이스코 회장은 박세용 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었던 INI스틸 회장으로 임명됐다.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경영을 챙기는 그룹 주력사업인 완성차를 정점으로 철강과 자동차부품 부문은 정 회장의 ‘창업 동지’가 회장으로 책임을 맡는 구도로 재구축됐다. 이는 정의선 상무의 약진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박정인 회장은 77년 현대차써비스에서 현대모비스 경리부장으로 영입된 정회장의 측근중의 측근이다. 박회장은 정 회장이 현대차 인수, 왕자의 난 등 경영외적인 부분에 몰입했을 당시에도 조용히 현대모비스를 이끌어 국내 최대의 자동차부품사로 키웠다.한규환 신임사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 출신으로 83년 현대모비스에 입사, 기술연구 분야에 몸담아 왔다. 98년기술연구소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핵심 사업중 하나인 모듈부품 사업부를 총괄해왔다.윤명중 회장은 69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32년간 현대차그룹에 몸담아 온 자동차맨이다. 그는 지난 99년 현대캐피탈 사장을 거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맡아왔다. 윤회장은 현대하이스코가 흑자전환을 이루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인균 신임 INI스틸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INI스틸(옛 인천제철) 사장을 역임하고 지난 2000년부터 현대하이스코 회장으로 일해왔다.SK는 지난해 일부 오너출신들의 승진인사가 있어 이들에 대한 더 이상의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4대그룹 신년사로 본 경영전략“시스템 글로벌화 통해 1등기업으로 도약”‘이젠 경영시스템 글로벌이다’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손길승 SK 회장, 정몽구 현대자그룹 회장 등 4대그룹 회장들이 신년사에 밝힌 공통적인 ‘2002 생존 키워드’이다.이와함께 기업들마다 혁신과 변화, 내실경영, 유연경영 등 강조하는 사항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이를 일맥상통하는 공통적인 전략은 한마디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각 분야에서 소수의 일류 기업만 이 살아남을 수 있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경영전략의 시야를 세계무대 로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먼저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10년 앞을 내다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올해 두차례의 선거로 지역간, 이념간, 계층간 대립과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고 여론에 영합하려는 무책임한 정치논리가 경제원칙을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힘들다고 해서 삼성마저 움츠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제경쟁에 대비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이와함께 이 회장은 새해 삼성 경영목표로 ‘기회선점형 기업’ ‘강하고 존경받 는 기업’ ‘바른경영 믿음을 주는 경영’ 등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 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구본무 회장은 신년 인사말을 통해 “일등 LG가 우리 모두가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지금은 일등이 아닌 기업은 인정해주지 않고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일등기업은 오히려 진가를 발휘한다”고 강조했다.구 회장은 “경쟁사들도 배우고 싶어하는 기업으로써 누구나 인정하는 일등 LG를 달성하자”며 이를 위해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돼달라고 당부했다.손길승 회장은 “올해는 SK가 창립된지 50년이 되는 마지막해로 그동안 우리는 국내 최고 기업이 됐다”며 “앞으로 새로운 50년은 세계 최고 기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질서와 원칙에 충실한 기업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것이 중요 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손 회장은 “계열사별로 임직원 합의를 통해 미래에 어떤 회사가 돼야 할 지(To-be모델)를 결정하고 진정한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효율적인 경 영시스템과 성과지향적 기업문화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품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현대차 판매가 40% 이상 늘었지만 전체 품질지수가 아직 업계 평균수준에 미달하고 있다”는 질책과 함께 품질경영, 현장 책임경영체제 정착 등을 새해 경영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