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진급에 절대적인 영향 미쳐… 특성별 강점 가진 어학원 선택해야

S건설회사에 다니는 이모 대리(38)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과장 진급 대상자인 그는 평소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 내심 무난한 진급을 기대했으나 뜻밖의 복병이 나타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지난해부터 사규가 바뀌어 토익 550점이 넘어야 진급자격이 주어지는 터에 아무리 업무실적이 뛰어나도 점수가 모자라면 진급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되었다. 할 수 없이 6개월 전부터 새벽(6시30분)엔 서울 강남의 영어학원을, 퇴근 후에는 집 근처(중계동) 독서실에 다니며 필사적으로 영어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넉 달째 아이들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이씨는 “새벽반을 다니면서 출퇴근 시간에 테이프를 듣고 퇴근 후에도 영어공부에 두세 시간 투자하지만 도대체 토익점수는 오르지 않고 500점 근처에서 맴돌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미 지난 해 진급을 포기했지만 올해 목표를 토익 700점으로 정하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상태다.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30대 직장인들은 진급에서 누락되지 않기 위해 늘 회화테이프를 들고 다니며 40대 직장인들은 명예퇴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젊은이들이 가득 찬 영어학원을 꾹 참고 다니고 있다. 두세 달 강의에 토익점수를 200∼300점 올려주겠다며 직장인들을 유혹하는 ‘족집게’ 학원이 성행하는 것도 영어실력 향상에 목을 매단 절박한 직장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때문에 “영어산업은 경기침체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호황을 누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취업난과 상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영어인 까닭이다. 이러다보니 영어산업의 연간 시장규모는 1조 원대로 급속히 커졌다.특히 영어에 대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과장, 부장 등 중간 간부들이 더 심하다. K그룹 이모 부장(43)은 “신입사원들이야 대학 다닐 때 어학연수다, 배낭여행이다 해서 토익점수 900점 이상이 수두룩하지만 우리야 어디 그러냐”며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토로했다.요즘 상당수의 기업들이 업무성격 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입사나 승진조건으로 무조건 높은 토익 및 토플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은 직장인들의 영어능력을 진급인사에 직·간접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어능력 평가기준을 1∼5급까지 나눈 가산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최소한 3급(토익 730점) 이상이 돼야 해외출장이나 지역주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부여한다.삼성전자, 토익 730점 넘어야 해외출장 보내현대자동차 또한 1∼5급까지 차등 등급을 둬 토익점수가 800점이 넘을 경우 0.5점의 가산점수를, 500점 이하일 경우 최고 -2점까지 점수를 가감한다.SK는 과·부장 승진 때 최소한 토익 700점을, 포항제철은 대리 진급 때부터 토익점수가 600점이 넘을 것을 요구한다. 한화종합화학은 토익 500점을 넘지 못하면 진급이 불가능하며 특히 대리 진급 심사 때 총 점수 중 50점을 영어능력에 배당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런 추세는 다른 대기업들도 대동소이하다.단순히 승진시험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직장생활에서도 영어능력은 필수적이다. 외국계 기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를 들어 1998년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 건설기계부문을 인수, 설립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에릭 닐슨 사장이 주재하는 중역회의는 물론 내부문서도 전부 영어로 작성한다.1999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제일생명 지분을 인수해 만든 알리안츠제일생명 또한 외국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영어로 회의를 진행한다.내수를 위주로 하는 국내 기업들도 영어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을 직장인들에게 가하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취임할 때 “오는 2003년부터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쓰겠다”고 선포한 이후 영어 정착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그룹 내 모든 공식문서를 영어로 작성하고 회의도 영어로 진행할 예정이다. 석유개발사업본부는 지난해 3월부터 1주일에 한 번 영어회의를 정례화하고 있으며 이를 점차 다른 부서로 확대할 예정이다.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해야 영어실력이 늘까. 아무래도 가장 빠른 길은 직접 어학원에서 쌍방향 교육을 받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학원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직장인들은 자신이 영어공부를 하려는 목적에 맞는 학원 선택을 권유한다. 즉 자신이 진급을 위한 토익점수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업무능률의 향상을 위한 비즈니스 회화를 원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어학원들은 특성별로 강점을 갖고 있는 법이다. 이익훈 어학원 전수용 실장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확실하게 하고 직접 강의를 하는 사람을 만나 상담 후 어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작심 3일’이라는 말도 있듯이 신년계획이 ‘신년’에 끝나서는 곤란하다. 영어공부는 꾸준함을 생명으로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올 연말 한 해를 되돌아보며 2003년 계획을 세우는 시절이 왔을때 또 다시 ‘영어공부’를 되풀이해서는 곤란할 것이다.