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즉석밥(햇반), 쌀 라면, 쌀 과자 등 쌀 관련 식품시장이 올해도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쌀 가공제품의 시장규모는 어림잡아 3,000억 원 정도. 2000년에 비해 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쌀 관련 가공식품 시장이 뜰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식품업계가 올해 주제를 ‘쌀’로 잡고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기존 과자와 음료에 머물던 품목도 쌀 발효유산균, 쌀 우동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2∼3년 전 출시됐다 사라진 쌀 라면도 새로 등장할 정도로 식품업계의 주력상품으로 떠올랐다.하지만 더 큰 이유는 즉석밥과 쌀 음료 등이 크게 히트치면서 틈새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맛벌이 부부, 독신자 가정이 늘어 즉석밥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다 쌀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 때문에 쌀 식품 시장이 계속 커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의 쌀 소비 촉진운동도 식품업계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양곡소비량’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3.6kg으로 1999년(96.9kg)보다 3.4% 줄어들었다.이는 10년 전인 1990년의 78% 수준이다. 쌀 재고량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 쌀 재고량이 679만 3,000석이었으나 지난해 989만 석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380만 3,000석이나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준비 중에 있는 다양한 지원책으로 식료품 업체들의 쌀 관련 식품개발을 독려할 것”이라며 “현재 쌀 소비의 약 3.5%에 이르는 쌀 가공식품 비율을 1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쌀 관련 가공식품 시장규모 4,000억 원쌀 가공식품 시장의 성장을 이끈 제품들로 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과 웅진식품의 쌀음료 ‘아침햇살’을 들 수 있다.1996년 12월에 출시된 ‘햇반’은 2000년 180억 원, 지난해 31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제일제당에 따르면 현재 ‘햇반’ 생산에 소비되는 쌀은 연간 2,500t으로 국내 쌀 소비의 0.0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햇반’ 성공에 고무된 제일제당은 쌀 관련 가공식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 위해 지난해 ‘쌀 가공연구센터’를 설립, 한 해 1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전통 쌀 가공식품인 죽, 식혜, 조청 등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농심 등 경쟁업체들도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제일제당의 ‘햇반’과 더불어 쌀 가공식품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하는 웅진식품의 ‘아침햇살’은 1999년 1월 출시된 이래 쌀 음료 돌풍을 일으킨 제품이다. 출시 첫 해 매출액 400억 원을 기록하며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자 해태음료의 ‘백의민족’, 롯데칠성의 ‘별미별곡’, 동원산업의 ‘상쾌한 아침쌀음료’ 등 유사제품들이 30여 곳에서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아침햇살’은 출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국산 쌀 1만 6,700t을 소비했다. 이는 국민 4,000만 명의 네 끼 식사에 해당되는 양이다. ‘아침햇살’의 연간 매출액은 900억 원. 사용한 쌀은 5,000t으로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의 0.1%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쌀 음료시장은 1,600억 원. 이는 전체 음료시장(3조 2,000억 원)의 0.5%에 불과하지만 쌀 음료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쌀 과자류도 쌀 식품시장을 키운 공신이다.원래 쌀 과자 시장은 기린과 농심이 양분하고 있었다. 기린은 국내에서 쌀 과자를 처음 선보인 업체다. 지난 1987년 서양식 과자 일변도였던 국내 과자시장에 처음으로 쌀을 주원료로 만든 ‘쌀로별’을 출시한 이래 연평균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은 모두 1,531억원.1992년 쌀 과자 시장에 뛰어든 농심은 ‘안성누룽지’, ‘감자구이비스켓’ 등 5종의 쌀 과자를 줄줄이 내놓은 쌀 과자시장의 선두주자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억 원으로 1999년(150억 원)에 비해 33% 늘어났다.이에 자극 받은 경쟁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농심, 롯데, 해태, 크라운, 기린 등 5개 업체가 16종의 쌀 과자류를 출시했다. 국내 쌀 과자류 시장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어 1999년 215억 원, 2000년 300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6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전체 스낵시장(총 6,000억 원)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쌀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선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롯데리아가 잇따라 출시한 ‘라이스버거’(1999년 5월 출시)와 ‘새우라이스버거’(2000년 9월) ‘김치버거’(2001년 8월) 등은 월 평균 각 35만 개, 29만 개, 125만 개가 팔릴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이들 제품이 한 해 올리는 수익이 600억 원에 이른다. 롯데리아의 성공은 경쟁업체들을 자극해 맥도날드가 이미 ‘김치버거’를 출시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쌀 관련제품 출시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쌀 라면’과 ‘쌀 설렁탕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쌀 15%가 들어가는 이 라면으로 연간 240만 박스를 팔아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빙그레도 ‘햇살담은 캡틴’ 용기면(밥을 별도로 제공)을 출시, 연간 5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농심, 한국야구르트 등도 쌀 라면 출시를 앞두고 있다.사실 쌀 라면은 예전에도 여려 차례 개발된 일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쌀의 특성상 쫄깃쫄깃한 맛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게 쌀 라면을 출시한 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쌀 특유의 구수한 맛을 내면서도 쫄깃쫄깃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올해 쌀 라면 시장규모는 3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1조 2,000억 원인 전체 라면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라면업계의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노력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